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노조 진격, 노동계 제3의 물결 거세다
당시 허 후보는 1899표(55.19%)를 받았다. 800명이 넘는 기존 노조 조합원이 바른노조에 표를 던진 것이다. 송 위원장은 “양대 노총의 압박에도 ‘기대 반’이라고 표현한 건, 우리 (제3) 노조에 대한 호감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며 “편향되지 않은 노조다운 노조의 목소리를 내기에 당선된 것이라 생각한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대한민국 노동조합에 ‘제3의 물결’이 일고 있다. MZ노조라 불리는 ‘제3의 노조’가 그 물결의 중심에 있다. 일부는 기존 양대 노총이 갖고 있던 노조의 ‘권한’을 가져왔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제3의 노조인 열린노동조합은 지난해 12월 단체교섭권을 얻었다. 아직 폭발적이지는 않지만, 조합원 수는 늘어나고 있다. MZ노조 협의체 격인 새로고침협의회는 지난 2월 출범 당시 6000여 명이었던 조합원 수가 두 달여만인 현재 9000여 명으로 증가했다.
MZ노조는 불법 파업, 폭력 시위, 회계 장부 제출 거부, 간부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채용 강요 의혹 등으로 얼룩진 기존 노조와는 다른 ‘클린 노조’를 내걸었다. ‘탈이념, 투명성 그리고 노동조합의 본질 되찾기’가 이들 제3의 노조가 말하는 세 가지 기치다. 노무사 출신의 김남석 변호사(법무법인 태원)는 “기존 노조가 정권에 맞서기 위해 물리력으로 투쟁하고 거대 담론도 함께 다뤘다면, MZ노조는 대화와 타협, 개개인의 권리를 중시한다”며 “서울교통공사 선거의 경우 이런 메시지가 들어있다”고 밝혔다.
조합원 수로는 아직 양대 노총(245만명)의 0.4%밖에 안 되는 수준. 하지만 노동계는 변하고 있다. 제3의 노조가 만드는 제3의 물결이 해일이 될 수도 있다.
김홍준·원동욱 기자 rim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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