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를 초월한 예술가…음악으로 삶을 완성한 류이치 철학을 엿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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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 달에서 반년쯤 정말로 음악을 뚝 끊고 농구에 몰두하면서 지냈다. 하지만 그러다 보니 내 안에서 뭔가가 빠져나간 듯한 허전함이 들었다. 처음에는 뭐가 빠졌는지 알지 못했지만, 금세 그게 음악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최근 암 투병 중 별세한 일본의 '음악 거장' 류이치 사카모토가 자서전에 소개한 중학교 1학년 때 일이다.
그는 당시를 떠올리며 "내 스스로 처음 음악을 적극 해보기로 결심했던 때, 내가 음악을 꽤 좋아하는구나라고 실감했던 때"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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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으로 자유로워지다 류이치 사카모토/양윤옥 옮김/청미래/1만8000원
“석 달에서 반년쯤 정말로 음악을 뚝 끊고 농구에 몰두하면서 지냈다. 하지만 그러다 보니 내 안에서 뭔가가 빠져나간 듯한 허전함이 들었다. 처음에는 뭐가 빠졌는지 알지 못했지만, 금세 그게 음악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책에 따르면, 류이치는 10대 시절 내내 음악을 공부하며 클래식 음악과 팝은 물론 현대음악으로까지 음악 세계를 넓혀갔다. 한때는 자신을 드뷔시의 환생이라고 여기기도 했지만 곧 서양 음악을 넘어 인도, 오키나와, 아프리카 등 민족음악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민중을 위한 음악’을 지향하며 전자음악에서 음악의 대중화 방안을 모색하기도 했다. 그가 영화음악으로 명성을 얻게된 계기가 된 영화 ‘마지막 황제’ 작업과정도 나온다. 애초 배우로 이 영화에 참여했던 그는 제국주의자 아마카스 마사히코 역할을 맡아 깊은 고민에 빠지고, 일제의 괴뢰국인 만주국의 흔적이 남은 촬영장에서 위화감을 느끼기도 했다. 그러던 중 베르톨루치 감독의 갑작스러운 요청으로 현장에서 사용할 생음악을 작곡한 것을 계기로 영화음악 전체를 맡게 됐다. 인터넷이 발달하지 못했던 당시 BBC와 NHK의 회선을 이용해 데이터를 주고받는 방식으로 2주 만에 음악을 만들어냈고, 그는 아시아 최초로 아카데미 음악상을 거머쥐었다.
항상 혁신적인 사운드를 추구해온 류이치는 삼림보전단체 ‘모어 트리즈(More Trees)’를 설립하는 등 환경과 평화 문제에도 목소리를 높였고, ‘도호쿠 유스 오케스트라’를 창립해 음악으로 동일본대지진 피해자를 지원하기도 했다.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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