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졌잘싸'란 이런것!" 불굴의 임종훈,'세계1위'판젠동에 3대4석패...아까운 결승행[WTT챔피언스]

전영지 2023. 4. 15.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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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자(c)Xinhua/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대한민국 톱랭커' 임종훈(25·한국거래소·세계 13위)이 '세계랭킹 1위' 판젠동(25)을 상대로 역대급 랠리 끝에 아깝게 패했다.

임종훈은 14일(한국시각) 중국 후난성 신샹에서 열린 2023 월드테이블테니스(WTT) 챔피언스 신샹 남자단식 4강에서 '만리장성 최강 에이스' 판젠동(세계 1위)에게 게임스코어 3대4(8-11, 6-11, 11-5, 10-12, 11-8, 11-6, 9-11)로 석패했다.

세계 13위 '왼손 에이스' 임종훈은 이번 대회 파죽지세였다. 16강에서 '일본 천재' 세계 3위 도모카즈 하리모토를 돌려세우며 8강에 오른 '왼손 에이스' 임종훈은 8강에서 까다롭기로 유명한 '프랑스 10대 톱랭커' 알렉시스 르브렁(세계 22위)을 3대1로 꺾고 준결승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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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훈은 이날 세계 최강 판젠동을 상대로 패기만만하게 맞섰다. 지난달 대표팀 후배 조대성(삼성생명)이 WTT스타스텐더 고아 2023 32강에서 판젠동과 풀게임 접전 끝에 4대3으로 승리한 후 '월드클래스' 주세혁 감독이 이끄는 남자대표팀, '초상승세 에이스' 임종훈이 한국탁구의 숙원, 만리장성 타도 최전선에 나섰다. 중국 안방 만원 팬들의 "판젠동 짜요!" 응원이 쏟아지는 일방적인 분위기 속에서 1게임 먼저 3점을 따내며 기선을 제압했다. 3-0, 4-1, 7-3으로 앞서나갔다. 그러나 판젠동에게 잇달아 백드라이브를 내주며 7-7까지 추격을 허용했다. 판젠동의 서브게임에 밀리며 리시브 미스로 7-9 역전을 허용했고 8-11로 1게임을 내줬다.

2게임 초반 3점을 내줬지만 4-5까지 따라붙으며 팽팽한 흐름을 이어갔다. 그러나 임종훈의 리시브 범실과 판젠동의 영리한 코스 공략이 이어지며 6-10으로 밀렸고 엄청난 템포의 눈부신 불꽃 랠리 끝에 아깝게 게임포인트를 내주며 6-11, 2게임도 내줬다.

그러나 순순히 물러날 뜻은 1도 없었다. 3게임 임종훈이 바나나플립으로 첫 득점하며 반전을 꾀했다. 강력한 백드라이브로 2-1우위를 점했고 일진일퇴의 랠리를 이어갔다. 3-2 상황에서 점수를 벌릴 찬스를 잡았지만 판젠동에게 네트의 행운까지 따랐다. 판젠동이 이어진 혼신의 포어드라이브로 4-3, 승부를 뒤집었지만 임종훈이 또다시 4-4로 따라붙었고, 강력한 포어드라이브로 2연속 득점하며 6-4로 다시 경기를 뒤집었다. 이어진 파워 랠리에서 승리하며 7-4까지 앞섰다. 임종훈이 6연속 득점하며 8-4까지 앞서갔고, 백드라이브 맞대결을 이겨내며 결국 11-5로 3게임을 가져왔다. 게임스토어 1-2, "짜요" 함성이 조금 잦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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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게임, 명불허전이었다. 임종훈이 상대의 허를 찌르는 코스 공략으로 2-0, 4-2로 앞서갔다. 당황한 판젠동의 범실이 나왔다. 포기를 모르는 임종훈의 플레이, 판젠동의 볼이 또다시 네트에 걸리며 임종훈이 5-2로 앞서나갔다. 세계 1위를 상대로 쉬운 포인트는 단 1점도 없지만 파이팅 넘치는 플레이와 영리한 두뇌 싸움으로 매 포인트 혼신의 힘을 다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어진 역대급 랠리, 임종훈은 중국 최강 판젠동에게 한치 밀림이 없었다.

