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직원 사비로 도시락 준비, 서장실 안엔 고급 침대...징계도 안한 경찰청

강민경 2023. 4. 15.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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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직장 내 괴롭힘을 단속해야 할 경찰, 그중에서도 간부인 경찰서장이 부하 직원에게 지속적인 갑질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경찰청은 이 서장에 대한 징계는 과분하다며 경고만 하고 넘어갔는데요.

그런데 YTN 취재 결과 이 서장이 직원에게 사비로 과일 도시락을 싸도록 에둘러 압박하는가 하면, 예산 꼼수를 부려 서장실에 수백만 원짜리 고급 침대와 운동 기구를 들여놨다는 증언도 새로 나왔습니다.

강민경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지난해 8월, B 총경이 신임 서장으로 온 뒤 서울 영등포경찰서 경리계장 A 씨에겐 하루하루가 악몽 같았습니다.

규정에 없거나, 규정을 어겨야 따를 수 있는 지시가 쉴 새 없이 쏟아졌습니다.

서장은 현장 출동을 나가면 배가 고프다며 간식을 요구했고,

비용 처리 규정이 따로 없어 A 씨는 사비로 과일을 사서 손수 도시락을 쌌습니다.

[A 씨 / 영등포경찰서 경리계장 : 과장님께 말씀을 드렸더니 알아서 하라고. 그렇게 해서 제가 과일 도시락 그런 걸 준비하게 된 거에요. 주말에도 과일 깎아서 해서 가져다주고. 사비로 과일이나 간식을 준비한 건 50여만 원 정도 됩니다.]

서장 지인의 경조사비를 대신 내기도 했습니다.

예산 처리가 불가능하다는 말을 수차례 전해도, 묵묵부답이었습니다.

B 서장의 갑질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YTN이 확보한 비용 처리 관련 문서입니다.

직원들이 쓰는 체력 단련실에 놓기 위해 120만 원짜리 운동 기구를 샀다고 적혀 있지만, 실제로 설치된 곳은 서장실이었습니다.

서장실에는 최근 최고급 침대도 새로 들어온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 현직 경찰관 : 서장 내실에 보면요. 퀸사이즈의 시몬스 침대가 새로 들어온 것을 봤고, 또 TV 앞에 사이클, 이제 본인 개인 운동 한다고 사이클이 새로 들어온 걸 제가 봤거든요.]

2백만 원이 넘는 침대값을 충당하기 위해 직원들은 다른 가구의 구매가를 부풀렸다고 증언합니다.

엄연한 꼼수이자 예산 착복입니다.

[A 씨 / 영등포경찰서 경리계장 : 금액을 녹인다는 표현을 쓰거든요. 그런 식으로 나눠서, 분산해서 결제하게 되는 시스템으로 합니다.]

경리 책임자로서 B 서장의 요구에 거듭 반발하던 A 씨에게 돌아온 건 지난해 하반기 근무 평가 최하위 평점.

또, 직원이 6명밖에 없는 경리계가 둘로 나뉘더니 한쪽에만 업무가 배정되면서, A 씨는 사실상 업무에서 배제됐습니다.

참다못한 A 씨는 지난달 초 경찰청 내부비리신고센터에 B 서장을 신고했지만, 감찰 결과는 '경찰청장 직권의 경고' 처분에 그쳤습니다.

징계가 아닌, 구두로 하는 주의 수준입니다.

도시락 준비는 A 씨의 자발적 행동으로 결론 났고, 대납한 경조사비 일부를 감찰 직전 B 서장이 돌려준 게 영향을 줬습니다.

A 씨는 현재 병가를 냈는데, 일터로 돌아가면 다시 B 서장 아래서 일해야 합니다.

[A 씨 / 영등포경찰서 경리계장 : 도둑질하고 돈 돌려주면 범죄가 없어지는 게 되는 것이잖아요. 그런 걸 단속하는 기관에서 이 정도 경고로 끝낸다는 것은 저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B 서장은 YTN과의 통화에서 '경고' 처분을 받아들인다면서도, 구체적인 의혹을 묻자 전부 부인했습니다.

YTN 강민경입니다.

YTN 강민경 (kmk0210@ytn.co.kr)

촬영기자: 이승창

영상편집: 안홍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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