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일병에 뚫린 미 1급 기밀

정원식 기자 2023. 4. 14.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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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에도 유사 사건 발생
수천명이 1급 보안 접근 가능
허술한 시스템 보완 불가피
메릭 갈런드 미국 법무장관이 13일(현지시간) 워싱턴 법무부 청사에서 긴급 브리핑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현역으로 배치된 지 2년도 안 된 미군 ‘일병’까지 1급 군사기밀에 접근이 가능한 미군의 허술한 기밀 취급 시스템이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미국에서 기밀 접근권을 지닌 20대 하급 병사가 군기밀을 유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0년 기밀문서를 외국 정부에 넘기려다 체포된 브라이언 민규 마틴은 당시 22세로, 정보업무를 맡고 있던 해군 상병이었다. 그는 국방부 내 1급 비밀 전산망 및 2급 비밀 전산망 접근 인가권을 갖고 있었다. 2009~2010년 미 국방부 내부 전산망에서 기밀 자료를 빼내 위키리크스에 넘긴 첼시 매닝(개명 전 브래들리 매닝)도 2010년 체포 당시 23세 일병이었다.

뉴욕타임스(NYT)는 13일(현지시간) “잭 테이세이라가 체포되면서 정부가 1급 기밀로 분류하는 국가 보안 문서를 열람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드러났다”면서 “이 사건은 ‘일급 기밀’이라는 용어가 실제로 비밀인지, 국가안보기관이 민감한 자료를 방치한 것은 아닌지에 대한 광범위한 의문을 제기한다”고 지적했다.

NYT에 따르면 미 국방부 당국자들은 1급 비밀을 다룰 수 있는 사람이 수만명까지는 아니더라도 수천명은 될 것으로 본다. 이보다 한 단계 낮은 2급 비밀의 경우에는 미 국방부와 국가안보기관 직원들 거의 전원이 열람 권한을 갖고 있으며, 민간군사업체와 싱크탱크 분석가들도 일정 수준의 비밀 취급권을 갖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기밀 접근 권한을 가진 사람들이 늘어난 것은 2000년대 초반 기밀 정보 취급 원칙에 생긴 변화와 관련이 있다고 NYT는 전했다. 2001년 9·11테러로 큰 희생을 치르고 뒤이어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가 있다는 판단이 오판이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신뢰성 확보를 위해 정보기관 간 정보 공유의 필요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국가안보국(NSA)에서 일했던 보안 전문가 글렌 거스텔은 이 같은 변화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었지만 너무 지나쳤다면서 일부 기밀에 대한 접근 권한이 “무서울 정도로 광범위하다”고 말했다. 그는 접근 허가를 받으면 문서 전부를 볼 수 있는 현재 시스템을 세부 내용을 볼 때마다 허가를 받도록 하는 시스템으로 변경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패트릭 라이더 국방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군에서는 보직에 따라 보안 인가가 필요한 경우가 있다”면서 “(적절한 보안 심사를 거쳤다면) 나이가 어리더라도 많은 책임을 맡긴다”고 말했다.

기밀 취급 시스템의 보완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CNN은 향후 미군이 1급 비밀에 대한 일일 정보 브리핑을 받는 정부 당국자 수를 제한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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