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선발이 7실점이라니...' 그런데 자책점은 단 1점, '엽 더비' 무슨 일이? [잠실 현장]

[스타뉴스 잠실=김우종 기자]

두산 선발 알칸타라가 14일 잠실 LG전에서 4회 실점 후 아쉬워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잠실=스타뉴스 김우종 기자] 올 시즌 첫 잠실 라이벌 맞대결. '염경엽 감독 vs 이승엽 감독' 이른바 '엽의 더비'에서 먼저 웃은 팀은 LG 트윈스였다. 특히 4회 두산의 실책이 2개가 나오면서 베어스 군단의 '1선발' 라울 알칸타라도 사실상 손을 쓸 수가 없었다. 야수 실책으로 비롯한 실점이 계속 이어지면서 자책점은 단 1점에 그쳤다.

LG 트윈스는 1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2023 신한은행 SOL KBO 리그 홈 경기에서 13-4로 승리했다. 두산이 4개, LG는 2개의 실책을 각각 범했는데, 결과적으로 두산의 실책이 더욱 뼈아팠다. 14안타를 친 LG 타순에서는 김현수와 오스틴, 김민성, 문보경, 서건창, 박해민이 나란히 멀티히트 활약을 펼쳤다. 9안타의 두산은 양석환이 3안타로 분전했다.

양 팀 모두 전날(13일) 아쉬운 패배를 당한 뒤 맞이한 경기였다. 전날 LG는 사직에서 롯데에 패했고, 두산은 안방에서 키움에 경기를 내준 상황. 결국 LG는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고, 두산은 2연패에 빠졌다. 이날 승리로 LG는 8승 4패, 패배한 두산은 6승 5패를 각각 마크했다. 이제 두 팀은 15일 오후 5시 잠실구장에서 시즌 2차전을 치른다.

LG 선수단은 분위기가 다소 가라앉은 채로 두산전을 맞이했다. '베테랑' 이천웅이 인터넷 도박 사실을 시인하면서 염경엽 사령탑은 경기 전 거듭 사과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도 두산전 필승 의지를 피력했다. 그는 "(두산전의 경우) 항상 부담도 있지만, 승부욕도 생긴다. 우리 타자들의 감이 나쁘지 않다. 미세먼지 취소(12일 키움전)로 두산의 1, 2, 3선발이 모두 들어오지만, 팬들께 재미있는 경기를 보여드리겠다"며 각오를 밝혔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사령탑으로 맞이하는 첫 잠실 더비였다. 그는 "잠실 라이벌전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아직 실감이 잘 나지는 않는다"면서 "좋은 라이벌 구도는 리그 흥행에 도움이 된다. 많은 팬이 오실 텐데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엽의 전쟁'이라는 말에 대해 "경기는 선수가 하는 것"이라면서 "저희는 도와주는 역할이라 (그런 타이틀이) 조금 부담스럽다. 김재완과 김현수, '김의 전쟁'이라고 해주시면 어떨까 싶다"라며 웃었다.

이승엽 두산 감독이 14일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뉴스1

LG는 홍창기(좌익수)-문성주(우익수)-김현수(지명타자)-오스틴(1루수)-문보경(3루수)-김민성(유격수)-김기연(포수)-서건창(2루수)-박해민(중견수) 순으로 선발 타순을 짰다. 두산은 허경민(3루수)-정수빈(중견수)-양석환(1루수)-김재환(지명타자)-양의지(포수)-로하스(우익수)-송승환(좌익수)-김재호(유격수)-이유찬(2루수) 순이었다. LG 김윤식과 알칸타라의 선발 맞대결.

두산은 1회부터 김윤식을 공략하며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선두타자 허경민이 좌중간 안타를 친 뒤 정수빈의 포수 땅볼 때 2루까지 갔다. 이어 양석환이 좌익선상 안쪽에 떨어지는 적시타를 치며 허경민을 홈으로 불러들였다.(0-1)

두산 알칸타라는 1회부터 삼자 범퇴로 기세를 올렸다. 김윤식은 2회 1사 1, 2루 위기를 맞이했으나 이유찬을 삼진, 허경민을 3루 땅볼로 처리하는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줬다.

