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마술사' 신카이 감독, 한국 관객을 사로잡다
보편적 정서·메시지 기대감 충족…日애니 열풍·한국 영화 침체도 한몫
(서울=연합뉴스) 김정진 기자 = 일본 애니메이션 대표 주자인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스즈메의 문단속'으로 또 한 번 한국 관객을 사로잡았다.
15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스즈메의 문단속'은 '더 퍼스트 슬램덩크'를 꺾고 역대 국내에서 개봉한 일본 영화 중 최고 흥행작에 올랐다.
이로써 신카이 감독은 '더 퍼스트 슬램덩크'에 빼앗겼던 일본 영화 최고 흥행작 타이틀도 탈환했다. 신카이 감독의 '너의 이름은.'은 2017년 개봉 당시 일본 최고 흥행작에 등극했으나, 지난달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그 기록을 갈아치운 바 있다.
'스즈메의 문단속'의 인기를 두고는 신카이 감독 팬덤과 작품 자체의 높은 완성도, 일본 애니메이션 열풍과 맞물린 한국 영화 침체기 등 여러 요소가 맞물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애니메이션계를 대표하는 감독 중 한 명인 신카이는 '초속 5센티미터'(2007)를 시작으로 한국에서도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후 '별을 쫓는 아이'(2011), '언어의 정원'(2013), '너의 이름은.'(2016), '날씨의 아이'(2019) 등 꾸준히 새 작품으로 한국 관객을 찾았고 대부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신카이 감독은 판타지적 설정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실제 일본 내 지역을 그대로 옮겨낸 듯한 공간적 배경을 활용하고, 소소해 보이는 이야기 속에 극적인 상황을 그려내며 독창적인 세계관을 선보여왔다.
특히 아름다운 색감을 활용한 섬세한 작화와 서정적인 분위기는 그에게 '빛의 마술사'라는 수식어를 주기도 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과거 미야자키 하야오가 작품을 내면 마치 블록버스터처럼 많은 사람이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보는 흐름이 있었다. 지금은 신카이 마코토가 그 바통을 이어받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신카이 감독에 대한 기대감은 '스즈메의 문단속' 개봉 초기 흥행세에 힘을 불어넣었다. '스즈메의 문단속'은 개봉 첫날 하루 만에 14만3천여 명의 관객을 모으며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했고, 개봉 6일 만에 누적 관객 100만 명을 돌파했다.
그러나 흥행세가 지속될 수 있었던 데에는 작품의 높은 완성도와 메시지가 가진 보편성이 있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신카이 감독의 전작 '날씨의 아이'는 개연성 미흡에 대한 지적이나 지극히 일본적인 설정과 분위기로 호불호가 갈리면서 총 74만여 명 관객을 모으는 데 그쳤다. 그러나 이번 작품은 '너의 이름은.'처럼 해외에서도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와 감정선을 가지고 있었기에 흥행에 성공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이 작품은 동일본 대지진에 대한 이야기로 보이지만 세계적 재난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연상시키는 지점들이 존재한다. 또 일본만의 정서로 문제를 풀어나가는 게 아니라 보편적인 해법을 만들어가려 노력한 점도 있다"고 분석했다.
'스즈메의 문단속'이 세운 기록에는 이처럼 작품 내적인 요소 외에도 '더 퍼스트 슬램덩크'부터 이어진 일본 애니메이션에 대한 국내 관객의 기대감, 한국 영화가 좀처럼 성적을 내지 못하는 상황도 일정 부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올 1월 4일 개봉한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입소문을 타고 관객을 끌어모으며 석 달 이상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유지했다.
허남웅 영화평론가는 "'스즈메의 문단속'이 개봉할 당시 '더 퍼스트 슬램덩크'로 일본 애니메이션에 대한 젊은 세대의 기대감이 올라간 상황이었다"면서 "두 작품이 완전히 다른 분위기와 이야기를 보여주면서 일본 애니메이션의 다양한 매력을 보여준 셈"이라고 진단했다.
김성수 평론가는 "'스즈메의 문단속'은 사실상 '빈집 털이'를 한 것"이라며 "한국 영화들이 예전만큼의 뭔가를 보여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경쟁할 작품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stop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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