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밀 유출자 붙잡았는데, 정부 당국자 “미 도·감청 단서 없어”

박현영.김필규.임주리 2023. 4. 15. 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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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테세이라가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자택 앞에서 미 정부 기밀문서를 유출한 혐의로 전격 체포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지난 13일(현지시간) 미 정부 기밀 문건이 처음 유출된 온라인 채팅 서비스 대화방의 운영자를 전격 체포했다. 메릭 갈런드 미 법무장관은 이날 긴급 브리핑에서 “국방 기밀 정보를 허가 없이 반출·소지·전파한 혐의로 잭 테세이라를 체포했다”고 밝혔다. 21세인 테세이라는 매사추세츠주 방위군 공군 소속으로 이날 매사추세츠주 노스다이튼의 자택에서 체포됐다.

게이머들이 주로 이용하는 소셜 플랫폼 디스코드의 비공개 대화방 ‘서그 셰이커 센트럴(Thug Shaker Central)’ 운영자인 테세이라는 지난해부터 군 기밀문서를 빼내 이곳에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 대화방에서 미성년자를 포함한 25명가량의 회원들에게 “세계정세를 아는 게 중요하다”며 기밀문서 읽는 법부터 내용까지 설명해 왔다고 한다. 이와 관련, 워싱턴포스트(WP)는 대화방 회원 인터뷰를 통해 테세이라가 총기 애호가로 평소 사격하는 영상도 즐겨 올렸다고 전했다.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해 이날 체포 현장엔 완전 무장한 FBI 요원 6명이 출동했고 장갑차도 동원됐다. 반바지 차림으로 집 밖에 나온 테세이라는 별 저항 없이 체포에 응했다. 이날 FBI 요원들이 그를 체포해 수갑을 채운 뒤 차량에 태워 이동하는 장면은 고스란히 TV로 생중계됐다. WP는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한 기밀문서 유출자가 러시아 스파이 등 외부 세력이 아니라 군 내부자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국방부를 비롯한 미 정부가 큰 충격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테세이라는 미 연방법에 따라 간첩법(일명 스파이 방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될 예정이다. 유죄 평결이 나올 경우 유출 문건당 최대 10년 징역형이 선고될 수 있다. 미 현지에선 테세이라가 유출한 문건이 최소 수십 건으로 확인된 만큼 수백년 형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런 가운데 일병에 불과한 테세이라가 철저한 보안이 요구되는 1급 기밀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었던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미 국가정보국 산하 국가방첩안보센터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기준 1급 비밀에 접근 가능한 인사는 무려 125만여 명으로 집계됐다. 뉴욕타임스도 “기밀문서 관리 체계를 시급히 정비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이에 미 국방부도 당장 1급 기밀이 담긴 브리핑을 받는 정부 당국자 수를 제한하기 시작했다고 CNN은 전했다.

한편 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워싱턴DC에서 열린 특파원 간담회에서 미 정부의 대통령실 도청 의혹과 관련해 “지금까지 판단에 따르면 도·감청이 있었다고 확정할 만한 단서가 없다”며 “미국 측이 악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행동은 안한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가 아는 지식에서 공개된 (기밀) 자료가 사실과 부합하지 않다는 건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이 당국자는 미국 측 반응에 대해서도 “제가 만난 (미측) 상대방은 제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굉장히 곤혹스러워하고 미안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며 “최선을 다해 중간중간 공유하겠다는 약속도 했고, 동맹으로서 큰 누를 범한 것 같은데 오해가 없길 바란다는 성의 있는 말을 해왔다”고 전했다.

워싱턴=박현영·김필규 특파원, 임주리 기자 park.hy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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