이후 LG가 흐름을 다시 가져왔다. 곧바로 이어진 2회말 문보경이 안타로 출루한 뒤 후속 김민성의 우중간을 가르는 적시 2루타 때 동점 득점을 기록했다.(1-1)

3회 김윤식이 삼자 범퇴로 두산 타자들을 처리한 가운데, 3회말 두산 내야가 흔들렸다. 1사 후 홍창기의 타구를 두산 2루수 이유찬이 제대로 포구하지 못했다. 이어 문성주의 유격수 앞 땅볼 타구를 김재호가 잡아내지 못하면서 1사 1,2루가 됐다. 공식 기록은 내야 안타였다. 김현수가 삼진에 그쳤으나 오스틴이 해결사로 나섰다. 알칸타라의 2구째를 공략해 좌익선상 안쪽에 떨어지는 2타점 적시 2루타를 친 것. 점수는 3-1이 됐다.

LG 선수들이 3회말 역전에 성공하자 기뻐하고 있다. /사진=뉴스1

4회초에는 이례적으로 양의지가 뛰었다. 선두타자로 나선 양의지는 1사 후 폭투를 틈타 뒤늦게 2루를 향해 스타트를 끊었다. 그러나 LG 포수 김기연이 침착하게 2루로 공을 뿌리며 잡아냈다.

승부처는 4회말이었다. LG가 발로 두산을 정신없이 흔들었다. 이 과정에서 두산의 실책이 속출했다. 선두타자 김민성이 볼넷으로 나간 뒤 김기연의 투수 앞 번트 때 알칸타라가 포구 후 지체없이 2루로 뿌렸으나 김재호가 놓치고 말았다. 포구 실책. 이어 서건창이 페이크 번트 앤드 슬래시 작전으로 두산 내야를 휘저었다. 서건창의 타구가 2루로 향했으나 이유찬이 또 포구에 실패, 이 사이 김민성이 3루를 돌아 홈을 밟았다.(4-1) 계속된 2사 만루 기회에서 김현수가 해결사로 나섰다. 알칸타라를 상대로 우중간을 가르는 싹쓸이 3타점 적시 2루타를 치며 7-1까지 도망갔다. 사실상 LG가 승기를 완벽하게 가져온 순간이었다.

두산의 1선발 알칸타라는 4이닝 동안 7피안타 1볼넷 7탈삼진 7실점으로 고개를 숙였다. 총투구수는 95개. 특히 4회 실점 과정이 김재호의 '실책'으로 시작됐기에, 이후 점수는 모두 비자책점으로 인정됐다. 알칸타라의 자책점이 단 1점인 이유였다. 반면 김윤식은 5이닝(86구) 5피안타 3볼넷 4탈삼진 1실점(1자책)으로 제 몫을 다하며 시즌 첫 승 달성에 성공했다. 두산은 알칸타라에 이어 김명신(1이닝 2실점), 박정수(3이닝 4실점 1자책)가 차례로 던졌다. LG는 김윤식 이후 박명근(1이닝), 이지강(1⅓이닝 3실점 비자책), 이우찬(⅔이닝), 이정용(1이닝)이 차례로 나와 승리를 지켜냈다.

LG의 상승세는 계속됐다. 5회초에는 환상 수비가 나왔다. 2사 1,2루 위기에서 문성주가 양석환의 우익수 파울 지역으로 뜬공을 향해 전력 질주를 펼친 뒤 낚아챘다. 몸을 아끼지 않는 호수비였다. 5회말 LG는 2사 3루에서 서건창이 우전 적시타를 친 뒤 박해민이 좌익선상 적시 2루타를 때려내며 9-1까지 달아났다.

6회말 두산은 로하스와 양의지를 빼는 대신 양찬열과 장승현을 교체로 투입했다. 그러나 김현수에게 무사 1, 2루에서 적시타를 허용했다. 두산은 8회말 3점을 만회했으나, 뒤집기에는 점수 차가 컸다. LG는 8회말 문보경의 적시타와 김기연의 2타점 적시타를 묶어 13-4를 만들었다. 결국 경기는 LG의 완승으로 마무리됐다.

LG 문성주가 5회 2사 후 호수비를 펼치고 있다. /사진=뉴스1

잠실=김우종 기자 woodybell@mtstar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