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커상도 알게 된 이 소설의 매력[이호재의 띠지 풀고 책 수다]
이호재 기자 2023. 4. 15.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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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올해도?'라고 생각했는데 올해도였다.
지난달 14일(현지 시간) 발표된 2023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1차 후보에 천명관 작가(59)의 장편소설 '고래'가 오른 일 말이다.
2016년 한강 연작소설집 '채식주의자'(2007년·창비) 수상을 시작으로 한국 작품이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1차 후보에 오른 건 이번이 5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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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내셔널 부문 1차 후보 올라
“사악한 유머 가득… 책의 폭동”
◇고래/천명관 지음/455쪽·1만5000원·문학동네
“사악한 유머 가득… 책의 폭동”
◇고래/천명관 지음/455쪽·1만5000원·문학동네
‘설마 올해도?’라고 생각했는데 올해도였다. 지난달 14일(현지 시간) 발표된 2023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1차 후보에 천명관 작가(59)의 장편소설 ‘고래’가 오른 일 말이다.
영국 부커상은 노벨 문학상, 프랑스 공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힌다. 2016년 한강 연작소설집 ‘채식주의자’(2007년·창비) 수상을 시작으로 한국 작품이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1차 후보에 오른 건 이번이 5번째다. 후보 선정이 이례적인 사건은 아닌 셈이다. 다만 지난해 정보라 작가의 단편소설집 ‘저주토끼’(2017년·래빗홀)가 최종 후보에, 박상영 작가의 연작소설집 ‘대도시의 사랑법’(2019년·창비)이 1차 후보에 각각 올랐던 만큼 올해 한국 출판계의 기대는 낮았다. 그런데 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간 것이다.
부커상 심사위원회는 왜 ‘고래’에 주목한 걸까. 먼저 심사위원회의 평가 중 “한국의 풍경과 역사에 대한 탐구”라는 대목에 눈길이 갔다. 실제로 ‘고래’는 한국 여자들의 고달픈 삶을 담았다. 박색이라 신혼 첫날 소박을 맞고 홀로 늙어가며 세상에 복수심을 지닌 노파, 홀아버지 밑에서 자라다가 집에서 도망친 뒤 파란만장한 삶을 사는 금복 등 등장인물의 여정은 우리 할머니 세대가 겪은 일 자체다. 천 작가와 함께 후보에 오른 번역가 김지영이 부커상 심사위원회 인터뷰에서 “작품을 번역하며 어린 시절 온갖 설화와 이야기를 들려주셨던 할머니가 생각났다”고 한 것도 이 때문 아닐까.
심사위원회는 또 ‘고래’를 “사악한 유머로 가득 찬 소설”이라고 했다. 등장인물 춘희가 여성임에도 14세가 되기 전 이미 100kg을 넘었다고 능청스럽게 풀어내고, 춘희가 교도소에서 출소한 뒤 땡볕을 뚫고 벽돌공장으로 향하는 과정을 묘사하는 대목은 농담인지 헷갈릴 정도로 초현실적이다. 심사위원회가 ‘고래’에 대해 ‘카니발레스크’(Carnivalesque·전통적인 문학을 유머와 무질서로 전복시키는 양식)라는 수식어를 붙인 것이 이해된다.
무엇보다도 부커상 심사위원회를 놀라게 한 건 양면성에 대한 탐구일 것이다. “생생한 인물들은 어리석지만 현명하고, 끔찍하지만 사랑스럽다”는 심사위원회의 말처럼 인간은 선하면서 동시에 악하다는 사실을 직시한 글쓰기가 이들을 매료시킨 것이다. “고래는 책의 폭동”이라는 심사위원회의 평가에서 부커상이 얼마나 이 작품을 신선하게 느끼는지 알 수 있다.
물론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1차 후보에 함께 오른 다른 작품들도 쟁쟁하다. 우크라이나 ‘국민작가’로 불리는 안드레이 쿠르코프, 노벨 문학상 유력 수상 후보로 꼽히는 프랑스 소설가 마리즈 콩데의 작품 등 12개국 13개 작품이 올라와 있다. 다만 ‘고래’ 심사평을 읽으며 ‘설마 올해도?’라는 희망을 품게 됐다. 18일(현지 시간) 영국에서 발표될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고래’가 포함될지 기대된다.
영국 부커상은 노벨 문학상, 프랑스 공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힌다. 2016년 한강 연작소설집 ‘채식주의자’(2007년·창비) 수상을 시작으로 한국 작품이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1차 후보에 오른 건 이번이 5번째다. 후보 선정이 이례적인 사건은 아닌 셈이다. 다만 지난해 정보라 작가의 단편소설집 ‘저주토끼’(2017년·래빗홀)가 최종 후보에, 박상영 작가의 연작소설집 ‘대도시의 사랑법’(2019년·창비)이 1차 후보에 각각 올랐던 만큼 올해 한국 출판계의 기대는 낮았다. 그런데 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간 것이다.
부커상 심사위원회는 왜 ‘고래’에 주목한 걸까. 먼저 심사위원회의 평가 중 “한국의 풍경과 역사에 대한 탐구”라는 대목에 눈길이 갔다. 실제로 ‘고래’는 한국 여자들의 고달픈 삶을 담았다. 박색이라 신혼 첫날 소박을 맞고 홀로 늙어가며 세상에 복수심을 지닌 노파, 홀아버지 밑에서 자라다가 집에서 도망친 뒤 파란만장한 삶을 사는 금복 등 등장인물의 여정은 우리 할머니 세대가 겪은 일 자체다. 천 작가와 함께 후보에 오른 번역가 김지영이 부커상 심사위원회 인터뷰에서 “작품을 번역하며 어린 시절 온갖 설화와 이야기를 들려주셨던 할머니가 생각났다”고 한 것도 이 때문 아닐까.
심사위원회는 또 ‘고래’를 “사악한 유머로 가득 찬 소설”이라고 했다. 등장인물 춘희가 여성임에도 14세가 되기 전 이미 100kg을 넘었다고 능청스럽게 풀어내고, 춘희가 교도소에서 출소한 뒤 땡볕을 뚫고 벽돌공장으로 향하는 과정을 묘사하는 대목은 농담인지 헷갈릴 정도로 초현실적이다. 심사위원회가 ‘고래’에 대해 ‘카니발레스크’(Carnivalesque·전통적인 문학을 유머와 무질서로 전복시키는 양식)라는 수식어를 붙인 것이 이해된다.
무엇보다도 부커상 심사위원회를 놀라게 한 건 양면성에 대한 탐구일 것이다. “생생한 인물들은 어리석지만 현명하고, 끔찍하지만 사랑스럽다”는 심사위원회의 말처럼 인간은 선하면서 동시에 악하다는 사실을 직시한 글쓰기가 이들을 매료시킨 것이다. “고래는 책의 폭동”이라는 심사위원회의 평가에서 부커상이 얼마나 이 작품을 신선하게 느끼는지 알 수 있다.
물론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1차 후보에 함께 오른 다른 작품들도 쟁쟁하다. 우크라이나 ‘국민작가’로 불리는 안드레이 쿠르코프, 노벨 문학상 유력 수상 후보로 꼽히는 프랑스 소설가 마리즈 콩데의 작품 등 12개국 13개 작품이 올라와 있다. 다만 ‘고래’ 심사평을 읽으며 ‘설마 올해도?’라는 희망을 품게 됐다. 18일(현지 시간) 영국에서 발표될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고래’가 포함될지 기대된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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