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규의 작살]‘과잉홍보 끝판왕’…김동연은 홍길동인가?
“시나리오짜고 도장만 찍으러 갔다는 지적” 논란
일은 직원이나 기업이 다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
관행을 깨뜨린다는 김동연, 대한민국 금기를 깨는것이 아니고 금기를 이어가는 것
기자 17명 동행..지적하는 언론사 1곳도 없어
#1. 14일 오전 8시. 경기도 보도자료에 기자생활 30년만에 보는 희한한 문구를 봤다. 제목은 ‘(해외방문) 김동연, 미국서 하루 동안 3조 5천억원 규모 초대형 투자유치 성공’이다. 주어가 경기도가 아닌 김동연이다. 제목중 첫번째 걸리는 단어는 ‘하루동안’이다. 하루동안 3조5천억원을 김동연 지사가 유치했다는 의미다. 장소를 보면 미국내 두곳이다. 현지 시각 13일 오후 뉴욕서 3조원, 현지 시각 13일 오전 펜실베니아 앨런타운에서 5천억 투자유치에 합의했다는 것이다. 뉴욕과 펜실베니아를 가서 바로 3조5천억원 투자유치에 성공했다니 대단한 홍보전이 아닐 수 없다. 국민들이 잘못보면 거의 김동연은 신에 가까운 사람이다.
#2.김문수-남경필-이재명 전 경기도지사 등 역대 지사도 투자유치 명목으로 외국으로 떠나 투자유치에 성공했다는 것을 보도자료를 보내왔다. 하지만 하루동안 이라는 용어까지 과잉홍보를 하지않았다. 이런 방식의 투자유치는 사전에 짜여진 시나리오가 있다는 것이 일반적이다. 외국기업을 찾아가면 바로 투자유치하겠다고 하는 미국기업이 진짜 있을까. 말이 안된다. 외국기업 한국투자유치는 기업이나, 관공서 직원이 미리 오랫동안 노력해 미리 합의를 한다. 1년이나 2년씩 걸리는 일도 많다. 전 지사때 시작한 일은 새로온 지사가 생색을 낼때도 있다. 김동연 지사는 금액을 미리알고 떠났다. 그는 떠나기전 4조3천억원 투자유치를 해오겠다고 했다. 정확한 금액을 알고있다는 의미다. 김동연 지사는 도장만 찍으러 갔던 것이고 그 비용은 혈세다. 물론 그의 노력이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하루동안’ 투자유치에 성공했다고 ‘과잉홍보’해야하는 이유는 뭘까. 이 의문을 갖고 접근하면 ‘치적쌓기’에 도달한다. 자칫 국민들은 그를 대단한 인물로 착각 할 수도 있다. 투자유치 양해각서 등에 도장을 찍기 위해 김동연 지사는 비행기를 타고 떠났다. 물론 동행하는 이재준 수원시장을 비롯한 많은 인물이 따라갔다. 기자만 10명이 동행했다. 엄청난 규모다.
#3. 김동연 지사는 자신이 하루동안 3조5천억원이라는 막대한 투자유치를 했다는 홍보를 했다. 왜 이런 과잉홍보에 목을 매는지 이해는 간다. 사전에 시나리오를 짜고 마지막에 도장을 찍으면 도장 찍은 사람의 업적이 될 수 있다는 구태의연한 관습이 아직도 존재한다. 김동연 지사는 최종 김 지사의 공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지사는 보도자료에 자신의 공을 담았다. 내용은 이렇다. 5천억짜리 일화다. “에어프로덕츠의 추가 투자는 김 지사의 투자유치 노력이 실질적 성과로 이어진 사례다. 김 지사는 지난해 11월 24일 옛 경기도지사 공관인 도담소에서 투자 결정을 앞둔 5개 미래 성장 혁신기업 최고경영자(CEO)를 초청해 투자유치 라운드테이블을 열었는데, 그 가운데 에어프로덕츠 코리아 김승록 대표도 참석했었다. 당시 김 지사는 “어떤 지방정부나 심지어는 중앙정부보다 적극적으로 기업을 지원하겠다”라고 약속하며 기업들의 투자를 독려했다. 행사 후 김승록 대표는 김 지사에게 에어프로덕츠 미국 본사 방문을 요청했고 13일 5천억 원 투자유치가 현실이 됐다”고 했다. 이 말만 보면 김 지사의 말 한마디에 에어프로덕츠가 승락을 했다는 말로 이어진다. 하지만 앞뒤를 분석하면 일은 김승록 대표가 다한것이다. 김 지사는 ‘숟가락 도장’을 찍기위해 혈세로 떠났다. 우리나라 광역·기초자치단체장의 해외투자유치는 모두 이런식으로 이뤄진다. 물밑작업을 다해놓으면 자기가 최종 공을 독식한다. ‘하루만’이라는 표현은 이재명 등 어느 역대지사도 하지않았다. 차라리 제목에 김동연 보다 경기도라는 용어를 사용하면 더 좋을 듯 싶다.
