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서 SVB 사태 땐 뱅크런 100배 빠를 것”
일각선 불안정한 금융시장에 오해 줄 수 있는 자극적 발언 지적도
금리 관련 “하반기 물가 상승률 3% 불확실…낮출 것이란 기대 말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사진)가 한국에서 실리콘밸리은행(SVB) 같은 은행 파산 사태가 벌어지면 미국보다 예금 인출 속도가 “100배는 빠를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은 디지털뱅킹이 크게 발달해 자금 인출이 더 쉬운 만큼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말이지만, 한은 총재의 무게감으로 볼 때 불안정한 금융시장에 괜한 오해를 줄 수 있는 자극적인 발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주요 20개국(G20) 중앙은행 총재 회의,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그룹(WBG) 춘계회의 참석차 미국 워싱턴에 머물고 있는 이 총재는 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인터뷰에서 최근 미국·유럽 은행권 혼란과 관련한 질문에 “이번 사태는 우리에게 많은 숙제를 줬다”며 이 같은 예상을 내놓았다.
이 총재는 “젊은층의 디지털뱅킹이 한국에서 훨씬 더 많이 발달했고 예금 인출 속도도 빠른 만큼, 이런 디지털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매일 이뤄지는 차액 결제의 담보 비율을 높여야 하고, 과거에는 은행이 문을 닫았을 때 수일 내 예금을 돌려줬지만 이제 수시간 내 고객들에게 돌려줘야 한다”며 “한국은행이 감독 당국과 함께 어떻게 대응할지가 새로운 숙제”라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지난 11일 통화정책방향 회의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지금은 전부 다 휴대폰으로 계좌이체를 하기 때문에 예금자보호를 해주더라도 그 속도가 굉장히 빠르지 않으면 다른 데로 번질 수 있는 가능성, 이런 기술적인 가능성도 굉장히 많이 커지고 있다”면서 “디지털뱅킹하에서 규제와 금융 위기 관리를 어떻게 해야 되는지 이런 것들이 새로운 과제로 떠오른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매우 높은 수준에서 유지하고 있고, 금융통화위원회의 입장도 매우 강한(긴축적) 것 같은데, 언제쯤 이런 기조가 바뀔 것으로 예상하느냐’는 질문에는 “데이터에 달렸다”고 답했다.
이 총재는 “우리는 연말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전망대로 (물가 흐름이) 진행된다고 확신하게 되면 우리의 태도(긴축기조) 변화를 생각하겠지만, 확신하기에는 여전히 이르다”고 말했다. 그는 동행한 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도 “시장은 연말 전 금리를 인하할 것처럼 보고 있는데 그게 아니라고 (지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경고를 줬다”며 “하반기에 물가가 3%까지 갈지 불확실한데 금리를 낮추려면 그보다 훨씬 더 강한 증거가 있어야 하니 아직은 낮출 것이라고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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