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이모가 살아 돌아왔지만… 어딘가 불쾌한 이 마음은 뭘까
패스토럴리아
조지 손더스 지음 | 정영목 옮김 | 248쪽 | 1만5000원
죽지 못해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 ‘시오크(seaoak)’에 사는 ‘나’의 가족(단편 ‘시오크’). ‘나’는 일자리를 잃을까 봐 걱정하는 스트리퍼다. 바다(sea)와 참나무(oak)라는 이름과 달리, 도시에 자연 경관은 없다. 세탁실에서 코카인을 밀매하고, 아이들이 노는 수영장에선 무기가 발견된다. 하루는 이모 ‘버니’가 집에 침입한 괴한에게 죽는다. 매일 다투던 가족을 중재할 정도로 착하고, 평생 일하며 가족을 먹여살렸던 그다. 돈 때문에 애도할 시간도 없다. ‘나’는 울음을 삼키며 곧장 일터에 나간다.
이야기가 여기서 끝났으면 ‘나’는 더 행복했을까. 땅에 묻혔던 이모가 집으로 찾아온다. 온몸이 흙투성이고 혀는 검은색이다. 누가 봐도 죽었는데, 흔들의자에 앉아 계속해서 가족에게 말한다. 욕하고 호통치고 훈계하는 일상의 반복이다. 가족은 점점 이모가 무섭다. “왜 어떤 사람은 모든 걸 갖고 나는 아무것도 못 가졌을까?”라고 절규한다. 다행히(?) 그는 다시 죽는다. 아름다운 모습으로 기억해달라는 유언을 남기지만, ‘나’의 꿈에는 이모의 절규가 맴돈다.
2017년 맨부커상을 받은 미국 소설가 조지 손더스의 두 번째 단편집이다. 죽지 못해 살아가는 인물들의 모습은 언뜻 이해하기 어렵고 불쾌한 기분을 유발한다. 자신을 괴롭히는 아이들에 대한 망상(단편 ‘세상에서 퍼포의 끝’)을 다루는 등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도 모호하다. 그러나 책장을 넘기다 보면, 작품 속 이야기가 현실에 있을 법하다는 걸 깨닫게 된다. 작가는 그 현실에 눈감지 말자고 말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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