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브라질 룰라 만나 “올바른 편에 서야”… 선물 보따리 풀어 우방 만드는 中
독일 외무장관도 초청받아 訪中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1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룰라 대통령은 친미파였던 전임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과는 대조적으로 중국에서 ‘인민의 오랜 벗’으로 불린다. 시진핑이 룰라 대통령을 중국으로 초청한 것은 미국의 대중(對中) 포위망에 맞서 우군을 늘리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다.
시진핑은 회담에서 “‘백 년의 대변국’ 속에 중국과 브라질은 역사의 올바른 편에 서서 진정한 다자주의를 실천해야 한다”면서 “개발도상국의 공동 이익과 국제 공평·정의를 확실히 수호하고, 인류 운명 공동체를 손잡고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또 “중국은 대외 개방의 수준을 높여 브라질을 포함한 세계 각국에 더 큰 기회를 가져다 줄 것”이라면서 “중국과 브라질의 관계 발전은 역내와 세계의 평화 안정과 번영에 중요하다”고 했다.
룰라는 “중국은 오늘날 세계 정치, 경제무역, 과학기술 등 각 영역에서 빠질 수 없는 중요한 힘이고, 세계 평화와 발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중국 기업들이 브라질에 와서 브라질의 디지털 전환과 저탄소 발전을 돕길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브라질은 중국과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고, 국제 금융, 기후변화 대응, 환경 보호에 대한 조율과 협력을 강화하길 원한다”고 했다.
양국 정상은 회담에서 위안화·헤알화의 무역·금융 결제 비중을 높이고, 교역 품목을 다양화하는 등 경제 협력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또 농업·교육·보건·금융·통신 등 분야에서 20개 이상의 양자 협정에 서명했다. 중국이 브라질에 선물 보따리를 안긴 셈이다. 중국은 2009년부터 브라질의 최대 무역 상대국으로, 지난해 양국 교역액은 사상 최대인 1715억달러(약 227조원)였다.
룰라는 지난 12일 밤부터 나흘간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해 ‘위안화 국제화’를 옹호하고 미국의 대중 기술 봉쇄를 반대하는 행보를 보였다. 룰라는 13일 오전 상하이의 신개발은행(NDB) 본부를 찾아 지우마 호세프 전 브라질 대통령의 NDB 총재 취임식에 참석했다. NDB는 브릭스(중국·브라질·러시아·인도·남아프리카공화국) 국가가 2015년 서방 주도 금융 체제에 대항해 설립한 국제 금융기구다.
룰라는 NDB 연설에서 “첫 대통령 임기에 나는 매일 밤 ‘왜 모든 나라들은 달러로 거래해야 하는가. 누가 달러를 국제 결제 통화로 정했는가’ 자문했다”고 했다. 룰라의 이 같은 발언은 국가 간 결제가 대부분 미 달러로 이뤄지는 이른바 ‘달러 패권’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최근 미국과 대립 중인 중국 및 러시아의 기조와 일치한다. 룰라 대통령의 중국 방문에 맞춰 중국 최대 상업은행인 중국공상은행(ICBC)은 브라질 현지 지점에서 처음으로 달러 결제망 대신 중국에서 만든 ‘국경 간 위안화 지급 시스템(CIPS)’을 이용해 위안화 결제를 처리했다.
14일 룰라는 시진핑과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을 위한 중재 방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모색하는 중재자 역할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중국은 집권 3기 들어 브라질이 속한 ‘글로벌사우스(Global South·개발도상국들의 제3세계)’ 및 ‘균형 외교’를 추구하는 유럽과 적극 연대하고 있다.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무장관은 지난 13일 친강 중국 외교부장 초청으로 방중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 이어 일주일 사이 EU의 핵심 두 나라 고위 인사가 중국을 방문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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