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놀이 함께하는 ‘일상의 직업화’…취미·흥미가 ‘수익화’되는 오늘의 노동[책과 삶]
노동의 상실
어밀리아 호건 지음·박다솜 옮김
이콘 | 224쪽 | 1만7000원
<노동의 상실>은 “일이 점점 나아지리라는 마음 편한 진보의 서사가 있다”라며 서문을 시작한다. 자본주의가 고도화될수록 노동자의 일이 수월해진다거나, 일자리의 질이 좋아질 것이라는 낙관은 현실과 어긋난다는 이야기다.
연구자인 저자 어밀리아 호건은 노동의 조건을 여전히 낙관할 수 없는 몇 가지 이유를 든다. 한 예로 알고리즘을 통한 노동 통제는 갈수록 정교해진다. 알고리즘도 결국 인간의 설계대로 움직이지만, 인공지능(AI)의 판단이라는 명분 뒤에 숨어 노동 통제가 이뤄진다. ‘0시간 계약’으로 불리는 임시직 고용 또한 늘어나고 있다. 주로 여성인 임시직 노동자를 고용하는 사업주에겐 손쉽게 노동자를 해고하고 통제할 권력이 주어진다.
저자는 새로운 일의 재미를 과장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말하면서 “일과 놀이가 스며드는 현상”인 일상의 직업화를 분석한다. “부업, 임시직, 투잡에 쏟는 시간의 양이 아니라 취미와 흥미가 수익화할 수 있는 것, 심지어 수익화가 권장되고 있다는 사실”에 저자는 주목한다. 일상이 직업화가 될수록 ‘최고의 자신’을 위한 채찍질은 더 심해진다. 취미와 여가에서도 최선을 다해야 수익을 낼 수 있다. 스스로를 옭아매는 자기통제 또한 강화될 수밖에 없다.
저자에 따르면 일과 재미의 융합은 오늘날 일자리 격차를 보여주는 사회의 단면이기도 하다. 사무실에서 닌텐도 스위치를 할 수 있고, 맥주 파티를 여는 직장은 일부 유망한 스타트업뿐이다. 반면 안정적인 일자리를 가진 이들의 사무실과 집을 청소하는 노동자들은 “일은 실제로 재미있는 부분이 거의 없을 때에도 재미있는 것이어야 한다”고 강요받는다는 게 저자의 지적이다.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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