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낮 스쿨존 음주운전, 2시간 만에 55대 걸렸다
올해 음주 사고 줄었지만 주간 사고 ‘2배’로 늘어… 내달까지 특별단속
“실례합니다. 창문 내려주시고, 음주 감지하겠습니다.”
14일 오후 1시쯤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고은초등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경찰이 음주운전 단속을 실시했다. 교통경찰 12명, 순찰차 5대, 비접촉 음주감지기 12대 등이 동원됐다. 한낮의 음주 단속에 일부 운전자들은 의아한 반응을 보였다. 지나가던 시민들도 걸음을 멈추고 “무슨 일이냐”며 한마디씩 거들었다. 한 시민이 ‘음주단속 중’이라 쓰인 안내판을 발견하고는 “아, 대전 사고 때문이구나”라고 말했다.
경찰이 다음달 31일까지 7주간 음주운전·스쿨존 법규위반에 대한 특별단속을 실시한다. 지난 8일 대전 스쿨존 음주운전 사고로 배승아양(9)이 숨진 일 등이 계기가 됐다.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발생하는 음주운전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커진 데 따른 단속 확대조치다.
오후 1시20분이 되자 수업을 마친 초등학생들이 학교 정문으로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뒤섞여 정문 앞 인도가 북적였다. 경찰 단속을 돕기 위해 나온 녹색어머니회 회원 10여명은 바삐 아이들을 인도 안쪽으로 불러세웠다. 고은초 3학년 오모군(9)은 “엄마가 (음주운전 사고) 얘기를 해주면서 조심히 다니라고 했다”고 말했다. 녹색어머니회 소속 남진희씨(48)는 “아이들에게 ‘차 조심해라’ ‘휴대폰 절대로 하지 말라’고 얘기한다”며 “아이들이 안전할 수 있게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2학년 자녀를 둔 박모씨(37)는 “음주운전은 스쿨존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며 “보여주기식 단속 말고 실질적인 근절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했다.
윤희근 경찰청장도 이날 서대문구 단속 현장을 찾았다. 윤 청장은 “얼마 전 대전에서 어린이 보호구역을 지나던 어린이가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희생된 것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음주운전을 포함해 스쿨존에서 불법 주정차나 보행자 보호 위반 등 교통법규 위반에 대해 강력하게 단속하겠다”고 말했다.
전국 15개 시·도경찰청이 이날 오후 1시부터 약 2시간 동안 전국 431곳에 교통경찰 1642명을 투입해 음주운전 일제 단속을 벌인 결과, 총 55건이 적발됐다. 면허 정지(혈중알코올농도 0.03% 이상) 36건, 면허 취소(0.08% 이상) 13건이었다. 6건은 음주측정 거부였다. 윤 청장이 방문한 고은초 앞에서 음주운전이나 교통법규 위반으로 적발된 차량은 없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1월1일부터 4월7일까지 음주운전 교통사고 발생 건수는 3277건으로 전년 3522건에 비해 다소 감소했다. 하지만 주간 시간대(오전 6시~오후 6시) 교통사고 비율은 41.2%(953건)로 전년 22.9%(581건)에 비해 2배가량 비중이 늘었다. 경찰 관계자는 “나들이철 코로나19 방역 해제로 들뜬 분위기에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이 느슨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특별단속 기간 매주 1회 전국 일제 단속을 하고 각 시·도경찰청도 주 2회 이상 지역별 단속한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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