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레터] 군자에 이르는 길
군자에 이르는 길
“君子固窮, 小人窮斯濫矣(군자는 곤궁함 속에서도 굳세지만, 소인은 궁하면 멋대로 군다).”
리움미술관 특별전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君子志向)’ 전시실 벽에 적힌 문장입니다. 조선백자 185점이 나온 이 전시는 백자를 군자에 빗대 풀어가는데, ‘논어’ 위령공편의 이 문장은 조선 중기 유행한 철화백자를 설명하며 등장합니다.
철화백자란 표면에 철 안료로 문양을 그린 백자를 이릅니다. 푸른 안료로 그린 청화백자보다는 화려함이 덜하지만, 굳세고 차분한 품격을 갖췄지요. 조선이 백자에 철 안료를 사용하게 된 것은 16~17세기 전란을 겪으면서 값비싼 청화안료의 수급이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도공들은 철 안료라는 대안을 찾아 강건한 아름다움을 빚어냅니다. 전시장 설명문엔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조선은 곤경에 처해서도 소인같이 원망하거나 후회하지 않고 결국 군자와 같이 형통(亨通)한 셈이다.”
전시를 같이 본 친구가 “직장 생활이란 하면 할수록 군자가 되기 위한 수련 같다”며 이 문장을 촬영해 간직하더군요. 직장 생활뿐 아니라 삶이란 끊임없는 수행 아니던가요? 살다 보면 누구나 궁지에 몰리게 됩니다. 누군가는 그 순간에조차 밑바닥을 드러내지 않고, 또 다른 누군가는 쉽게 추한 민낯을 내보이곤 하지요. 군자와 소인의 차이는 거기에 있고, 그것이 곧 ‘교양’을 갖춘 사람과 그러지 못한 사람의 차이라 생각합니다.
독서는 교양을 쌓기 위한 대표적인 방편으로 꼽히지요. 우리가 책을 읽는 건 결국 교양 있는 사람, 즉 군자가 되기 위해서라 믿습니다. Books가 소개하는 책들이 독자 여러분이 군자의 경지에 이르는 길의 좋은 벗이 된다면 더할 나위 없겠습니다. /곽아람 Books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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