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룰라, '미국 1강' 맞선 다자주의 강화 의기투합(종합)
기업인 240명 데려온 룰라, 무역·투자 등 다방면 협력문서 도출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미국 1강' 체제에 맞선 다자주의 강화에 의기투합했다.
중국 관영 중앙TV(CCTV)에 따르면 시 주석은 14일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국빈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 중인 룰라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이 자리에서 시 주석은 "100년만의 세계 대변혁의 국면을 맞아 중국과 브라질은 역사의 올바른 편에 서서 진정한 다자주의를 실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또 "글로벌 거버넌스 시스템을 보다 공정하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발전시키고, 많은 개발도상국의 공동 이익과 국제 공평·정의를 확실히 수호하고, 인류 운명 공동체를 손잡고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브라질과 유엔,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신흥 경제 5개국), 주요 20개국(G20) 등 다자 틀 안에서 공통 관심사인 글로벌 이슈에 대한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고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협력을 강화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이에 룰라 대통령은 "양측은 모두 다자주의와 국제 공평·정의를 수호한다"며 "브라질은 중국과 G20, 브릭스 등 다자 틀 내에서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고, 국제 금융, 기후변화 대응, 환경 보호에 대한 조율과 협력을 강화"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중국이 14년 연속 브라질의 제1무역 파트너이고, 브라질은 중국의 제9위 무역 파트너인 데서 보듯 경제 협력에서 큰 공통 분모를 가진 두 나라는 정상회담 계기에 경제를 포함한 다방면의 협력 강화에 뜻을 모았다.
CCTV에 따르면 회담 후 두 정상은 무역·투자, 디지털 경제, 과학기술 혁신, 정보통신, 빈곤 완화, 검역, 항공·우주 등 영역에 걸친 여러 건의 양자 협력 문건 서명을 지켜봤다.
또 양측은 두 나라의 전면적 전략 동반자 관계 심화를 위한 공동성명도 함께 발표했다.
미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라틴 아메리카 대국 브라질의 관계를 강화함으로써 미국의 대중국 압박망에 구멍을 내려는 중국과, 거대 시장인 중국과 경제협력을 확대하려는 브라질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면서 이번에 여러 가시적 합의가 나온 것으로 평가된다.
시 주석은 과거 국가부주석 시절에도 교류가 있었던 룰라 대통령을 "옛 친구", "중국 인민의 오랜 친구"로 칭하며 친근감을 표했다.
그러면서 "중국과 브라질은 각각 동·서반구에서 가장 큰 개발도상국이자 중요한 신흥시장국이며, 서로 전면적 전략 동반자로 광범위한 공동 이익을 갖고 있다"며 "중국은 브라질과의 관계를 외교의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양자 현안과 관련, 시 주석은 농업, 에너지, 인프라, 디지털 경제, 청정 에너지 등 영역에서 협력을 심화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더 많은 브라질 우수 제품의 중국 시장 진입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또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건설과 브라질 '재산업화' 전략 간에 접점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길 원한다고 부연했다.
이에 룰라 대통령은 전날 상하이에 위치한 중국 통신장비 대기업 화웨이의 연구개발센터를 방문한 사실을 소개하며 중국이 5세대 이동통신(5G)영역에서 거둔 성과에 찬사를 보낸 뒤 양국의 관련 분야 협력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 기업의 대(對)브라질 투자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 두 정상은 대화와 협상만이 문제 해결의 유일한 출구이며 위기의 평화적 해결에 도움이 되는 모든 노력은 격려와 지지를 받아야 한다는 점에 뜻을 같이했다고 CCTV는 전했다.
회담 후 양 정상은 영부인을 동반한 가운데 환영연회에 참석했다.
룰라의 국빈방중단 규모도 눈길을 끈다. CCTV에 따르면 정상회담장에 자리한 브라질 정부 관리만 14명에 달했다. 또 상원의장을 포함해 연방 의원 39명과 140여개 업종의 재계인사 240명 이상이 동행했다. 농업 분야 인사만 90여명이 동행했다고 CCTV는 소개했다.
이에 앞서 룰라 대통령은 13일 상하이 신개발은행(NDB)에서 한 연설에서 "매일 밤 나는 '왜 모든 나라가 무역에서 달러에 연동돼야 하는가. 왜 우리는 우리 자신의 통화로 하지 못하는가'라고 자문한다"며 국제결제에서 미국 통화가 차지하는 독보적 지위에 문제를 제기했다고 타스 통신이 보도했다.
룰라 대통령은 이어 "우리는 왜 새로운 것을 창출하지 못하는가. 금 본위가 폐지된 후 위안이나 헤알, 페소가 아닌 달러가 (기축) 통화가 돼야 한다는 것은 애초 누구의 아이디어였나"라고 반문했다.
지난달 중국과 브라질은 양국 간 교역에서 달러 대신 자국 통화를 쓰기로 합의한 바 있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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