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믿었던 수비가 배신...잠실더비 4실책 자멸야구 [MK잠실]

두산 베어스가 믿었던 수비에 배신을 당했다.

수비적인 선발 라인업을 꾸리고도 잠실더비서 4개의 실책을 쏟아내며 자멸했다.

두산은 1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프로야구 KBO리그 LG 트윈스와의 시즌 첫 맞대결에서 4실책을 범하고 마운드가 무너진 끝에 4-13이란 큰 점수 차 대패를 당했다. LG는 시즌 8승(4패)째를 수확했고, 반면에 실책 4개를 쏟아낸 두산은 시즌 5패(6승)째를 당했다.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은 이날 유격수 김재호와 2루수 이유찬의 키스톤 콤비 조합을 시즌 처음으로 가동하며 수비에 포커스를 뒀다. 경기 전 이승엽 감독은 “(LG의 발야구를) 대비하고 수비를 강화시키기 위해 키스톤은 김재호와 이유찬이 맞춘다. 공격도 중요하지만 이렇게 집중되는 경기는 또 작은 실수도 커 보이기에 수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3연전의 1차전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베테랑 유격수 김재호는 올 시즌 치른 4경기에서 모두 백업으로 대수비와 대타 등으로만 출전했다. 수비력에선 젊은 선수들보다 경험 등에서 앞서는 만큼 안정감을 택했다.

하지만 믿었던 김재호와 이유찬이 4회에만 실책을 연발하는 등 경기 전체에서 야수진이 무려 4개의 실책을 범하며 자멸했다. 올 시즌 지난해와 비교해 집중력 있는 경기력을 보여줬던 두산은 이날 수비와 마운드가 모두 무너진 끝에 시즌 최악의 경기를 펼치고 말았다.

두산의 외인 에이스 알칸타라는 4이닝 7피안타 1볼넷 7탈삼진 7실점(1자책)의 아쉬운 결과에 그치며 패전투수가 됐다. 하지만 7실점 가운데 자책점은 단 1점에 불과했다.

수비 강화를 위해 꺼냈던 김재호-이유찬의 키스톤 콤비가 3회 말부터 아쉬운 장면을 연출했다. 먼저 1사 주자 없는 상황 이유찬이 평범한 땅볼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공을 뒤로 빠뜨렸다. 최종 기록은 이유찬의 포구 실책. 후속 상황에선 김재호가 문성주의 타구를 몸을 날려 막아 냈지만 글러브에서 한 차례 공을 떨어뜨려 송구로 연결하지 못했다.

수비하기 쉬운 상황은 아니었기에 실책이 아닌 내야 안타로 기록됐지만 김재호의 평소 수비력을 생각하면 아쉬움이 남는 장면. 결국 알칸타라는 2사 후 오스틴에게 3루수 글러브 옆을 빠져나가는 2루타를 맞고 추가 2실점을 하고 말았다. 1-3으로 경기가 뒤집힌 장면.

4회 말에는 내야진에 연쇄 실책 끝에 알칸타라가 무너져 대량실점을 하고 말았다. 사실상 경기 승부처에서 승부가 완전히 넘어간 결정적인 장면이었다.

알칸타라가 이닝 선두타자 김민성에게 볼넷을 내줬다. 이후 김기연의 번트 타구가 투수 정면으로 향했고, 알칸타라가 이를 2루 베이스 커버를 들어온 김재호에게 연결했다. 타이밍상으로는 더블 플레이는 어렵더라도 최소한 2루로 들어오던 선행 주자의 아웃을 노려볼 수 있는 코스와 타이밍이었는데 김재호가 공을 놓치고 말았다. 결과는 유격수 실책에 의한 주자 세이프 판정. 결국 1사 주자 1,2루의 위기가 됐다.

후속 타자 서건창의 번트가 수비 시프트로 1루수 우측으로 이동해 있던 이유찬의 옆으로 향했다. 이유찬은 이를 일단 막아냈지만 글러브에서 빠뜨리는 실책을 범하면서 그 사이 김민성이 홈을 밟았다. 아쉬운 수비의 연속으로 안타 1개도 없이 실점을 한 알칸타라는 후속 타자 박해민의 번트마저 3루수 허경민이 처리하기 힘든 코스로 향했고, 주자 무사 만루가 되면서 고난의 수비 상황을 이어갔다.

알칸타라는 후속 타자 홍창기가 삼진, 문성주를 중견수 뜬공으로 각각 아웃시키며 위기를 스스로 벗어나는 듯 했다. 그러나 2사에서 김현수에게 싹쓸이 우중간 3타점 2루타를 맞고 7실점째를 하면서 무너졌다.

결과적으로 두산은 아쉬운 수비 상황들이 겹친 끝에 3회 2실점 4회 4실점을 하면서 자멸했다. 경기 중반 1-7까지 LG와 스코어 차이가 벌어지면서 승기를 상대에게 완전히 내준 형국. 거기다 4회 투구수가 급격히 불어난 알칸타라는 5회부터 구원투수와 교체돼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결국 흐름이 꺾인 두산은 5회 말 2실점, 6회 말 1실점을 더 한 끝에 1-10까지 스코어 차가 벌어지면서 사실상 경기를 완전히 내줬다. 이후 8회 초 3점을 따라붙었지만 이미 늦은 후였고 8회 말 추가 3실점을 더하면서 백기를 들고 말았다.

믿었던 수비의 배신이 잠실 더비 첫 경기 쓰린 패배를 안기고 말았던 결과였다.

[잠실(서울)=김원익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