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희의 영화 같은 하루] [117] I just don’t like you no more
아일랜드의 외딴섬 이니셰린, 파우릭은 평소와 다름없이 느긋한 섬의 일상을 시작한다. 외출할 채비를 마치고 가장 먼저 들르는 곳은 가장 친한 친구 콜름의 집. 둘은 낮부터 펍에 앉아 맥주를 마시고 함께 수다 떠는 게 낙이다. 오늘도 펍에서 만난 두 사람, 파우릭이 맥주를 들고 콜름 옆에 앉자 콜름은 눈도 마주치지 않고 평소와 달리 무뚝뚝한 말을 건넨다. “딴 데 앉아.(Sit somewhere else.)” 마틴 맥도나 감독의 희곡 ‘이니셰린의 밴시’를 원작으로 하는 영화 ‘이니셰린의 밴시(The Banshees of Inisherin∙2021∙사진)’의 한 장면이다.
파우릭(콜린 패럴 분)은 갑자기 이유도 없이 자길 피하는 콜름(브렌던 글리슨 분)이 낯설다. 파우릭이 집요하게 쫓아다니며 이유를 묻자 콜름은 마지못해 답한다. “그냥 이제 자네가 싫어졌어(I just don’t like you no more.)” 콜름은 파우릭과의 의미 없는 수다에 질려 버렸다. “이제 인생에 지루함을 둘 자리가 없어.(I just don’t have a place for dullness in me life anymore.)”
파우릭은 콜름의 반응이 당황스럽다. “아일랜드 외딴섬에 살면서 뭘 바라는 건데요?(you live on an island off the coast of Ireland, Colm. What the hell are you hoping for, like?)” 콜름의 답은 생각보다 차갑다. “한 줌의 평온.(For a bit of peace)” 파우릭은 갑자기 절교에 평온이니 예술이니 하는 거창한 대의를 갖다붙이는 콜름의 생각을 이해할 수 없다.
냉랭한 콜름을 보내고 홀로 앉아 있다 보니 본토에서 포성이 들린다. 아일랜드는 아직도 내전 중이다. 파우릭은 왜들 저렇게 싸우는지 이해할 수가 없어 혼자 중얼거린다. “행운을 빈다. 뭣 때문에 싸우든 간에.(Well, good luck to ye. Whatever it is you’re fightin’ ab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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