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호의 정치박박] 용산 독단·巨野 방종… 1년 뒤 민심은 전부 정산할 것

한기호 2023. 4. 14.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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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과 부재, 외교난…尹지지율 휘청
'美 도청 의혹' 대응허술에 보수 치명타
"위조문건"→"악의없다"? 메시지 실패
北中에 저자세던 민주 기회 잡았지만
韓美日 협력·용산 이전 때리기 골몰에
부패 뭉개기 계속…'내일 총선' 아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4월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용산 대통령실 졸속이전 1주년 국회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지난 3월28일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기에 경례를 하고 있다. 뒷줄 오른쪽은 김성한 당시 국가안보실장.<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연합뉴스>
이재명(왼쪽)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4월11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클럽 초청 기자간담회에서 모두 발언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당·정 지지율이 휘청이고 있다. '내일이 제22대 총선이라면' 정부 견제를 위해 야당 국회의원을 많이 당선시키겠다는 여론이 '과반'이란 조사도 잇따른다. 14일 공표된 한국갤럽의 4월2주차 주례여론조사(11~13일·자체조사·전화면접)에서 윤석열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평가는 지난주 대비 4%포인트 내렸고(31→27%), 부정평가는 같은 폭으로 65%까지 치솟았다(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국민의힘(31%)은 지지율이 1%포인트 내린 동안 더불어민주당(36%)은 3%포인트 반등하기도 했다.

같은 14일 공표된 뉴스토마토-미디어토마토 조사(10~12일·전화ARS)에서도 윤 대통령 국정지지도가 2.6%포인트 내린 31.0%(부정평가 66.6%)로 부진했다. '내일이 총선 투표일이라면'이라 전제하면 민주당 투표 의향이 51.3%로 국민의힘(31.0%)을 20%포인트 가까이 앞섰다. 13일 나온 데일리안-여론조사공정 격주 조사(10~11일)에선 윤 대통령 지지율이 36.7%로 상대적으로 높았지만 6.4%포인트나 내린 결과다. 내년 총선 인식도 '국정심판론' 54.7%, '국정안정론' 37.5%로 여권에 불리한 구도가 뚜렷했다.

이는 경제·외교 정책 효능감이 부진한 데다, 여권 핵심부의 '독단'이 두드러진 탓으로 보인다.

한국갤럽 설문에서 정부 부동산 정책에 '잘하고 있다'는 27%뿐이고 '잘못하고 있다'가 47%로 크게 앞섰다. 부정평가 이유 1·2위는 집값이 '더 내려야 한다', 현행 정책에 '실효성·효과 없음'이었다. 국정수행 부정평가 사유에선 '경제/민생/물가 불만'이 두자릿수(10%)로 2위에 올랐다. 대일(對日)관계가 6%포인트 내렸지만 '외교'가 선두에서 5%포인트 치솟은 28%로 미국 정보기관발 도·감청 의혹 파문이 반영된 모양새다.

도·감청 의혹은 지난 9일 무렵 NYT(뉴욕타임스) 보도로 터져 나왔다. 미 CIA 등의 보고서를 펜타곤이 취합한 100쪽 가량의 문건이 유출됐단 취지다. 러시아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 지도층, 동맹인 이스라엘·영국에 한국 첩보까지 포함됐다는 폭로에 즉각 국내가 술렁였다. 우크라이나 전쟁 탄약지원 여부 등을 고민한 전화·전자메시지 대화를 도·감청당했단 인물로, 공교롭게도 지난달 말 연달아 불투명한 사유로 교체된 대통령실 이문희 전 외교비서관과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 이름이 나오는 등 이변 때문이다.

이달 중 윤 대통령의 국빈 방미를 앞두고 겹친 악재에다, 보수정권 존립 명분에도 가까운 한·미동맹 관리에 의문을 부를 사건이 터진 셈이다. 세간은 특히 사실관계를 궁금해하는데 대통령실 측은 "한미 동맹을 흔들 정도는 아니"라며 "미국 측과 필요한 협의를 하겠다"는 모호한 화법으로 약 이틀을 때웠다. 그러다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11일 "양국 국방장관은 (통화에서) '해당 문건의 상당 수가 위조됐다'는 사실에 견해가 일치했다"며 "용산 대통령실을 도·감청했단 의혹은 터무니 없는 거짓"이라고 핏대를 세웠다.

윤 대통령 방미 협의에 나선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도 출국 전 "공개된 정보 상당수가 위조됐다"고 입을 맞췄다가, 11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도착 후 만난 취재진에게 '문건 전체가 조작인지'를 두고 "미국 국방부의 입장도 있고 조사가 진행 중"이라며 구체적인 확인과 질문 받기를 거부해 특파원들의 반발을 샀다. "이 문제는 많은 부분 제3자가 개입됐다", "동맹국인 미국이 우리에게 어떤 악의를 가지고 했다는 정황은 지금 발견되지 않고 있다" 등 뜻 모를 언급을 남겨 '선의의 도청도 있냐'는 비아냥만 샀다.

