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참사 이후 10여년의 추적
김선미 2023. 4. 15. 00:20
마쓰모토 하지무 지음
김현욱 옮김
글항아리
2005년 4월 25일 일본 효고현에서 JR 후쿠치야마선이 탈선해 아파트에 충돌했다. 사망자 107명, 부상자 562명. 일본에서 2차세계대전 이후 네 번째로 많은 사상자가 나온 대참사였다. 열차 운행 회사 JR 서일본은 “운전사가 브레이크를 늦게 걸었다”며 개인의 실수 탓을 했다. 사장은 사과 한마디 하지 않았다.
당시 고베신문 기자였던 저자는 부인과 동생을 잃은 유족 아사노 야사카즈의 시선으로 사고 후 10여 년을 쫓았다. 도시 계획 전문가인 아사노는 애통함을 애써 묻어두고 이성적으로 사고에 접근한다. 1995년 고베 대지진 뒤 도시 복구·재생을 위해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에 몰두했다. 그는 “사고를 교훈 삼아 더 나은 사회를 만들게 하는 것이 유족들의 사회적 책무”라고 외쳤다.
아사노는 운전사의 실수 이면에 근본적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JR 서일본이 적자 노선을 떠안은 뒤 수익을 높이기 위해 철도 시간표를 밭게 편성했고, 자동 열차 정지 장치의 새 버전도 설치하지 않았다. 실수한 직원에게 매일 시말서를 쓰게 하는 등 징벌 문화가 만연했다. 아사노의 지적은 세월호 참사, 대구 지하철 참사 등을 겪은 우리 사회에도 경종을 울릴 만하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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