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경찰을 ‘협박’하는 민노총 간부

김수경 기자 2023. 4. 15.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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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건설노조 서울지부가 지난 12일부터 한 달 동안 서울지방경찰청 마포 청사 앞에서 집회를 열겠다고 신고했다. 이곳을 관할하는 서울 마포경찰서에 신고서를 제출할 때 ‘김모 지부장 외 200명’으로 인원수를 신고했다고 한다. 건설노조 수도권 북부지역본부의 김 지부장은 바로 여기서 수사를 받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건설 현장에서 채용 등을 강요하고, 불법으로 정치권에 후원금을 조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집회를 하겠다고 신고한 첫날인 12일에도 김 지부장의 소환 조사가 예정돼있었다. 그런데 200명이 모일 것이라는 ‘신고’와 달리 조합원들은 10명쯤 모였고, 제대로 된 집회로 보기 어려웠다. 오후 1시 45분쯤 김 지부장이 조사를 받기 위해 청사 건물로 들어가자 그나마의 모임도 해산했다.

김 지부장은 이날 청사 앞에서 “경찰이 민노총에 민감하게 반응해서 집회 신고를 해놓은 것”이라고 했다. 지난 6일 소환 조사를 받을 당시 몇 명이 모여 있자 경찰이 “혹시 집회 신고 했냐”며 이를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경찰 측이 심적 압박을 받을 것을 알고 역으로 위력을 과시하려 실제로는 하지도 않을 집회를 ‘수백 명’으로 기재해 신고했다는 것이다.

건설노조가 집회를 내세워 으름장을 놓는 행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김 지부장이 피의자로 입건돼있는 사건 중엔 건설노조가 조합원들에 대한 채용을 강요하거나 월례비를 뜯어내 문제가 된 경우가 있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건설 현장 입구에서 조합원을 동원해 집회를 열겠다’거나 아파트 밀집한 건설 현장 앞에서 ‘확성기를 단 승합차를 동원해 시위를 하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이들이 이렇게 집단행동을 예고하면 시공사 측에서는 울며 겨자 먹기로 이들의 요구를 들어줬다.

김 지부장을 수사 중인 수사팀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한 수사관은 “피의자가 수백 명을 끌고 와서 집회를 하겠다고 협박하는 것도 황당한데, 그마저도 거짓 신고였다니 기막힐 따름”이라며 “집회가 수사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 했다. 또 다른 수사관은 “노조 간부라는 직위로 건설 현장에서 휘두른 위력이 수사기관에서도 통할 것이라고 착각한 것 같다”며 “엉터리 집회 신고가 남발하는 이유”라고 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정당한 노조 활동이라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김 지부장처럼 간부라는 이유로 수사를 받는 피의자 개인을 위해서 움직이는 노조라면 어떤 집회를 하더라도 국민들의 이해를 바라기 어려울 것이다. 김 지부장을 비롯해 건설노조의 또 다른 피의자들에 대해 더욱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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