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감각이란 얼마나 사소한지[책과 삶]
이토록 굉장한 세계
에드 용 지음·양병찬 옮김
어크로스 | 624쪽 | 2만9000원
<이토록 굉장한 세계> 서문은 인상적인 비유를 소개한다. 코끼리, 생쥐, 유럽울새, 박쥐, 방울뱀, 거미, 모기, 해바라기, 그리고 인간이 있는 방이 있다. 이 생명체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세계를 감각한다. 모기가 인간의 숨결에 포함된 이산화탄소에 끌려 팔에 내려앉으려 하면, 인간은 찰싹 팔을 때린다. 생쥐는 찰싹 소리에 경각심을 갖고 찍찍 소리를 내는데, 박쥐는 이 소리를 듣지만 코끼리는 듣지 못한다. 울새는 따뜻한 남쪽 지방으로 이주해야 할 때라는 사실을 방 안에 감도는 지구 자기장으로 알아낸다.
퓰리처상 수상자인 과학 저널리스트 에드 용은 “지구는 광경과 질감, 소리와 진동, 냄새와 맛, 전기장과 자기장으로 가득 차 있다. 그러나 모든 동물은 현실의 충만함의 극히 일부만을 향유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 책은 냄새, 맛, 빛, 열, 소리, 전기장, 자기장 등 온갖 감각으로 가득 찬 세상을 각자의 방식으로 이해하는 생명의 세계를 그린다. 방대한 분량이지만 술술 읽힌다. 주로 시각에 한정된 인간의 감각이란 세계를 이해하는 매우 작은 통로에 불과함을 겸허히 깨닫게 한다.
반려견을 산책시키는 사람이라면 개가 여기저기 냄새를 맡을 때 빨리 가자고 줄을 당기지 말 일이다. 후각으로 세상을 탐험하는 개에게 산책이란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후각 탐험의 오디세이’다. 무작위적으로 보이는 여름철 파리의 움직임은 사실 조금이라도 쾌적한 곳으로 향하려는 목적의식 있는 행동이다.
마지막 장은 인간이 저지른 잘못을 서술한다.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 외에도, 꺼지지 않는 빛과 소음 등은 생명체의 감각풍경을 대혼란에 빠트린다. 마지막 장의 부제는 ‘고요함을 되찾고 어둠을 보존하라’다.
백승찬 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 강혜경 “명태균, 허경영 지지율 올려 이재명 공격 계획”
- “아들이 이제 비자 받아 잘 살아보려 했는데 하루아침에 죽었다”
- 최현욱, 키덜트 소품 자랑하다 ‘전라노출’···빛삭했으나 확산
- 수능문제 속 링크 들어가니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 메시지가?
- 윤 대통령 ‘외교용 골프’ 해명에 김병주 “8월 이후 7번 갔다”···경호처 “언론 보고 알아
- 이준석 “대통령이 특정 시장 공천해달라, 서울 어떤 구청장 경쟁력 없다 말해”
- “집주인인데 문 좀···” 원룸 침입해 성폭행 시도한 20대 구속
- 뉴진스 “민희진 미복귀 시 전속계약 해지”…어도어 “내용증명 수령, 지혜롭게 해결 최선”
- 이재명 “희생제물 된 아내···미안하다, 사랑한다”
- ‘거제 교제폭력 사망’ 가해자 징역 12년…유족 “감옥 갔다 와도 30대, 우리 딸은 세상에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