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앞으로 다가온 총선… 여야는 왜 ‘텃밭’에 매달리나

김아진 기자 2023. 4. 15.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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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영·호남 심판 경험한
여야 “백번도 가겠다”

총선이 1년 앞으로 다가왔다. 여당은 윤석열 정부의 성공적 국정 운영을 위해, 야당은 대여 투쟁을 위해 각자 1석이라도 더 차지하려는 ‘양보 없는 싸움’을 예고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은 영남, 더불어민주당은 호남에서 민심의 경고를 받고 있다. 총선은 결국 수도권 싸움이라고 하지만, 각당에선 “텃밭이라고 무시해선 안 된다”는 말이 자주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텃밭 분위기가 결국 수도권까지 영향을 미친다. ‘미워도 다시 한번’ 정서에 기댔다가는 큰코다친다”며 “그곳에서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본 적 있는 여야가 내년 선거를 앞두고 텃밭 민심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 4월 1일 대구 서문시장에서 열린 ‘서문시장 10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아래 사진 오른쪽) 대표가 지난 7일 광주광역시 전남대 학생회관 식당에서 학생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뉴시스
그래픽=송윤혜

여야, 텃밭에서의 ‘악몽’

호남은 대선 때마다 민주당에 ‘정치적 몰표’를 주고 있다. 그러나 총선과 지방선거에서 여러 번 민주당을 심판했다. 그 시작은 2012년 대선을 앞둔 ‘안철수 현상’이었다. 안풍은 호남에서 시작돼 전국으로 확산됐다. 당시 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대선 포기 선언으로 잠시 멈췄던 민주당을 향한 심판은 2014년 지방선거에서 폭발했다. 구·시·군의장, 기초의원 선거에서 대거 무소속이 당선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민주당에서도 “예상하지 못했던 뼈아픈 결과”라고 했다. 이어진 2016년 총선에서도 민주당은 호남 28석 중 달랑 3석만 건져 참패했다. 전북 전주(정운천), 전남 순천(이정현)은 전례 없이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을 선택했다. 호남은 안철수 의원이 탈당해 만든 국민의당에 표를 몰아주는 방식으로 민주당에 회초리를 들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미움, 친노·친문으로 이어진 계파 패권 정치에 대한 경고로 해석됐다. 문 전 대통령이 당시 “호남이 저에 대한 지지를 거두면 미련 없이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고 대선에도 도전하지 않겠다”라고 할 정도였다.

이후 호남은 다시 민주당에 힘을 보탰다. 그러나 민주당에서는 최근 다시 “이러다가 2016년 꼴이 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광주를 자주 찾고 있는 동교동계 한 원로는 “이재명 대표에 대한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며 “‘갈라서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문 전 대통령처럼 언제 호남이 이 대표에게 등을 돌릴지 모른다”고 했다. 3월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광주·전라 지역의 민주당 지지율은 40%대까지 떨어졌다.

국민의힘은 부산·울산·경남·대구·경북을 잇는 영남을 텃밭으로 여기고 있다. 부·울·경의 경우 어느 한쪽 정당에 몰표를 주지는 않는 투표 경향을 보이기도 하지만, 민주당에 빼앗길 수 없는 정치적 심장이다. 국민의힘도 그런 영남에서 혼쭐이 났었다. 2018년 지방선거 때 국민의힘(당시 자유한국당)은 17개 시·도지사 중 대구·경북만 승리해 민주당에 완패했다. 텃밭인 부·울·경도 모두 민주당에 내줬다. 텃밭에서의 구·시·군의장 선거 결과도 처참했다. 부산 16곳 중 2곳에서만 승리했다. 울산은 5곳 모두 패했다. 경남 18곳 중 10곳에서 승리했지만 민주당이 7곳, 무소속이 1곳을 가져갔다. 과거 싹쓸이하던 대구·경북 31곳 중 7곳도 민주당과 무소속에 졌다. 역대 최악의 패배를 떠안은 지도부는 곧바로 총사퇴했다.

“4·5재보궐도 텃밭 이변”

최근 재보궐 선거 결과에 대해서도 여야 모두가 경고장을 받았다. 울산 남구 구의원 보궐선거에서 신상현 국민의힘 후보(49.39%)는 최덕종 민주당 후보(50.6%)에게 153표 차로 패했다. 울산교육감도 진보 성향의 천창수 후보가 당선됐다. 울산은 국민의힘이 지난 지방선거에서 59.78%를 득표한 곳이지만 1년 새 10%포인트가 빠졌다. 울산시장을 지낸 김기현 대표가 선거를 진두지휘한 거라서 충격은 더 했다. 이준석 전 대표는 “PK에서 이런 심상치 않은 상황이면 수도권에서는 강남도 안심 못 한다는 이야기”라고 했다.

민주당도 전주 국회의원 선거에서 무소속이 아닌 진보당 후보가 당선되자 당황하는 모습이다. 민주당은 이 선거에 후보를 공천하지 않았지만, 일부 민주당 인사가 돕는 무소속 후보가 공공연하게 있었다. 그런데도 통진당의 후신인 진보당에 전주를 내줬다. 호남 정가 인사는 “총선을 1년 앞두고 진보당 후보를 선택한 것은 1년 뒤에도 민주당에 표를 주지 않겠다는 뜻일 수 있다”며 “민주당이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했다.

尹 대통령은 부산·대구, 李 대표는 광주·전남 찾아

여야는 “총선 전에 텃밭에서 백 번이라도 오라면 가겠다”는 심정이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각각 영남과 호남을 찾은 이유도 그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잇따라 대구와 부산을 찾았다. 이 대표도 6~7일 1박 2일 일정으로 광주·전남에 갔다. 각 지역에서 지지율 상승도 동반되는 추세다.

지난 대선에서 맞붙은 두 사람은 각각 영남, 호남에서 확실한 지지를 받았다. 윤 대통령은 대구·경북에서 70%대, 이 대표는 광주에서 80%대 득표율을 기록했다. 윤 대통령은 부·울·경에서도 이 대표를 10~20%포인트 차로 누르고 당선됐다. 국민의힘과 민주당 양쪽 모두 텃밭을 사수하며 수도권 전쟁을 치러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여소야대 국회 상황에서 1년을 넘게 국정을 운영해온 윤 대통령은 내년 총선에서 1석이라도 더 가져오지 못한다면 남은 4년에 차질이 생길 것이다. 특히 보수의 고토(故土)인 대구·경북에서 각종 여론조사상 윤 대통령 지지율이 국민의힘을 좀체 넘어서지 못하는 이상 기류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내년 총선 때까지 부·울·경에서의 확실한 우위를 점하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 대표 측근의 잇단 구속과 이 대표를 둘러싼 사법리스크로 당내 ‘사퇴론’ 등의 비토 목소리가 사그라들지 않는 상황에서, 텃밭 호남 민심이 흔들리면 ‘민주당은 끝장’이라는 말도 나온다. 전남을 정치적 지지 기반으로 삼고 있는 이낙연 전 대표의 국내 정치에 복귀하면 호남이 어떤 선택을 할지는 알 수 없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이병훈 민주당 광주시당 위원장은 “민주당이 광주·전남을 주말 농장 취급해선 안 된다”고 했다. 당내에선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 출마했던 천하람 순천갑 당협위원장의 선전 가능성도 꽤 신경 쓰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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