#4. 김동연 지사는 이런 말을 했다. “지난해 도담소에서 김 대표님을 만났을 때 현지 기업을 방문해서 상황을 직접 보고 경기도 투자에 대해 생생한 목소리를 청취하겠다고 했는데 이렇게 방문하게 됐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그렇다고 김동연 지사가 미국을 방문해서 바로 투자유치의향서에 도장을 찍을 수는 없다. 5000억원 투자유치는 그렇게 만나자마자 도장찍는 금액이 아니다. 김동연 지사의 치적으로 홍보자료를 돌리면 안된다. 오전 7시(한국시간) 김동연은 ‘단 2일만에 4조+@ 투자유치 역대급 출장’이라는 자화자찬 글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다. 미국에 이틀 동안 세계 일류 4개사를 방문했고 4조 원이 훌쩍 넘는 투자를 유치했다고 했다. 블로그에 올린 포스터도 생색내기 끝판왕이다. 그는 “수소, 반도체 산업용 가스 생산, 수소 기반 친환경 물류센터와 반도체 소재 연구소 등 모두 첨단신산업 분야입니다.미국 5개주, 6개 도시 12,611km를 오가는 강행군 끝에 이룬 성과입니다”라고 썼다. 차라리 그동안 묵묵히 일해온 공무원이나 국내업체를 격려하는 글을 올리고, 격려하고 겸손해하는 김동연이었다면 더 감동적이지 않았을까 싶다.
#5. 14일 오전 8시부터 오후 9시30분까지 포털를 통해 이런 시각으로 보는 기사들이 있나 검색해봤다. 대부분 언론이 이 기적같은 일을 픽(PICK)으로 올렸다. 제목도 내용도 경기도 보도자료 그대로 이다. 수정도 없다. 픽은 제일 중요한 기사로 한 포털제휴언론사 1개사 당 6개까지 허용되는 해당 언론사대표 기사다. 하루만에 이런 기적(?)이 일어났는데 예리한 시각으로 보는 기자가 단 1명이 지금까지 없다. 짜고 치는 고스톱을 알면서도 이런 홍보자료를 그대로 인용하는 기자들로 부끄럽다. 한 외신기자가 최근 이재명 대표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 “당신은 위험한 사람인가”라는 질문이다. 한국에서 상상도 못할 기자 질문이다. 이 대표는 이같은 송곳같은 질문에 진땀을 처음 흘렸다고 했다. 청문회를 당하는 기분이었다고 한다. 이 정도가 돼야 기자다. 이틀동안 4조원을 김동연 지사가 유치했다는 보도자료를 베낀 언론사도 있다. 기자가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선다. 외신기자가 이런 보도자료를 보면 어떻게 볼까 궁금하다.
[헤럴드경제 기자/경기남부취재본부장]
fob140@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필리핀 복싱영웅' 파퀴아오, 500평 대저택 공개…수영장·영화관 등 ‘럭셔리 끝판왕’
- "살 안 찌는 빵, 진짜?"…빵에서 '이것' 뺐더니 120억 매출 대박[채상우의 미담:味談]
- '출소' 승리 근황…소주병 흔들며 미소 "잘 지낸다"
- '학폭 피해' 표예림, 극단적 선택 시도…"2차 가해에 정신적 고통"
- 이승기.이다인, 결혼식 답례품은 화병…가격은?
- “파격 할인이라더니” 야놀자, 네고왕 출연 통큰 ‘혜택’ 싼 것 맞아?
- "십일조 강요, 안 내도 돼"…전두환 손자 소신 발언 화제
- 승객 탄 버스, 경적 울리자 ‘칼치기’ 한 벤츠…“보복운전 아닌가요?” [여車저車]
- “컵라면, 전자레인지 돌렸다가 뒤집혔다” 왜 이런 일이? [식탐]
- “10만원만 올려 받을게요” 모습 드러낸 삼성 역대급 ‘접는폰’…이 가격 어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