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4걸음만 더 내디디면 호날두를 아래로[최규섭의 청축탁축(清蹴濁蹴)]
자랑스러운 한국인 손흥민(31·토트넘 홋스퍼)이 또 하나의 큰 걸음을 내디딘다. 필요한 작은 걸음 수는 셋이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7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 고지 등정의 야망을 불태울 걸음걸음이다.
그뿐이랴. 그곳에서 한 걸음만 더 나아가면 또 하나의 높은 산봉우리를 넘어선다. ‘거봉(巨峯)’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8·알나스르)를 제치고 올라설 ‘고봉(高峯)’이다.
2023년 4월 8일(현지 일자), 손흥민은 새 지평을 열었다. 브라이턴 & 호브 앨비언전에서, 토트넘 역사상 최초로 100골-50어시스트 클럽을 창출했다. 토트넘이 141년의 연륜을 쌓는 동안, 그 누구에게도 범접을 허락지 않았던 처녀지에 처음으로 발길을 들여놓았다.
손흥민과 ‘영혼의 짝꿍’을 이루는, 토트넘의 에이스인 해리 케인(30)조차도 밟지 못한 높디높은 산이다. 통산 득점 3위(206골)를 달리는 케인은 2020-2021시즌 도움왕(14개)에 올랐을 만큼 어시스트에도 능하다. 그런 케인이지만, 통산 어시스트에선 50개에 미치지 못한다(45개). 곧, 아직 100골-50어시스트 클럽 가입 요건을 충족하기엔 상당한 거리가 있다.
이제, 손흥민은 용솟음치는 기세를 몰아 ‘기록 수집’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투혼을 불사른다. 7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 과녁에 명중함은 물론, 가로막은 호날두의 벽마저 뚫겠다는 야망을 감추지 않는다.
7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 고지 등정에 필요한 걸음 수는 3
손흥민은 2016-2017시즌부터 2021-2022시즌까지 ‘꿩(골) 잡는 매’의 뛰어난 사냥 솜씨를 뽐냈다. 데뷔 첫 시즌(2015-2016) 적응기(4골)를 거친 뒤 다음 시즌부터 6시즌 내리 10골 이상씩을 터뜨렸다. 지난 시즌엔, 23골을 폭발시키며 당당히 골든 부트를 품안에 안았다. 물론, 아시아인 최초의 득점왕 등극이었다.
14→ 12→ 12→ 11→ 17→ 23골, 대체로 상승세의 득점 곡선이었다. 이번 시즌엔, 가파르게 내리막 곡선을 그렸다. 뜻밖의 부상(안와 골절)에 발목을 잡힌 영향이 무척 크게 작용했다. 부상의 늪에서 허덕이며 타깃 적중이 어려울 듯 보였다.
그러나 손흥민은 역시 근성과 잠재력이 굉장한 공격수였다. 요즘 몸놀림에선, 부상 후유증에서 완전히 벗어났음을 엿볼 수 있다. 기록상으로 입증된다. 최근 EPL 4경기에서, 2골 1어시스트의 맹위를 떨쳤다. 경기당 평균 1개에 가까운(0.75) 공격 포인트를 수확한 데서, 상승세의 반전에 접어들었을뿐더러 예전의 걸출한 풍모를 되찾았음이 엿보인다.
이번 시즌, 토트넘은 8경기를 남겨 놓고 있다. 직전 4경기 성적을 단순 대입했을 때, 손흥민이 남은 경기에서 결실할 공격 포인트는 6개다. 득점으로 국한한다면, 4골이다. 산술적 근거에서 내다볼 수 있는 장밋빛 희망이다.
손흥민이 3골, 더 나아가 4골을 뽑아낸다면 ‘신계의 사나이’로 불리는 호날두를 뛰어넘는다. EPL 통산 득점 기록사에서, 호날두보다 더 형형한 빛을 발할 수 있다.
손흥민은 아시아인 최초로 EPL 100골 고지에 올라섰다. EPL 전체로 보면 서른네 번째였다. 그런데 외국인 선수로 외연을 좁히면, 열네 번째 100골 클럽 가입이었다. 즉, 외국인 선수로 국한하면 14위에 자리한 손흥민이다.
손흥민 바로 위에 랭크된 외국인 선수가 호날두다. 그 거리는 세 걸음에 불과하다(표 참조). 그러니까, 손흥민이 4골을 추가하면 호날두 위로 올라설 수 있는 작은 격차일 뿐이다.
이번 시즌 종반부에 들어선 손흥민은 ‘두 마리 토끼’를 손안에 넣으려 한다. 이번 시즌을 결코 헛되이 보내지 않았음을 스스로 입증하겠다는 마음가짐이다. 그 열망의 첫걸음을 15일 오후 11시(한국 시간) 홈(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치를 AFC 본머스전에서 내디딘다.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할 중요한 한판이다.
전 베스트 일레븐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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