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부머 세대 도시탈출 행렬…기술·장비·소통 사전 준비가 성패 갈라 [불황에 늘어나는 귀농·귀어 창업]
SPECIAL REPORT
최근 코로나19 이후에도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2021년 귀농·귀촌인 수는 51만5434명으로 전년 대비 4.2% 증가했다. 귀농·귀촌인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13년 이후 두 번째로 많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귀농 증가패턴은 더는 일시적 현상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성주인 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경기 악화가 귀농인구 증가의 트리거가 된 건 맞지만, 코로나 사태 이전부터 귀농인구는 꾸준한 증가 흐름을 보여왔다”며 “농업에 대한 잠재성을 높게 보는 인식 변화와 베이비부머 세대의 뚜렷한 이도향촌의 움직임이 그 원인이고, 당분간은 이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2009년 이후부터 지금까지 수도권, 광역시 등의 도시에서 농촌으로의 순유입세는 증감은 있지만 지속되고 있다. ‘2021년 귀농·귀촌 동향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농촌경제연구원은 “토지가격 급증으로 집값 상승과 생활비 부담 증가가 도시지역의 압출요인으로 작용해 농촌으로의 이주를 가속화한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중요한 건 얼마나 귀농·귀촌에 성공해 정착하는가인데, 사실상 성공하기란 쉽지 않다. 경남 하동군에서 8년간 열대작물 농사를 지어온 박철경(52) 열대정글농장 대표는 불황기에 귀농을 택한 농업인 중 한 명이다. 박 대표는 “귀농한 첫 해에는 건강하지 못한 묘목을 속고 산 탓에 체리 묘목이 죄다 죽었다”며 “정보가 부족한 것도 있었지만 다시 갈아엎고 정상복구하는 데만 족히 3년은 걸렸다”고 말했다. 실로 한 순간에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는 게 현실이다. 농업 창업으로 양봉업과 스틱형 꿀 제조 공장까지 지으며 성공적으로 사업을 진행하던 임지헌 대표는 최근 보유 중이던 꿀벌이 모두 죽으며 큰 손실을 입었다. 이렇다보니 귀농하다 망해서 1년 만에 도시로 돌아가는 ‘역귀농 빚쟁이’도 꽤 있다는 게 귀농·귀촌인들의 얘기다.
전문가들은 ‘귀농 사전준비’에 무게를 둘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창길 교수는 “아무나 하는 것이 농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요즘엔 새로운 기술도 배워야 하고, 시설장비 등 기본 지식과 마을주민과의 소통도 필요하기 때문에 사전준비를 얼마나 했냐에 따라 귀농의 성공여부가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귀농·귀촌지원센터를 적극 활용하는 의지도 중요하고, 제도적으론 영농조합 같은 공동체를 활성화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귀어한 지 4년차인 이영한(30) 한 수산 대표는 귀어협동조합 덕을 톡톡히 본 케이스다. 이 대표는 “처음 땅 매입부터 모든 게 다 브레이크가 걸렸지만, 선배들이 닦아놓은 길을 가면서 기술적 부분에서 굉장히 도움을 많이 받아 지금은 대기업 연봉 부럽지 않게 벌고 있다”고 말했다. 비슷한 예로 경남 하동에서 노루궁뎅이 버섯으로 3년 만에 귀농에 성공한 원천 대표는 종균·배양기술을 옆 농가에 공유하며 정착을 돕고 있다. 성 연구위원은 “정주여건이 괜찮은 곳에 귀농인구가 모여 살 수 있도록 하고 인프라를 구축해주는 투자가 효율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신수민 기자 shin.su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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