민주 3명 “형님, 기왕 하는거 우리도 주세요”...송영길 측에 돈 요구 정황
인천·경기·호남 의원 2명씩… 돈 받은 민주당 10명 곧 소환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당시 ‘돈 봉투’가 살포됐다는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민주당 현역 의원 10명을 돈 봉투 수수자로 특정한 것으로 14일 전해졌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인천이 지역구인 A·B 의원, 경기도가 지역구인 C·D 의원, 호남이 지역구인 E·F 의원 등이 수사 대상이라고 한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 김영철)는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 진술과 휴대전화 통화 녹음 파일 등을 토대로, 전당대회 당시 송영길 당대표 후보 캠프의 윤관석 의원, 강래구(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씨 등이 민주당 의원, 지역본부장, 지역상황실장 등 40여 명에게 합계 9400만원의 돈 봉투들을 전달했다는 혐의를 잡고 수사 중이다. 검찰은 윤관석 의원과 강씨를 소환 조사한 뒤 돈 봉투를 받은 정황이 있는 의원들도 차례로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당시 돈 봉투는 민주당 당대표 경선 투표를 앞두고 전달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현역 의원 가운데 인천의 A·B 의원과 경기도의 C 의원은 돈 봉투를 먼저 요구한 정황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세 의원은 모두 당시 송 후보 캠프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검찰이 확보한 2021년 4월 28일 이정근씨와 윤 의원 간의 통화 녹음 파일에는 윤 의원이 “나는 인천(지역구 의원) 둘하고 C 의원은 안 주려고 했는데 얘들이 보더니 ‘형님, 기왕 하는 김에 우리도 주세요’ 또 그래 가지고 거기서 세 개를 뺏겼어”라고 말하는 내용이 등장한다고 한다. 당시 윤 의원은 현금 300만원씩 담긴 봉투 10개를 준비해 의원 10명을 불렀는데 불참자가 5명 있었다는 것이다. 캠프 소속인 A·B·C 의원이 돈 봉투를 받은 것도 그런 사정이 있었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고 한다.
검찰은 윤관석 의원이 2021년 4월 28일 민주당 의원들에게 돈을 준 다음, 같은 날 이정근씨와 강래구씨에게 추가로 돈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정근 녹음 파일’에는 그날 이씨가 윤 의원과 통화하면서 “똑같이? 어제 그만큼?”이라고 묻자, 윤 의원이 “내가 그게 다섯 명이 빠졌더라고. 안 나와 갖고. 오늘 빨리. 그래야지 회관 돌아다니면서 만나서 처리하거든”이라고 말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한다. 이어 이씨가 “그래. 해결할게요”라고 말하는 대목이 뒤따라 나온다는 것이다.
녹음 파일에는 또 당시 윤 의원이 돈 봉투를 줘야 할 의원 4명의 실명을 거론하며 “둘은 또 호남이잖아”라고 말하자, 이씨가 “거기 해야 돼 오빠. 오빠 호남은 해야 돼”라고 답하는 내용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윤 의원이 언급한 의원 중에 수도권의 D 의원과 호남의 E·F 의원 등이 포함됐으며 이들에도 돈 봉투가 전달됐다는 정황을 확보한 상태라고 한다. 강래구씨는 지인을 통해 추가로 3000만원을 마련한 다음 직전과 똑같은 방식으로 송영길 전 대표 보좌관 박모씨와 이씨를 거쳐 300만원씩 담긴 봉투 10개를 윤 의원에게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는 최근 검찰에 녹음 파일 내용을 인정하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강래구씨 등이 9400만원을 조성한 경위도 수사 중이다. 윤 의원, 이성만 의원, 송영길 전 대표의 비서관 박모씨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에 따르면, 9400만원 가운데 8000만원을 강씨가 조달했던 했던 것으로 돼 있다.
당시 민주당 당대표 경선 투표 시작 나흘 전인 2021년 4월 24일 윤 의원이 강씨에게 ‘지지세 유지’를 위해 현역 의원들에게 전달할 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고 압수수색 영장에 적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강씨는 의원들에게 전달됐다는 6000만원을 지인을 통해 조성했다고 한다. 또 강씨는 이와 별도로 2021년 4월 말 지역상황실장 20명에게 갔다는 2000만원도 지인으로부터 조달했다고 한다.
검찰이 확보한 2021년 4월 27일 자 녹음 파일에는 이정근씨가 윤 의원에게 ‘어디냐’고 묻자, 윤 의원이 중식당에서 의원들하고 약속이 있다며 그 앞에서 보자고 말하는 내용도 있다고 한다. 그 직후 이씨는 강래구씨에게 “윤관석 (의원) 오늘 만나서 그거 줬고, 그 이렇게 봉투 10개로 만들었더만”이라며 확인 전화까지 했다는 것이다. 이씨는 송영길 전 대표 보좌관 박모씨에게도 돈을 전달했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검찰은 피의자로 입건된 조택상 전 인천시 정무부시장이 2021년 3월 지인을 통해 조달한 현금 1000만원을 이정근씨를 거쳐 강래구씨에게 전했고, 강씨가 이 가운데 900만원을 경선 캠프 지역본부장 10여 명에게 전달했다고 파악하고 있다.
그 돈의 돈 전달 경로와 관련, 당시 이성만 의원이 이정근씨에게 “내가 송(영길) 있을 때 같이 얘기했다”고 말하는 내용도 녹음 파일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를 송 전 대표가 처음부터 불법 자금 동원을 알았던 정황으로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택상씨는 본지 통화에서 “이정근씨가 당시 경선 캠프에 ‘밥 먹을 돈도 없다’며 1000만원을 도와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씨는 돈을 마련하지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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