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심차게 준비한 이승엽 감독 승부수, 패배의 악수로 돌아왔다
[잠실=뉴스엔 안형준 기자]
야심차게 준비한 '승부수'가 악수로 돌아왔다.
두산 베어스는 4월 1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 트윈스와 경기에서 패했다. 시즌 첫 잠실 라이벌전에서 두산은 4-13 완패를 당했다.
올시즌을 앞두고 두산 지휘봉을 잡은 이승엽 감독은 생애 첫 잠실 라이벌전에 앞서 "밖에서는 실감이 안났는데 주변에서 정말 관심이 많더라"고 말했다. LG-두산 맞대결은 KBO리그 최고의 라이벌전 중 하나지만 삼성 출신인 이승엽 감독 입장에서는 생소한 것이 당연했다.
이승엽 감독은 "LG전이라고 해서 특별하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순리대로 갈 것이다"고 밝혔다. 하지만 LG는 강한 전력을 가졌고 지략가 염경엽 감독이 다양한 전략을 펴는 팀. 이승엽 감독도 그런 LG를 상대하기 위해 준비한 카드가 있었다. 올시즌 내야의 중심을 지켜온 유격수 이유찬-2루수 강승호 키스톤을 이날은 유격수 김재호-2루수 이유찬으로 교체했다.
다소 수비가 투박한 강승호를 대신해 베테랑 김재호를 투입한 것. 비록 노장이지만 리그 최고의 유격수 출신인 김재호가 변화무쌍한 작전, 과감한 주루플레이로 상대를 흔드는 LG에 맞서 내야의 중심을 잡아주기를 기대한 것이었다. LG 선발이 WBC 출전 후 컨디션이 정상까지 아직 올라오지 않은 김윤식인 반면 두산은 에이스 알칸타라가 나서는 만큼 우선 탄탄한 수비로 실점을 줄인 뒤 승리의 길을 찾겠다는 포석이었다.
하지만 이 선택은 실패로 돌아왔다. 두산은 이날 내야 수비진이 흔들리며 경기 초반 와르르 무너졌다. 2루수로 이동한 이유찬과 시즌 첫 선발출전한 김재호 모두 실수를 연발하며 패배의 빌미를 제공했다.
1회(두산 1득점)와 2회(LG 1득점) 1점씩을 주고받은 양팀은 팽팽한 1-1 동점 상황에서 3회에 들어섰다. 3회초를 삼자범퇴로 마친 두산은 3회말 수비에서 악몽이 시작됐다. 1사 후 홍창기의 2루수 정면 땅볼 타구를 이유찬이 잡아내지 못한 것이 시작이었다.
홍창기를 실책으로 출루시킨 두산은 후속타자 문성주 역시 실책성 짙은 내야안타로 출루시켰다. 문성주의 타구는 유격수 오른쪽으로 향했다. 김재호가 백핸드 캐치를 시도했지만 공은 글러브에 맞고 떨어졌다. 실책성 플레이로 주자 2명을 출루시킨 두산은 오스틴에게 2루타를 얻어맞아 역전을 허용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4회말에도 실책 행진은 이어졌다. 김민성이 볼넷으로 출루한 무사 1루 상황에서 LG는 김기연이 희생번트를 시도했다. 김기연의 번트 타구는 투수 정면으로 향했고 빠르게 공을 주워든 알칸타라는 지체 없이 2루로 공을 뿌렸다. 타자와 주자가 모두 발이 느린 만큼 더블플레이까지 가능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유격수 김재호가 포구에 실패하며 주자 두 명이 모두 살아남았고 LG는 무사 득점권 찬스를 이어갔다.
실책은 또 이어졌다. 페이크 번트 앤 슬래시를 시도한 서건창의 타구가 1-2루간으로 향했다. 번트 수비를 위해 전진해있던 1루수 양석환이 잡을 수는 없는 타구였지만 1루 쪽으로 치우쳐있던 2루수 이유찬이 충분히 잡아낼 수 있는 공이었다. 이유찬은 타구를 따라갔지만 공은 글러브에 맞고 튀었고 주자는 또 모두 세이프됐다. 공격적인 주루플레이를 하는 LG는 2루 주자 김민성이 홈까지 파고들어 득점을 올렸다.
수비 붕괴는 전염됐다. 이어 박해민의 3루 방향 번트 타구가 애매하게 떴고 이번에는 3루수 허경민이 달려들다가 미끄러지며 다시 주자는 모두 살아남았다. 내야안타로 기록됐지만 두산 베테랑 내야수들의 수비력을 감안하면 충분히 아웃카운트로 연결할 수도 있는 타구였다.
두산은 무사만루 위기에서 홍창기가 3루심의 애매한 체크스윙 판정으로 아웃됐고 문성주가 얕은 뜬공으로 물러나며 실점을 최소화하는 듯했다. 하지만 2사 후 김현수가 친정팀에 쐐기를 박는 싹쓸이 3타점 2루타를 터뜨렸고 결국 승패는 일찌감치 결정됐다.
두산 에이스 알칸타라는 이날 4이닝 동안 7실점했지만 자책점은 단 1점 뿐이었다. 내야진이 실수를 연발하지 않았다면 충분히 경기 흐름은 달라질 수 있었다.
승부수가 악수로 돌아온 두산은 전날 키움전 대패에 이어 2경기 연속 완패를 당했다.(사진=김재호/뉴스엔DB)
뉴스엔 안형준 marka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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