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력도움닫기 ‘단 1초의 기회’…얼음위성 향한 8년 여행 시작됐다

곽노필 2023. 4. 14.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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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우주국, 목성 위성 탐사선 주스 발사
2031년 도착…4년간 3개 얼음위성 탐사
목성 얼음위성 탐사선 주스를 실은 아리안5 로켓이 이륙하고 있다. 웹TV 갈무리

태양계 최대 행성인 목성의 얼음위성을 탐사할 우주선 ‘주스’(JUICE)가 8년간의 우주 대장정을 시작했다.

유럽우주국(ESA)은 14일 오전 9시14분(한국시각 오후 9시14분) 대서양 연안 프랑스령 기아나 우주센터에서 유럽 최초의 목성 탐사선 주스를 아리안5 로켓에 실어 발사했다.

이날 주스에 주어진 발사 가능 시간대(발사창)는 단 1초였다. 대략 몇시간의 발사 시간대를 두는 일반적인 로켓 발사와 달리, 주스는 정해진 시각에 정확히 맞춰 발사해야 한다. 여러 차례에 걸쳐 금성과 지구, 달의 중력을 이용하는 비행 방식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주스는 2024년 8월 지구와 달 중력을 동시에 이용하는 중력도움비행을 하기로 돼 있다. 역대 우주탐사선 가운데 지구와 달의 중력을 동시에 비행에 이용하는 것은 주스가 처음이다. 그런데 이 경로를 향해 주스를 발사할 수 있는 시간은 매일 1초밖에 주어지지 않는다. 기상 악화로 13일 발사창을 놓친 주스는 이날은 1초의 순간을 놓치지 않고 순조롭게 지구를 출발했다.

기아나 우주센터에 아리안5 로켓에 실려 발사 대기중인 주스. 유럽우주국 제공

10년간 2조3천억원 투입

주스 발사는 올해 계획된 우주 탐사 중 가장 규모가 큰 프로젝트다. 2012년 유럽우주국의 ‘우주 비전 2015~2025’의 하나로 선정된 이 대형 탐사 사업엔 총 16억유로(2조3천억원)가 투입됐다.

주스는 2031년 지구에서 평균 7억7800만km 떨어져 있는 목성 궤도에 도착해 2035년까지 목성 4대 위성 중 화산위성 이오를 제외한 유로파, 가니메데, 칼리스토 3개 얼음위성을 탐사한다. 총 35회에 걸쳐 200~1000km 상공까지 근접 비행할 예정이다.

3개 얼음 위성들은 표면 아래 깊숙한 곳에 액체 상태의 바다가 있을 것으로 추정돼 생명체 탐사와 관련해 주목받고 있는 천체들이다. 예컨대 달보다 약간 작은 유로파의 경우 15~25㎞ 두께의 얼음 표면층 아래에 물바다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허블우주망원경은 2016년 유로파 표면에서 최대 200㎞까지 물기둥이 치솟는 것을 관측한 바 있다. 3개 얼음위성에 있는 물의 양을 합치면 지구 바다의 6배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한다.

유럽우주국의 목성 얼음위성 탐사선 주스(오른쪽)와 4대 위성. 왼쪽부터 가니메데, 이오, 목성, 유로파, 칼리스토다. 유럽우주국 제공

가니메데에 충돌하며 임무 종료

주스의 최대 임무는 수성보다 큰 태양계 최대 위성 가니메데를 탐사하는 것이다.

임무 초기에 5번 저공비행 후 임무의 마지막 단계인 2034년 말부터 9개월 동안 가니메데를 궤도비행하면서 세밀하게 관찰한다. 우주선이 다른 행성의 위성을 도는 건 처음이다.

가니메데는 태양계에서 자체 자기장을 생성하는 유일한 위성이다. 과학자들은 두께가 100km가 넘는 얼음층 아래에 액체 바다가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주스는 가니메데 주위를 총 12번 비행하며 자기장과 숨겨진 바다, 복잡한 핵, 목성과의 중력 및 자기장 상호작용 등 다양한 주제의 관측 활동을 수행한다.

그런 다음 마지막으로 2035년 9월 가니메데 표면으로 충돌해 최후를 맞는다. 현재로선 지하의 액체 바다 중 일부가 가니메데의 표면에 드러나 있다는 증거가 없기 때문에, 행성 오염을 막기 위한 별도의 살균 조처는 하지 않을 계획이다. 그러나 임무 수행 중 다른 증거가 발견되면 이 계획을 재고할 것이라고 유럽우주국은 밝혔다,

총 무게 6톤(연료 제외 2.4톤)인 주스에는 중력장 측정 장치, 레이저 고도계, 광학 카메라, 자력계, 분광기 등 10개의 탐사 장비가 탑재돼 있다. 목성에 도착해서는 태양전지판(2.5m×3.5m) 10개를 통해 동력을 공급받는다. 목성에서 받는 태양 에너지는 지구에서 받는 에너지의 3%에 불과하다.

나사도 2024년 유로파 탐사선 발사

나사도 2024년 목성의 얼음위성 유로파를 탐사할 ‘유로파 클리퍼’를 보낼 계획이다. 이 탐사선은 6년을 날아 주스보다 1년 앞선 2030년 유로파에 도착한다. 나사가 행성이 아닌 특정 위성만을 겨냥해 탐사선을 보내는 것은 유로파 클리퍼가 처음이다. 이는 생명체 존재 가능성과 관련해 그만큼 유로파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걸 뜻한다.

2016년부터 목성을 돌고 있는 나사의 주노 탐사선도 2021년부터 위성 탐사에 나섰다. 2025년 9월까지 활동 기한을 2년 연장해 4대 위성 중 가니메데, 유로파, 이오 3개 위성을 여러 차례 근접비행한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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