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선거 쇼’ 말고… 의원님들, 지하철 타본 적 있나요
지난 2021년 1월 김포 시민들을 중심으로 ‘골드라인 챌린지-너도 함 타봐라’라는 운동이 시작됐다. 출퇴근 시간대에 극심한 혼잡을 빚는 김포골드라인을 정치인들이 직접 타보고 시민들의 고통을 느껴보라는 취지였다. 첫 번째 주자는 당시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었던 정하영 김포시장이었다. 그는 “교통이 아니라 고통 그 자체”라는 후기를 남겼다.
정치인들의 ‘골드라인 챌린지’는 이후에도 이어졌다. 너도나도 올라타서 인증샷을 찍고 자기 홍보에 활용했다. 하지만 당장 혼잡 완화를 해결할 대책은 없었다. 김포 지역에 서울 지하철 5호선을 연장하겠다거나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D 노선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이 전·현 정부에서 나왔지만 먼 미래의 얘기일 뿐이다.
이들이 홍보에만 열을 올리고 대책은 외면한 사이, 김포 시민들은 출퇴근길에 ‘핼러윈 참사’ 때와 다름없는 상황을 매일 경험했다. 1㎡당 7~8명씩 끼어 타는 김포골드라인은 열차 좌석 넓이를 고려할 때, 1㎡당 9~10명의 군중 밀집률을 보였던 ‘핼러윈 참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얘기한다.
가장 혼잡한 김포공항역 직원들은 이틀에 한 명꼴로 호흡곤란을 호소하는 승객을 본다고 한다. 작년 12월에는 한 여성 승객이 호흡곤란을 호소해 병원으로 옮겨졌고, 이달 11일에도 10대 여고생과 30대 여성이 호흡곤란으로 역에 쓰러져 응급처치를 받았다. 압사의 공포를 느끼는 탑승객들은 “내일이라도 핼러윈 참사와 같은 일이 벌어질까 겁이 난다”고 했다.
최근 이런 상황을 언론이 재조명하자 사업자인 김포시에만 맡겨 놓던 정부·여당은 14일 뒤늦게 대책을 내놨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여당 정책위의장은 열차에 탑승해 “‘골병라인’ 같은 골드라인을 제대로 치료하겠다”고 했다. 이상한 건 거대 야당인 민주당의 침묵이다. 민주당은 압사 사고로 100여 명이 숨진 핼러윈 참사 국정조사를 추진하고, 특검법까지 발의했다.
하지만 똑같이 압사의 위험에 노출된 이번 건은 당 차원의 메시지를 내지 않았다. 김포골드라인이 개통된 2019년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재명 대표의 반응도 없었다. 김포가 지역구인 일부 의원만이 대책 등을 제안했을 뿐이다.
국회의원 중에서 지하철로 출퇴근하는 이는 한 명도 없을 것이다. 국회의원에게는 전용 기사와 자동차를 운용할 수 있는 세비가 지원된다. 지하철과 같은 대중교통은 선거 때 ‘쇼’로만 탄다. 곧 선거철이 되면 정치인들은 다시 지하철을 탈 것이다. 표가 아쉬울 때만 국민 안전과 서민 고통을 생각하는 척 하는 정치인들의 ‘쇼’는 언제쯤 멈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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