끝날 것같지 않던 뜨거운 랠리, 판젠동의 드라이브가 테이블을 벗어났고 임종훈이 6-3으로 앞서나갔다. 팬들의 우레와 같은 갈채 속에 WTT 해설자는 "팬들의 티켓 값이 전혀 아깝지 않는 환상적인 플레이"라고 극찬했다. 임종훈은 자신감이 넘쳤다. 위기감을 느낀 중국 홈팬들의 "짜요!"함성이 뜨거워졌지만 임종훈은 흔들림 없는 플레이로 8-5로 점수차를 벌렸다. 그러나 또다시 이어진 랠리에서 로빙볼 대결 끝에 판젠동이 포어드라이브를 날리며 8-6으로 따라붙었고, 랠리를 따낸 후 멘탈을 잡은 판젠동의 기세가 올랐다. 8-8으로 따라붙더니 9-8로 경기를 뒤집었지만 임종훈이 "자신 있게" 하라는 주세혁 감독의 주문대로 꼿꼿한 정신을 유지하며 10-9, 게임포인트를 가져왔다. 그러나 듀스 게임에서 판젠동이 2연속 득점하며 12-10으로 승리했다.

5게임도 팽팽했다. 포핸드, 백핸드 맞대결이 점입가경. "과감하게!"하라는 주세혁 감독의 주문이 이어졌고, 임종훈은 2-4로 밀리던 포인트를 4-4 원점으로 돌렸다. 판젠동의 톱스핀 공격이 성공하자 임종훈이 포어드라이브로 응수했다. 강력한 백으로 상대 공격을 받아치며 6-5, 7-5로 경기를 뒤집었고, 포어드라이브 랠리의 압박을 이겨내며 8-5, 3점차로 점수를 벌렸고 결국 11-8로 승리했다.

6게임에서도 눈부신 플레이가 이어졌다. 2-2 상황에서 빛의 속도로 오간 두 차례 랠리의 승자는 임종훈이었다. "정말 쇼킹하다. 엄청난 에너지, 이 랠리를 믿을 수 없다"는 해설자들의 탄성이 이어졌다. 4-2, 7-5, 백핸드 공격에 판젠동의 범실이 이어졌고 임종훈의 "초레이!"가 울려퍼졌다. 11-6으로 6게임을 가져왔다. 게임스코어 3-3,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마지막 운명의 7게임 임종훈은 끝까지 강공으로 몰아쳤다. 2-2, 3-3, 4-4,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흐름, 그러나 리시브 미스로 4-5, 역전을 허용한 후 판젠동이 기세를 가져갔다.

판젠동이 내리 3득점하며 4-7로 밀리던 상황에서 임종훈이 다시 1점을 만회하자 다급해진 중국 벤치가 타임아웃을 요청했다. 그러나 임종훈이 톱스핀으로 상대 테이블 구석을 공략하며 7-6으로 따라붙었다. 이어진 백드라이브 공격, 8-8 다시 균형을 맞췄다. 누구도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경기, 일방적인 흐름에 익숙한 중국을 모처럼 긴장시킨 경기였다. 그러나 세계 최강 판젠동이 긴장감을 이겨내며 매치포인트를 가져갔다. 9-11, 판젠동으로서는 가슴을 쓸어내릴 법한, 천신만고 끝의 결승행, 임종훈으로서는 너무도 아깝고 아쉬운 패배였다.

캡처=SPOTV

대전 동산중고 출신 실업팀 KGC인삼공사의 간판스타로 활약해온 '왼손 에이스' 임종훈은 3월 말 항저우아시안게임 국가대표 1차 선발전에서장우진에 이어 2위로 태극마크를 달았고, WTT 챔피언스 출전 직전 '레전드' 유남규 감독이 이끄는 부산 연고의 한국거래소로의 이적을 알린 후 다시 눈부시게 날아올랐다. 일본 톱랭커, 유럽 톱랭커에 이어 세계 최강 판젠동까지 바짝 긴장 시키는 불꽃랠리로 향후 활약에 기대감을 품게 했다 .

캡처=SPOTV

한편 임종훈-판젠동에 앞서 열린 리앙진쿤(중국·세계 7위)-린윤주(대만·세계 10위)의 준결승에선 리앙진쿤이 게임스코어 4대2(5-11, 9-11, 11-5, 14-12, 8-11, 4-11)로 승리했다. 전세계 남녀 32강 '별들의 전쟁' WTT 챔피언스 결승전은 결국 중국 선수간 맞대결로 귀결됐다. 대한민국 탁구는 비록 이번에도 만리장성을 넘지 못했지만 역대급 균열을 내는 데는 성공했다. '졌잘싸'란 이럴 때 쓰는 말이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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