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가 왜 한미훈련 반대하나, 회사와 상생 방향 찾아야”
MZ노조 진격, 제3 노조 위원장 만나보니
송시영 서울교통공사 올바른노동조합 위원장(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부의장)은 질문부터 던졌다. 노조는 노동자의 권익 향상을 위해 존재해야 함을 강조하기 위한 반문이었다. 그는 “노동자의 처우 개선을 위해 회사와 대화를 하고, 그러면서 상생의 방향을 찾는 게 노조의 본질”이라며 “그 본질을 되찾는 게 우리가 갈길”이라고 밝혔다.
‘MZ노조’가 뜨고 있다. 조합원 수로 따져 제1 노총인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제2 노총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에 이은 ‘제3의 노조’라고도 부른다. 가히 ‘제3의 노조’가 부르는 ‘제3의 물결’이라고 부를만하다. 제3의 노조들을 만났다.
“또다른 갈등 부추기는 집단” 우려도
Q : 교섭권을 갖게 된 이유라면.
A : “기존 노조의 투쟁 이미지를 버렸다. 대화와 타협, 그리고 투명성을 강조한 것이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 노조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확성기 틀어 ‘동지! 동무!’ 소리를 지르는 것. 나부터 거부감이 드는데 누가 그런 노조에 들어가고 싶겠나”
Q : 보통 MZ노조로 부른다.
A : “우리 스스로가 MZ노조라고 칭한 적은 없다. 다른 제3의 노조 위원장들이 젊어서 MZ노조라고 부르는 것 같다. 우리 노조의 연령대를 보면 30대 중반 이상이, 직급으로 봐도 과장급 이상이 가장 많다. 젊은 세대만을 위한 노동조합이라는 이미지가 박히면 다양한 연령대 사우들이 참여를 머뭇거리실까 조심스럽다. 다만 MZ노조라는 단어가 기성 노조와는 다를 것이라는 기대감을 주고, 연대와 투쟁보다 공정과 투명성을 외치는 젊은 세대들의 가치관이 우리와 결이 비슷하다는 점에서 부정하지 않을 뿐이다.”
다른 MZ노조인 LG에너지솔루션 연구기술사무직노조의 전승원 위원장은 1963년생이다. MZ세대와는 머나먼 연배다. 하지만 “30여년 동안 LG그룹을 다니면서 임금상승에 대한 목소리를 낼 기회가 없었는데 후배들은 그러지 않길 바란다”고 전했다.
금호타이어 사무직노조도 제1 노조는 아니지만 지난해 9월 생산직만 갖고 있던 교섭권을 갖게 됐다. 김한엽 위원장은 “사무직 노동자는 그동안 노조가 없어 노사 합의가 일방 통보로 이뤄져 왔다”고 전했다.
Q : 전남지방노동위원회가 교섭권을 인정해줬다.
A : “사측이 서울행정법원에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교섭권을 법원이 또다시 인정해준 것이다.”
A : “생산직 노동자는 노조를 통해 협상하고 그 결과를 반영하지만, 사무직 노동자는 노조가 없어 교섭 결과를 적용받지 못했다. 적용받더라도 생산직 단체협약과는 별도였다. 지난해 교섭 결과였던 격려금 100만원 지급 대상에서 배제됐고, 연차 미사용수당은 못 받게 됐다. 그런데 사무직만 임금피크제 적용을 받는 등 여러 차별 요소들이 있었다. 사무직 노동자의 회사에 대한 충성도 향상, 업무효율 증대, 인재 유출 방지 등을 위해 나선 것이다.”
송시영 서울교통공사 올바른노조 위원장은 영업본부 산업안전위원회 근로자 대표 선거를 치른 뒤 한껏 고무돼 있었다.
Q : 양대 노총 후보가 단일화를 했는데도 이겼다.
A : “보통 2위와 3위 후보가 단일화를 하는데, 1위와 3위 후보가 뭉쳤다. 그런데도 우리 노조의 허재영 후보가 창사 이래 첫 근로자 대표 선거에서 이겼다.”
Q : 승리 이유를 꼽자면.
A : “노조다운 노조의 목소리를 대변하지 못한 기존 노조의 편향성에 노조원들이 염증을 느끼지 않았겠나. 800명의 기존 노조의 조합원들도 우리 쪽에 대거 표를 던진 건 의미가 크다.”
