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오리 친 한국 현대사의 증인이자 연구자
美 외교관으로 머물며 생생히 목도
한국에 깊은 애정과 냉철한 조언
박정희 정권 반대하다 추방 수모
DJ 납치사건 땐 키신저에 연락 구출
한국 정치 고전 ‘회오리의…’ 저술도
그레고리 헨더슨 평전/김정기/한울엠플러스/5만원
1948년 8월15일, 옛 중앙청 광장에서 많은 시민과 정부 관계자, 주한 외교사절들이 운집한 가운데 대한민국 정부수립 기념식이 거행되고 있었다. 연단 아래에는 군인들과 밴드가 자리했고, 큰 태극기를 배경으로 연단 위에선 한복을 입은 이승만 대통령과 군복을 입은 더글라스 맥아더 총사령관, 선글라스를 쓴 존 하지 장군을 비롯해 새 정부 수반과 내외빈, 내외신 기자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한국 현대사의 중요한 목격자이자 연구자인 미국인 그레고리 헨더슨의 일대기와 사상을 다룬 책 ‘그레고리 헨더슨 평전’이 최근 김정기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학부 명예교수에 의해 출간됐다. 모두 3부로 이뤄진 책은 헨더슨의 삶의 궤적과 한국과의 인연, 그가 본 한국 정치의 현실과 대안, 그의 사상과 실천을 종합적으로 조명한다.
1958년 봄 주한 미대사관으로 돌아온 그는 11월 정약용이 오랫동안 유배를 했던 전남 강진을 찾아서 그의 흔적을 답사하기도 했다. 곧이어 한국 현대사의 또 다른 변곡점이었던 1960년 4·19혁명과 박정희 그룹이 주도한 5·16쿠데타를 목도했다.
각종 언론 활동을 통해서 박정희, 전두환 군사정권에 실질적으로 저항하기도 했다. 그는 박정희의 10월 유신을 비판했고, 1973년 김대중 납치 사건 때에는 하버드대 제롬 코언 교수를 통해 헨리 키신저에게 연락해 김대중을 구출하도록 했다.
책은 1988년 68세의 나이에 돌연한 죽음을 맞기까지 한국인들에게 애정 어리면서도 냉철한 관찰과 조언을 멈추지 않았던 헨더슨이라는 인물로 우리를 이끈다. 평전과 논문 모음 중간 정도의 성격이지만, 한국 현대사의 증언자 헨더슨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김용출 선임기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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