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현동 로비스트’ 김인섭 구속… ‘윗선’ 수사 탄력받을 듯

이재명 대표 성남시장 선대본부장 출신… 법원 “증거 인멸 염려”

연합뉴스

경기 성남시 백현동 개발 사업에서 로비스트 역할을 한 것으로 지목된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가 14일 검찰에 구속됐다. 김 전 대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06년 성남시장 선거에 출마했을 당시 선거대책본부장을 지낸 인사다.

서울중앙지법 이민수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김 전 대표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 심사)을 한 뒤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김 전 대표는 2015년 9월부터 지난달까지 백현동 개발사업 인허가 관련 편의 알선 대가로 부동산 개발업체 아시아디벨로퍼 대표 정모씨에게서 77억원을 수수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를 받고 있다.

김 전 대표는 2017년 10월 백현동 사업 공사장 식당(일명 함바식당) 사업권을 수수한 혐의도 받고 있다.

백현동 개발 사업은 성남시 분당구 백현동 옛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11만1265㎡에 아파트를 지은 사업이다.

2014년 해당 부지 개발사업에 나선 아시아디벨로퍼는 두 차례에 걸쳐 성남시에 ‘자연녹지’를 ‘제2종 일반주거지’로 2단계 상향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도시기본계획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모두 거부당했다.

그러나 이듬해 1월 아시아디벨로퍼에 김 전 대표가 영입됐고, 성남시는 돌연 입장을 바꿔 부지 용도를 ‘자연녹지’에서 ‘준주거지역’으로 한꺼번에 4단계 상향했다.

아시아디벨로퍼 측은 성남시와 용도변경 조건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공공성 확보를 위해 성남도시개발공사를 개발에 참여시키겠다고 제안했지만, 실제 사업 추진 과정에선 무산됐다. 임대주택 공급 계획도 당초 100%에서 10%로 축소됐다.

검찰은 성남시가 기존 입장을 뒤집는 과정에 김 전 대표의 로비가 작용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당시 성남시장이 이 대표였다.

그러나 이 대표 측은 국토교통부가 용도 변경을 하라고 압력해 어쩔 수 없이 4단계 상향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전 대표는 이 대표의 측근으로 꼽히는 인물로, 백현동 개발 사업이 추진되던 2014년 4월∼2015년 3월 당시 이 대표의 또 다른 측근인 정진상 성남시 정책비서관과 총 115차례 통화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김 전 대표 측은 이날 영장 심사에서 77억원을 받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알선의 대가가 아닌 동업 관계에서 받은 정상적인 지분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정진상 씨를 통해 사업 관련 청탁을 했다는 혐의도 부인했다.

그러나 법원이 김 전 대표의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향후 ‘성남시 윗선’을 향한 검찰 수사는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오남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