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파이브 아이스’
미국과 영국은 1940년대부터 모스크바에서 캄차카반도에 이르기까지 소련 전역의 통신을 거의 완벽하게 엿들었다. 2차 대전 때 독일군 암호 해독을 위해 뭉쳤던 두 나라가 1946년 미·영 안보협정(UKUSA)을 맺고 구축한 대(對)공산권 도청망이었다. 여기에 1948년 캐나다가, 1956년 호주와 뉴질랜드가 동참했다. 모두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앵글로색슨 국가였다. 이들이 생산한 기밀문서 상·하단엔 전파 대상으로 ‘Five Eyes Only’란 문구를 적었다. 미국의 1급 정보동맹 ‘파이브 아이스’(Five Eyes)의 시작이었다.
▶영국 BBC는 1999년 11월 전 세계 전화, 팩스, 이메일 등 유무선 통신을 엿듣는 감청 네트워크 에셜론(Echelon)의 존재를 폭로했다. 에셜론은 파이브 아이스 국가들의 정보기관과 세계 각지의 미국 감청기지를 인공위성 등으로 연결한 것으로 고성능 음성 인식 컴퓨터를 활용해 시간당 최대 200만건의 통신 내용을 감청했다. 원래 공산 진영을 도청하기 위한 수단이었지만 냉전 붕괴 이후 테러 대응을 위해 민간인까지 대상으로 했다. 유럽의회 등의 특별조사를 통해 실체가 확인됐는데도 미국, 영국 등은 존재 자체를 부인했다.
▶2013년 6월 영국 가디언은 미 NSA(국가안보국)가 한국·일본을 비롯해 워싱턴 주재 38국 대사관을 도청해 왔다고 보도했다. 전직 CIA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이 빼돌린 비밀 문건들에 담긴 내용이었다. NSA가 ‘프리즘’이란 도·감청 프로그램으로 구글·페이스북 등의 서버에 접속해 가입자 개인 정보를 수집해왔다는 폭로도 이어졌다. 당시 도·감청의 주체도 ‘파이브 아이스’였다. NSA가 감청한 38국 대사관 중에 파이브 아이스 국가들은 당연히 없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13일 “파이브 아이스에 맞먹는 수준으로 한미의 정보 공유를 확대하는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했다. 이달 말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가 다뤄진다고 한다. 최근 미국 정보기관들이 한국 등 동맹국을 감청한 정황이 담긴 문서들이 유출돼 논란이 된 것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한국의 파이브 아이스 가입 문제는 2021년 미 하원에서 논의된 적이 있다. 파이브 아이스에 한국, 일본 등을 포함시키는 법안을 추진했으나 최종안에서 제외됐다. 미국 내에서 시기상조라는 여론이 많았고, 당시 문재인 정부도 적극적이지 않았다. 파이브 아이스 참여는 득실이 갈리는 사안이다. 대북 감청 능력은 대폭 보강되겠지만 중국·러시아의 반발도 무시할 수 없다. 국익 최대화 묘안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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