또 국민의힘은 11일 원내대변인 논평에서 유출 문건이 "'친러' 성향의 온라인 채널에서 주로 유통됐다"며 야권을 맹신자로 꼬집었다. 친러 채널은 결국 러시아업체의 보안메신저 '텔레그램'을 이름만 빼고 가리킨 것이었다. 정작 게임채팅 플랫폼 '디스코드'와 미국 포챈(4chan) 커뮤니티 내 우크라 전쟁 관련 논쟁이 문건 유출의 단초였고, 미 행정부가 바이든 대통령도 강조한 "전면적인 조사" 결과 13일(현지시간) 공군 주방위군 소속 일병을 군사기밀 유출자로 지목해 체포했으니 '위조'같은 말이 설 자리가 있나.

결국 용산과 여당은 국민 의문을 증폭시켰을 뿐 해소하는 데 태만했다. 제대로 된 해명도 대미 입장표명도 없이 '사건 일단락' 셀프 진단같은 사족만 나온다. 오히려 용미(用美) 이승만·박정희 시대였다면 상상하기 어려운 '뭉개기'로 인해, 집권기 친북·친중 저자세로 비판받던 야당에 공간을 내줬다. 민주당은 '한미정상회담에서 사과를 받아내라'며 압박한다. 반미(反美)까지 갈 것도 없이 이재명 당대표는 12일 당내 회의에서 한미 관계를 놓고 "친구 잘못은 단호하게 지적하는 게 성숙한 동맹"이라고 훈수를 뒀다.

그러나 정권을 이양한 지 1년도 되지 않았음에도 현 사태와 무관한 듯, 하늘에서 뚝 떨어진 제1야당인 듯 보이는 행태도 의문이다. 이재명 대표는 11일 외신 간담회를 자처해 북·중·러와 진영대결을 부추긴다며 '한·미·일 군사동맹은 불필요하다'는 지론을 폈다. 한미일 연합훈련에 구태여 "자위대 군홧발"같은 상상력을 덧대던 것의 연장이다. 도·감청 의혹으로 동맹이 훼손됐다면서도 '한미 확장억제'엔 "확고하다"며 대북 핵무장이나 한미 핵공유 방안을 반대했다. 북한의 군사도발엔 규탄, 평화 레토릭을 반복했다.

13일 민주당 친문계 포럼 '사의재'는 1년 된 대통령실 용산 이전을 공격하는 토론회를 열었다. 이른바 '천공스승 대통령관저 결정 개입설' 제기자들도 초청했다. 경찰이 지난해 3월 한달치 육참총장 공관 CCTV를 살폈어도 '천공 그림자'조차 없었지만 이들은 "천공이 한남동 공관을 둘러본 지 1주년"이라고 단언했다. 재집권 시 청와대로 돌아가자거나, 대통령실을 세종시로 옮기라는 주장도 나왔다. 이미 개방됐고, 북한의 '시설 마비 지령' 타겟이자 도·감청에서 예외랄 수도 없는 구 청와대가 과연 안전한지는 모르겠다.

입증책임을 타자화한 선전은 신빙성을 떨어뜨린다. 이 대표는 '부모 묘역 흑주술 테러' 피해를 호소했고, 진보 팬덤은 '천공 음모론'을 재탕했다. '이씨 문중의 기 보충'이란 실상이 드러나고도 사과는 없다. 보수 외인(外人)인 전광훈 목사를 빌미 삼은 여당 알력 다툼에 올라타 '거물'을 지어내는 게 야당 역할인지도 의문이다. 전 목사는 '황교안 체제' 보수야당에 광화문집회 텃세를 부리던 때 이후 쇠퇴했고, 국민의힘 책임당원 수는 대선 경선 이후 당대표 경선까지 큰 변화가 없었음을 알고 보면 탈(脫)민생 촌극이다.

부패 의혹 대응에서 "야당 탄압" 프레임만 내세워 국민 눈높이를 비껴가는 것도 계속돼서 좋을 건 없다.

민주당이 대선 경선 앞 '친명(親이재명) 송영길 지도부'를 선출했던 2021년 전당대회 기간 '돈 봉투 살포 의혹'이 윤관석·이성만 의원 압수수색 계기로 불거졌다.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이 육성 녹취로 재등장하니 '이정근 리스트'의 본막이란 해석도 나온다. 관련 질문에 13일 "나라 경제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란 말부터 꺼내던 이 대표는 14일 국회 기자들의 '당내 진상조사' 관련 수차례 질문에 아예 입을 닫았다.

'여비서 성추행' 추문 직후 숨진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건 유족 대리인을 맡았던 정철승 변호사가 여성 변호사 성추행 혐의를 받고 현장 CCTV까지 공개돼 인권 이중잣대가 재부상한 터다. 그가 10억원대 금품수수 관련 혐의 1심에서 검찰 구형을 넘는 징역 4년6개월을 선고받은 이정근 전 부총장의 변호인이었단 연결고리도 떠올랐다. 남에게만 '손절'을 외칠 일이 아니다. 유력정치인 자제의 학폭 의혹이 겹치고, 서울시의회 민주당 대표의원을 '성비위'로 제명하고도 해명을 회피하는 모습도 실점 대상이다.

일련의 상황은 방치된다면 용산의 '독단'을 뛰어넘는 '야만'이 된다. '총선이 내일이라면' 덮어놓고 지나가도 될 일들이겠지만, 지켜보는 민심을 정산받는 날은 내년 4월10일이다. 양당이 믿는 구석이라도 있는 듯, 흡사 '최악' 자리다툼으로 일관하기엔 긴 기간이다. 반드시 어느 한쪽에 철퇴가 내려지는 시나리오만 존재한다고 보진 않는다.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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