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수라는 악마의 유혹…연극 '파우스트'[강진아의 이 공연P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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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와 여행을 함께 하시겠다면 기꺼이 당신의 종이 되어드리겠습니다. 어떤 인간도 겪지 못한 특별한 세상을 경험시켜 드리지요."
그날 밤, 악마의 유혹에 빠진 건 파우스트만이 아니었다.
파우스트에게 당신의 종이 되겠노라 달콤한 말을 속삭이며 계약에 성공하곤 그의 등 뒤로 비릿하고 서늘한 시선을 드리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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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저와 여행을 함께 하시겠다면 기꺼이 당신의 종이 되어드리겠습니다. 어떤 인간도 겪지 못한 특별한 세상을 경험시켜 드리지요."
그날 밤, 악마의 유혹에 빠진 건 파우스트만이 아니었다. 악마 메피스토의 옷을 꼭 맞춰 입은 배우 박해수는 무대를 쥐락펴락하며 1300여석의 객석을 홀렸다.
지난달 31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에서 개막한 연극 '파우스트'에서 박해수는 물 만난 물고기였다. 연극으로 데뷔해 본래 대학로에서 이름을 날렸던 그는 그동안 참아왔던 갈증을 채우듯 5년여 만에 돌아온 무대를 장악했다.
'악마의 장난'을 치며 장난기 가득한 능청스러운 얼굴 뒤엔 차갑고 섬찟한 눈빛이 숨어있다. 파우스트에게 당신의 종이 되겠노라 달콤한 말을 속삭이며 계약에 성공하곤 그의 등 뒤로 비릿하고 서늘한 시선을 드리운다. 간악한 뱀의 얼굴처럼 혀로 입술을 날름거리고, 냉소를 보이며 기이한 웃음소리로 낄낄거린다.
단숨에 시선을 사로잡으며 매력적인 메피스토를 완성한 박해수는 무대의 지휘자였다. 리듬을 타는 걸음걸이와 춤추는 듯한 몸짓으로 지휘자처럼 두 손을 휘저으며 끊임없이 인간의 욕망을 자극하고 지배한다. 손짓 하나로 시간을 멈추게 하고 물을 포도주로 만들며 사람들에게 달콤한 환각을 선사한다.
그와 피로 계약한 파우스트에겐 마녀의 약으로 젊음을 주고 죄의식을 꺼트린 채 쾌락의 바다에 침몰시킨다. 단순한 욕망의 지배자는 아니다. 메피스토는 자신과 비슷한 인간의 또다른 얼굴을 드러내는 촌철살인 같은 대사를 꽂는다. 진지함 속에 익살스러움은 이어진다. 박해수가 출연한 넷플릭스 '수리남'의 대사 "식사는 잡쉈어~?"가 불쑥 튀어나오는 등 유머와 재치로 분위기를 풀어지게 한다.
괴테가 60여년에 걸쳐 쓴 역작이다. 인간의 본능과 삶의 철학을 짚는 무게감 있는 고전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했다.
노학자 파우스트 역의 유인촌이 이끄는 1막에서 깊이 있는 고전의 말맛을 살렸다면, 젊은 파우스트 역의 박은석과 그레첸 역의 원진아가 등장하는 2막은 색깔을 입혀 좀더 현대적이다. 인생의 무상함을 고뇌하면서도 악마에게 호기심 어린 눈빛을 반짝이는 유인촌이 노련한 연기로 박해수와 카리스마 대결을 펼치는 팽팽한 장면들이 흥미롭다.
28m 폭으로 무대 뒤편에 거대하게 펼쳐진 LED 패널을 활용한 것도 눈길을 끈다. 영상은 26번 전환되며 수시로 변화한다. 2막에서 주로 그레첸의 방이 영상 속에서 등장하는데, 무대 뒤편의 세트에서 배우들이 연기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촬영해 송출한다. 무대 위 메피스토와 영상 속 젊은 파우스트가 대화를 나누는 등 색다른 연출로 공간적 입체감을 더했다.
이번 작품은 '파우스트'의 1부만을 다뤘다. 때문에 온전한 끝맺음은 아니다. 2막의 젊은 파우스트와 그레첸의 서사 전개엔 몰입하기 어려운 구석도 있다. 배우 모두 원캐스트로, 오는 29일까지 공연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aka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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