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단 정상 각도, 2~3단 고각 발사, 북 미사일 요격 더 어려워져
북, 고체연료 ICBM 발사 파장
북한은 14일 조선중앙통신 등 관영 매체들을 총동원해 지난 13일 ‘화성-18형’ 시험발사가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눈에 띄는 부분은 시험발사의 세부 내용도 자세히 공개했다는 점이다. 매체들은 “1계단은 표준 탄도 비행 방식으로, 2·3계단은 고각 방식으로 설정하고 시간 지연 분리 시동 방식으로 미사일의 최대 속도를 제한하면서 무기 체계의 각 계통별 기술적 특성들을 확증하는 방법으로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1단은 정상 각도로, 2단과 3단은 고각으로 발사해 추력을 조절하며 고도와 비행 거리를 의도적으로 줄인 것으로 보인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는 “1단 분리 후 2단과 3단은 사거리를 1000㎞ 정도로 유지하기 위해 다시 고각 궤적으로 비행했고 탄두도 거의 수직으로 탄착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군 당국은 이번 미사일이 1000㎞를 날아간 상황에서 정점 고도는 3000㎞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파악했다. 고도만 보면 액체연료 ICBM 고각 발사 때의 절반 수준이다. 이에 대해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액체연료보다 추력 조절이 까다로운 고체연료 미사일을 쏘면서 비행 거리를 짧게 하려면 이런 방식을 채택해야 한다”며 “주변국 피해를 막으려는 의도를 보여주는 동시에 시험발사가 계획한 대로 이뤄졌다는 점을 과시하려는 듯하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일본은 정상 각도로 발사된 1단의 궤적을 토대로 미사일이 홋카이도에 떨어질 수 있다고 보고 대피 경보를 발령하기도 했다. 미사일이 정점에 올라갈 때까지 탄착 지점을 제대로 파악하는 데 애를 먹었다는 얘기다.
북한은 이날 관련 사진 26장과 발사 순간을 10차례 반복하는 영상도 공개했다. 고체연료의 기술 성숙도를 둘러싼 의구심을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이들 사진과 영상에서도 흰색과 황색의 화염이 사방으로 퍼지는 고체연료의 발사 순간 특성이 눈에 띈다. 붉은색 화염이 촛불처럼 모이는 액체연료 방식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북한은 단의 분리 과정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데도 공을 들였다.
대신 콜드런치는 제대로 발사되지 않을 경우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핫런치보다 더욱 정교한 기술이 요구된다. 북한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인 북극성 계열에 적용한 콜드런치 방식을 ‘화성-18형’을 통해 ICBM에도 처음 도입했다.
고체연료 미사일은 연료와 산화제를 섞어 고체화하는 과정이 까다로워 액체연료보다 개발이 어려운 반면 연료를 실은 채 장기간 보관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갖고 있다. 지하 시설에 숨겨놨다가 유사시 꺼내 즉각 발사할 수 있다는 뜻이다. 발사 징후 포착이 그만큼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이번에 공개된 사진에도 이 같은 은밀성이 드러나 있다. 북한은 이번에 ‘화성-18형’을 터널에서 이동시킨 뒤 호숫가 근처에서 쐈다. 고체연료에 콜드런치 방식이 결합되면서 발사 장소의 선택 폭 또한 넓어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기존 핫런치 방식 ICBM의 경우 발사 순간 화재와 지형 충격 등을 감안해 평양 순안공항 활주로에서 쏘곤 했다.
북한의 대미 위협 수위가 한층 높아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류 위원은 “액체연료 기반의 ‘화성-17형’과 고체연료 기반의 ‘화성-18형’이 역할을 달리하면서 미 본토를 겨눌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형화를 통해 최대한 많은 탄두를 떨어뜨릴 수 있는 ‘화성-17형’은 제1격용으로, 탄두 수를 줄이더라도 즉각 대응에 유리한 ‘화성-18형’은 제2격용으로 각각 활용하는 등 공격 옵션을 다양화할 수 있을 것이란 얘기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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