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고체연료 ICBM

주춘렬 2023. 4. 14.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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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 9월 26일 자정 소련군의 미국 위성 관제센터에서 "미국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1발을 소련으로 발사했다"는 비상경보가 울렸다.

몇분 뒤 위성에 포착된 ICBM은 5발로 늘어났고 25분 후 소련 땅에 떨어질 정도로 상황이 긴박했다.

북한이 그제 평양 인근에서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신형 ICBM '화성-18형'을 쏘아 올렸다.

고체연료 ICBM은 이동과 연료주입에 많은 시간이 필요한 액체연료와 달리 연료를 상시 장착해 은밀한 기습발사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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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 9월 26일 자정 소련군의 미국 위성 관제센터에서 “미국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1발을 소련으로 발사했다”는 비상경보가 울렸다. 몇분 뒤 위성에 포착된 ICBM은 5발로 늘어났고 25분 후 소련 땅에 떨어질 정도로 상황이 긴박했다. 5분여가 흐른 뒤 당직사령이었던 스타니슬라프 페트로프 중령은 “핵전쟁을 하려면 고작 미사일 5개로 시작하지 않을 것”이라며 “컴퓨터 오류인 듯하다”고 상부에 보고했다. 관제센터의 경보는 상공 구름에 반사된 햇빛을 미사일로 잘못 인식해 위성이 오작동한 것으로 밝혀졌다. 우발적 핵전쟁이 인류를 공멸로 몰고 갈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냉전 시기 이런 식의 ICBM 사고가 150차례를 넘었다고 한다.

ICBM은 사거리 5500km 이상의 대량살상무기다. 러시아 ICBM 최신형의 경우 핵탄두를 16개 탑재할 수 있고 파괴력이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의 2000배에 달한다. 현재 미국, 러시아, 중국 3개국이 공식 보유국이다. 개발 초기 액체연료가 주류였다가 대부분 고체연료로 대체됐다. 고체연료에 적합한 엔진과 미사일 본체를 만드는 건 매우 어렵다. 중국은 고체연료를 쓰는 이동식 미사일 개발에 20년 이상을 매달려 간신히 성공했다.

북한이 그제 평양 인근에서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신형 ICBM ‘화성-18형’을 쏘아 올렸다. 사거리가 정상각도 발사 때 5000∼5500km인데 최대출력을 내면 1만km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월 군 열병식에 실물이 공개된 지 2개월 만에 시험발사를 한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적들에게 극도의 불안과 공포에 시달리게 할 것”이라고 협박했다.

고체연료 ICBM은 이동과 연료주입에 많은 시간이 필요한 액체연료와 달리 연료를 상시 장착해 은밀한 기습발사가 가능하다. 한·미의 사전징후 포착과 요격 등 선제대응이 어렵다. 북핵·미사일에 대응해 구축한 ‘선제타격(킬 체인)·미사일 방어·대량응징보복’이라는 3축 체계에 구멍이 뚫릴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달 말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실효성 있는 확장억제대책을 짜는 게 급선무다. 우리 스스로도 잠재적 핵 역량 확보에 나서야 할 때다.

주춘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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