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계 생산량 300배 필요하다니, 한 명 허세에 국가 경제 발목 잡혔다

조선일보 2023. 4. 15. 03:2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상협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민간위원장이 3월 2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 관련 국무조정실, 기획재정부, 환경부, 국토교통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가 세계에 약속한 ‘2030 온실가스 40% 감축’을 실현하려면 남한 면적의 최소 4배, 최대 87배 면적에서 캐슈넛(피마자콩) 또는 야자를 재배해 확보한 만큼의 식물성 오일이 필요하다는 산업부 분석이 나왔다. 실로 충격적이다. 문 정부는 당시 석유 기반의 나프타를 식물성 오일로 만든 바이오 나프타로 대체해 온실가스 1180만t을 줄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만한 바이오 나프타를 만들려면 캐슈넛이 적게는 3억2800만t, 많게는 13억1200만t이 있어야 한다. 그 정도 양을 위해선 남한의 22~87배의 경작 면적이 필요하다. 야자 팜유를 쓰는 방법은 남한 면적의 4~17배 경작 면적이 있어야 한다.

황당한 이야기다. 코트디부아르·인도 등이 주 산지인 캐슈넛의 세계 생산량은 2020년 기준 418만t밖에 안 된다. 그런데 한국 정부는 유엔에 제출한 온실가스 감축 계획에서 세계 생산량의 78~313배를 갖고 있어야 가능한 바이오 나프타 계획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팜오일도 마찬가지다. 세계 최대 팜오일 생산국 인도네시아의 연간 생산량의 3~11배 팜오일을 확보해 그걸로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세워 놓고 있었다.

문 대통령은 이 말도 안되는 계획을 들고 영국 세계기후총회에 가서 허세를 부리고 자랑을 했다. 세계 지도자들과 언론의 박수를 받았다. 한 명의 허세와 체면을 위해 한국 경제는 추산하기도 어려운 타격을 받게 됐다. 이 감축 계획을 만든 당시 탄소중립위원회 위원장은 “꼭 가야 하는 길이어서 비용은 고려하지 않았다”는 말도 했다. 그런데 나중 보니 태양광·풍력 확충에 꼭 필요한 전력 저장 장치(ESS) 제작 비용이 787조~1248조원 든다는 계산을 해놓고 숨기고 있었다.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문 대통령이 “국제사회에 대한 신의로 볼 때 40% 이상은 돼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언급해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과학적 추론과 산업 경제적 영향 검토가 아니라 ‘신의’를 기준으로 결정된 것이다. 국가 경제에 대한 걱정 같은 것은 머릿속에 없는 대통령 한 사람의 터무니없는 망상이 한국 경제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