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최인아]AI시대의 마스터키, 질문
최인아 객원논설위원·최인아책방 대표 2023. 4. 15. 03:00
챗GPT 열풍, 질문 잘하는 법에 관심 커져
HOW보다 WHAT, WHY를 먼저 물어보고
자신 관점으로 문제 파악해야 다른 답 찾는다
HOW보다 WHAT, WHY를 먼저 물어보고
자신 관점으로 문제 파악해야 다른 답 찾는다
2010년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 폐막식 기자회견장.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주최국 한국에 감사를 표한다면서 질문할 기회를 한국 기자들에게 우선적으로 주겠다고 했다. 미국이었다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기자들의 손이 올라갔겠지만 장내는 조용했다. 그때 한 동양인 남자가 손을 들었는데 유감스럽게도 한국이 아닌 중국 기자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 기자에게 우선권을 주겠다며 기다렸지만 끝내 한국 기자의 질문은 없었고 기회는 중국 기자에게 넘어갔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있는 자리에서 적극적으로 질문하지 않는 것은 한국인들에게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우리는 질문과 친하지 않은 교육을 받고 자랐고 사회생활도 대체로 그런 분위기에서 했다.
요즘 챗GPT의 열풍을 지켜보면서 이때의 장면이 떠올랐다. 이젠 물어보기만 하면 인공지능(AI)이 척척 답을 알려주는 시대다. 하지만 묻지도 않았는데 인공지능이 알아서 답하는 법은 없다. 뭔가를 얻어내려면 질문해야 하는데 무얼 어떻게 묻는가에 따라 다른 답이 나온다. 최근 출간된 이임복의 책 ‘챗GPT: 질문하는 인간, 답하는 AI’가 이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러니 이제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질문을 잘할 수 있을지 방법을 찾는다.
사이먼 시넥이라는 유명한 전략 커뮤니케이션 컨설턴트가 있다. 그는 2009 TED Talks 강연에서 WHY에 대한 이야기를 설파해 유명해졌다. 그는 세상의 많은 기업들이 HOW나 WHAT에 신경 쓸 때 위대한 기업들은 WHY에 집중한다며 애플을 예로 들었다. 애플은 기존의 것에 도전하고 다르게 생각해 세상을 바꾸고 싶어 하는데 이것이 애플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 WHY다. 그 WHY를 실현하기 위해 그들은 디자인을 아름답고 편하게 쓸 수 있게 한다는 HOW를 세웠고 그 결과로 WHAT, 아이폰 같은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을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나는 여기서 조금 더 나아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 WHAT과 WHY를 선명히 하면 그 끝에서 방법이 찾아진다고. 즉, HOW는 WHAT과 WHY가 품고 있을 때가 많다고. 그러니 평범한 답이 아니라 새롭고 창의적인 답을 찾는다면 ‘방법’ 이전에 다른 것 즉, HOW보다 WHAT, WHY를 먼저 물으라고.
예를 들어 책방을 하는 나는 이 질문을 잊지 않고 있다. 책방이란 무엇이며 특히 디지털 시대의 동네책방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라는. 나는 이런 답에 이르렀다. 동네책방은 오프라인 공간을 기반으로 하지만 공간은 그저 하드웨어가 아니라 콘텐츠가 되어야 한다는 것. 만약 공간이 하드웨어로 그친다면 사람들은 그곳에 한 번 가 본 것으로 족할 것이다. 하지만 공간이 콘텐츠라면 방문할 때마다 매번 다른 콘텐츠를 경험하게 되므로 방문할 이유가 자꾸 생긴다. 좀 거칠지만 ‘콘텐츠란 시간을 보내는 거리’라고 생각하는 나는 동네책방의 주인으로 내가 하는 일을 이런 언어로 정의하고 있다. 책을 주재료로 거기에 여러 아이디어를 보태 바쁜 우리들에게 지적이고 우아하며 충만한 시간을 선사하는 거라고. 실제로 우리 책방에 와 책을 고르고 이런저런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시간을 보낸 분들의 얼굴은 책방 문을 열고 들어올 때와는 사뭇 다르다. 책과 함께 꽤 괜찮은 시간을 보냈다는 뿌듯함, 충만감이랄까.
생각해 볼 점은 또 있다. 우리는 종종 질문과 목표를 혼동한다. ‘책을 많이 팔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문장은 질문인가, 아닌가. 이건 질문이 아니다. 질문을 가장한 목표다. 책을 많이 팔고 싶다는 목표다. 목표를 달성하려면 해법을 찾아야 한다. 아니, 일터에서의 삶은 문제 해결의 연속이고 칼 포퍼는 삶 자체가 그렇다고 했다. 그렇다면 해법은 어떻게 찾을까? 첫걸음이 질문이다. 그중에서도 해법을 품고 있는 질문을 찾아야 하는데 어렵지 않다. 여기, 마스터키 같은 질문이 있으니까. 바로 WHAT과 WHY를 묻는 거다. 이 질문을 던지면, 남들이 닦아놓은 길을 어떻게 하면 빠르게 갈지를 고민할 때와는 다르게, 자신의 관점으로 문제를 바라보고 그 끝에서 늘 하는 생각 너머로까지 나아가 다른 답에 다다를 수 있다.