MZ노조의 협의체인 새로고침협의회 유준환 의장은(LG전자 사람중심노동조합 위원장)은 “새로고침협의회 설립 이전부터 비정규직, 소규모 사업장, 예비 노동자의 의견도 수렴하자는 논의를 지속해 왔다”며 “빠르면 올해 상반기 안에 사업들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지속성을 갖추고 노동 시장 변화의 한 축이 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이처럼 기존 노조가 노동자들의 피로감을 끌어올리자 자율·공정·상식·새로움을 핵심 가치로 내건 MZ노조의 목소리가 더욱 힘을 얻고 있다는 분위기다. 회사원 이철현(34·서울 동대문구)씨는 “시위가 필요하다는 것은 알지만 빨간 두건을 쓰고 길을 막은 채 악을 쓰며 투쟁하는 노조들의 모습을 보면 반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노동자의 목소리를 내는 게 아니라 정치적 결정에 힘을 쓰고 싶어하는 것으로 보일 때도 잦다”고 밝혔다. 사무직으로 근무하다가 프리랜서가 된 김민영(32)씨는 “회사 다닐 때 불합리했던 일들이 많았는데 그때 기존 노조는 정치 투쟁하느라 바빴다. 교육을 한답시고 현 정부 욕만 하고 참석하지 않으면 눈치를 주기도 했다”며 “MZ노조는 기존 노조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까지 낼 수 있으니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문가 “지향점 명확히 보여줘야”
MZ노조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회사원 김성연(37)씨는 “결국 기존 노조처럼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만든 조직 아니냐”라며 “자신들의 원하는 바를 이루면 금방 와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회의적인 언급을 했다. 이런 의견에 대해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새로운 노조들이 보인 지금까지의 모습은 개개인의 영달을 추구하는 것 이상으로 보이진 않는다”며 “자신들이 아닌 다른 집단까지 보살필 줄 아는 모습이 보충되지 않으면 또 다른 갈등을 부추기는 이익집단의 출현으로 보일 수 있는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지순 고려대학교 법학전문 대학원 교수는 “MZ노조의 출현을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경제와 사회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과 근로조건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또 “연대성보다는 공정성, 집단성보다는 개별성을 추구하는 새로운 노조시대의 물결은 예전으로 돌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MZ노조의 출현이 한때로 끝나지 않고 지속성을 갖기 위한 조언도 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 연구소 교수는 “기존 노조가 바람직한 문화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새로운 노조가 지향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명확히 보여줘야 한다”며 “상대적으로 대기업이나 공공부문에 치중돼 있고 아직은 비정규직, 중소기업 등 자신들보다 더 열악한 상황의 노동자들은 대변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보인다”고 분석했다.
기존 노조와 상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노무사 출신인 김남석 변호사는 “기존 노조가 무조건 악이라는 인식은 위험하다”며 “합법적인 테두리 내에서 이뤄지는 노조 활동에 대해서는 배울 점이 분명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지순 교수는 “소위 말하는 블루칼라와 화이트칼라의 임금체계나 상황이 다를 수밖에 없다”며 “각자의 영역에서 대표성을 견지하면 건강한 노조 사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한노총 42%, 민노총 41%, 미가맹 16%…MZ노조, 양노총 균열 파고들어
「 우리나라의 노동조합은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양분해 왔다.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도 그렇다. 그러나 조금씩 균열의 틈이 보인다. 지난해 12월 고용노동부의 ‘2021년 전국 노동조합 조직현황’에 따르면 전체 조합원 수는 293만 3000명이다. 한국노총 123만8000명(42.2%), 민주노총 121만 3000명(41.3%), 미가맹(상급단체 없음) 노동조합 47만 7000명(16.3%) 등으로 나타났다. 양대 노총의 조합원 수는 전체 노조원의 83.5%로 압도적이다.
한국노총은 조합원 규모에서 민주노총에게 빼앗겼던 ‘제1 노총’ 자리를 3년 만인 2020년에 탈환했다.
한국노총은 제1 노총 지위를 유지하면서 노정 관계에서 존재감이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한국노총 산하 한국연합건설산업노조 위원장이 조합원 채용 강요, 금품 갈취 혐의 등으로 구속되며 내부 갈등이 일었다. 게다가 지난달 3일에는 해당 위원장이 노조비 횡령 의혹 등으로 검찰에 추가로 넘겨지면서 수뇌부의 신뢰가 추락하고 있다는 분석이 따르고 있다.
제2 노총인 민주노총도 상황이 좋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민주노총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등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데다 화물연대 파업, 회계 장부 제출 거부 등으로 윤석열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전·현직 간부가 국가보안법 위한 혐의를 받고 있기도 하다.
이런 양대 노총의 균열에 이른바 ‘MZ노조’로 부르는 제3의 노조가 파고들었다. 물론 제3의 노조 등장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제3 노총인 국민노동조합총연맹이 설립되기도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재의 MZ노조는 그 양상이 다르다고 말한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명박 정부 때의 제3의 노조는 정부의 지원을 받다가 박근혜 정부로 바뀌면서 흐지부지 됐지만, 현재의 MZ노조는 비교적 자발적으로 시작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양대 노총의 MZ세대가 이에 편승하게 되면 40년 가까이 된 양대 노총 구도가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원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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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동욱·김홍준 기자 won.dong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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