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흔한 모래알이… 마피아까지 개입된 지구촌 쟁탈전으로

송용준 2023. 4. 15.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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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의 티끌, 하늘의 별, 그리고 바닷가의 모래.

모래는 그만큼 과거부터 강이나 바다, 사막에 가면 늘 구할 수 있는 흔하디흔한 것이었다.

문제는 1년 동안 소비되는 모래의 양이 세계 강에서 1년간 운반되는 토사량의 2배에 달한다는 것이다.

모래로 바다를 매립해 국토의 25%를 늘린 싱가포르는 그 과정에서 막대한 양의 모래를 수입했고 이는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의 심각한 모래 고갈 문제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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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전쟁/이시 히로유키/고선윤 옮김/페이퍼로드/1만6800원

땅의 티끌, 하늘의 별, 그리고 바닷가의 모래. 이 세상에 무수히 많은 것을 말할 때 비교하는 사물들이다. 모래는 그만큼 과거부터 강이나 바다, 사막에 가면 늘 구할 수 있는 흔하디흔한 것이었다.

그러나 현대에 들어서며 모래는 귀한 자원이 됐다. 모래가 문명 생활에 중요한 필수재로 탈바꿈하면서다. 건물을 지을 때 없어서는 안 될 콘크리트의 70%는 모래다. 각종 전자장비에 빠질 수 없는 부품이 된 반도체도 모래 없이는 만들 수 없다. 반도체 주원료인 실리콘을 모래에서 추출하기 때문이다. 안경, 물컵, 창문의 유리도 전부 모래가 주원료다. 현대 사회에서 모래 소비가 급증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중국과 동남아시아, 중동과 아프리카 등지에서 도시가 확장하며 매년 채굴되는 모래는 점점 더 늘고 있다. 이미 해마다 500억t의 모래가 채굴된다. 높이 5, 폭 1m의 모래 벽을 쌓는다면 지구를 125바퀴나 감을 수 있는 양이다. 이렇게 모래 사용이 급증하면서 전 세계 모래 거래 총량도 지난 25년간 6배나 늘었다.
이시 히로유키/고선윤 옮김/페이퍼로드/1만6800원
문제는 1년 동안 소비되는 모래의 양이 세계 강에서 1년간 운반되는 토사량의 2배에 달한다는 것이다. 사막의 모래를 쓰면 되지 않느냐고 하지만 아쉽게도 너무나 건조한 사막의 모래는 자원으로서 가치가 없다. 결국 인간이 필요로하는 모래는 점점 줄어들고 있는 셈이다. 일본의 환경 전문 기자 출신으로 도쿄대 등에서 강의한 저자는 현대 문명의 원천인 모래를 둘러싼 세계 여러 나라의 각축전을 살펴본다.

중국은 자국 내 모래가 부족해지자 대만과 북한의 모래까지 노리고 있다. 모래로 바다를 매립해 국토의 25%를 늘린 싱가포르는 그 과정에서 막대한 양의 모래를 수입했고 이는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의 심각한 모래 고갈 문제로 이어졌다.

이에 따른 피해가 커지면서 여러 나라가 모래 수출을 금지하자 불법 유통이 기승을 부리게 됐다. 모래를 불법으로 채굴해 매매하는 나라는 70개국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래를 유통하는 마피아 등 불법 조직이 늘어나면서 살인사건도 빈번하다. 수백 명의 희생자 중에는 모래 채굴 반대 활동가와 단속하는 경찰들도 많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과도한 모래 채굴은 심각한 환경 파괴로 이어지고 있다. 중국의 주요 철새 도래지인 포양호 인근 습지가 사라져 철새들은 보금자리를 잃었다. 모래사장이 사라지면서 바다거북이 산란할 곳도 크게 줄었다. 세계 곳곳의 어류, 갑각류도 줄어들고 있다. 모래 채굴이 2004년 스리랑카에서 발생한 쓰나미 피해를 악화했다는 국제단체의 보고서도 나왔다.

저자는 “아름다운 해변이 자취를 감추고, 생물이 쫓겨나가고, 강변의 침식으로 취락이 쓸려내려 가고, 섬이 수몰되고, 어장을 빼앗겨 어촌이 가난해지는 이야기는 모두 모래 채굴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들은 모두 모래 쟁탈전의 피해자”라고 개탄한다.

송용준 기자 eidy01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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