이제 AI는 선택이 아니라 함께 살아갈 무언가가 되었고 얼마나 잘 활용하는가에 따라 업무 성과도, 미래도 갈릴 거라는 예측이 많다. 그렇다면 더더욱 제대로 된 질문을 던지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니 시도 때도 없이 물을 만하지 않을까. ‘이건 도대체 뭐지? 이런 변화가 의미하는 건 뭐지? 왜 이렇게 해야 하지?’ 같은…. 이 질문들이 마스터키처럼 길을 열어줄 것이다.
요즘 챗GPT의 열풍을 지켜보면서 이때의 장면이 떠올랐다. 이젠 물어보기만 하면 인공지능(AI)이 척척 답을 알려주는 시대다. 하지만 묻지도 않았는데 인공지능이 알아서 답하는 법은 없다. 뭔가를 얻어내려면 질문해야 하는데 무얼 어떻게 묻는가에 따라 다른 답이 나온다. 최근 출간된 이임복의 책 ‘챗GPT: 질문하는 인간, 답하는 AI’가 이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러니 이제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질문을 잘할 수 있을지 방법을 찾는다.
사이먼 시넥이라는 유명한 전략 커뮤니케이션 컨설턴트가 있다. 그는 2009 TED Talks 강연에서 WHY에 대한 이야기를 설파해 유명해졌다. 그는 세상의 많은 기업들이 HOW나 WHAT에 신경 쓸 때 위대한 기업들은 WHY에 집중한다며 애플을 예로 들었다. 애플은 기존의 것에 도전하고 다르게 생각해 세상을 바꾸고 싶어 하는데 이것이 애플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 WHY다. 그 WHY를 실현하기 위해 그들은 디자인을 아름답고 편하게 쓸 수 있게 한다는 HOW를 세웠고 그 결과로 WHAT, 아이폰 같은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을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나는 여기서 조금 더 나아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 WHAT과 WHY를 선명히 하면 그 끝에서 방법이 찾아진다고. 즉, HOW는 WHAT과 WHY가 품고 있을 때가 많다고. 그러니 평범한 답이 아니라 새롭고 창의적인 답을 찾는다면 ‘방법’ 이전에 다른 것 즉, HOW보다 WHAT, WHY를 먼저 물으라고.
예를 들어 책방을 하는 나는 이 질문을 잊지 않고 있다. 책방이란 무엇이며 특히 디지털 시대의 동네책방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라는. 나는 이런 답에 이르렀다. 동네책방은 오프라인 공간을 기반으로 하지만 공간은 그저 하드웨어가 아니라 콘텐츠가 되어야 한다는 것. 만약 공간이 하드웨어로 그친다면 사람들은 그곳에 한 번 가 본 것으로 족할 것이다. 하지만 공간이 콘텐츠라면 방문할 때마다 매번 다른 콘텐츠를 경험하게 되므로 방문할 이유가 자꾸 생긴다. 좀 거칠지만 ‘콘텐츠란 시간을 보내는 거리’라고 생각하는 나는 동네책방의 주인으로 내가 하는 일을 이런 언어로 정의하고 있다. 책을 주재료로 거기에 여러 아이디어를 보태 바쁜 우리들에게 지적이고 우아하며 충만한 시간을 선사하는 거라고. 실제로 우리 책방에 와 책을 고르고 이런저런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시간을 보낸 분들의 얼굴은 책방 문을 열고 들어올 때와는 사뭇 다르다. 책과 함께 꽤 괜찮은 시간을 보냈다는 뿌듯함, 충만감이랄까.
생각해 볼 점은 또 있다. 우리는 종종 질문과 목표를 혼동한다. ‘책을 많이 팔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문장은 질문인가, 아닌가. 이건 질문이 아니다. 질문을 가장한 목표다. 책을 많이 팔고 싶다는 목표다. 목표를 달성하려면 해법을 찾아야 한다. 아니, 일터에서의 삶은 문제 해결의 연속이고 칼 포퍼는 삶 자체가 그렇다고 했다. 그렇다면 해법은 어떻게 찾을까? 첫걸음이 질문이다. 그중에서도 해법을 품고 있는 질문을 찾아야 하는데 어렵지 않다. 여기, 마스터키 같은 질문이 있으니까. 바로 WHAT과 WHY를 묻는 거다. 이 질문을 던지면, 남들이 닦아놓은 길을 어떻게 하면 빠르게 갈지를 고민할 때와는 다르게, 자신의 관점으로 문제를 바라보고 그 끝에서 늘 하는 생각 너머로까지 나아가 다른 답에 다다를 수 있다.
이제 AI는 선택이 아니라 함께 살아갈 무언가가 되었고 얼마나 잘 활용하는가에 따라 업무 성과도, 미래도 갈릴 거라는 예측이 많다. 그렇다면 더더욱 제대로 된 질문을 던지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니 시도 때도 없이 물을 만하지 않을까. ‘이건 도대체 뭐지? 이런 변화가 의미하는 건 뭐지? 왜 이렇게 해야 하지?’ 같은…. 이 질문들이 마스터키처럼 길을 열어줄 것이다.
최인아 객원논설위원·최인아책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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