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 당인가” “당 대표 도와야”…‘홍준표 해촉’에 국민의힘 내홍 격화

김병관 2023. 4. 14.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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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홍준표 대구시장을 당 상임고문직에서 해촉한 이후 집권여당의 내홍이 커지고 있다.

홍 시장은 김 대표에 대한 공개 비판을 이어갔고, 비윤(비윤석열)계도 이를 계기로 공세를 퍼붓고 있다. 홍 시장 해촉 결정에 대한 당내 우려 분위기도 감지되면서 김 대표의 리더십이 또 한 번 시험대에 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왼쪽), 홍준표 대구시장. 뉴시스·연합뉴스
홍 시장은 14일 페이스북에서 김 대표가 자신의 당 상임고문직을 해촉한 데 대해 “나를 밟고 넘어가서 지도력을 회복할 수 있다면 나는 기꺼이 그 밑거름이 될 수도 있습니다만 평생 몸에 밴 살피고 엿보는 그 버릇을 쉽게 버릴 수가 있을까”라고 직격했다. 

홍 시장은 “스스로 이사야라고 칭송한 욕설 극우 목사나 끼고돌면서 거꾸로 나를 배제한 김기현 대표의 엉뚱한 화풀이”라며 “기분 나쁜 일은 불쾌한 과거로 묻겠다. 당과의 문제가 아니라 특정 개인 한 사람과의 문제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전날 현역 정치인이 당 상임고문을 맡은 전례가 없다며 홍 시장을 직위에서 해촉했다. 당 체계를 정상화한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홍 시장이 ‘전광훈 리스크’를 이유로 김 대표를 공개 비판한 게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김 대표는 전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 당 정신이 어떤 특정 목회자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는 것은 궤변”이라며 “그동안 수차례 자중을 촉구했음에도 오히려 당 내외에서 이를 증폭시키는 듯한 행태에 깊은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홍 시장을 겨냥했다. 

이후 김 대표가 홍 시장을 상임고문직 해촉하자, 홍 시장은 “이참에 욕설 목사를 상임고문으로 위촉하라”, “그런다고 입막음 되는 게 아니다”, “옹졸한 정치는 이번으로 끝내지 않으면 더 큰 위기가 올 수도 있다”라고 비난을 쏟아냈다. 

당 지도부에 사사건건 날을 세워온 당내 비윤계도 참전하면서 내홍 양상은 깊어지고 있다. 이준석 전 대표는 전날 “정당에서 당내 구성원이 조금이라도 다른 의견이 있으면 윤리위로 몽둥이 찜질하는 것을 넘어서 이제 상임고문 면직까지 나온다”고 했다.

천하람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갑 당협위원장도 “이준석, 나경원, 유승민, 안철수 이제는 홍준표 지지자까지 밀어내면 우리 당 지지율이 어떻게 남아나느냐”며 “김 대표의 연포탕은 연대포기탕인가”라고 질타했다. 

홍 시장 해촉의 파장이 커지자 당내에선 김 대표가 섣부른 판단을 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하태경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에서 “국민들이 ‘전광훈 자를 거냐’라고 물었는데 김 대표가 홍준표를 자르고 답한 아주 이상한 상황이 됐다. 메시지 관리에 실패한 것”이라고 했다.

홍문표 의원도 BBS 라디오에서 “김 대표는 당 기강을 위해 (해촉)했다고 하지만, 그걸 보는 제3자 입장에선 (홍 시장의) 저런 정도 이야기로 해촉하는 것은 너무 심하다는 양론이 상충하고 있다”며 “해촉에 대해 잘했다고 보진 않는다”고 말했다. 

윤희숙 전 의원은 CBS 라디오에서 “홍 시장이 비아냥이 섞여 있는, 약간 선을 넘은 듣기 싫은 소리를 했다”면서도 “안타깝지만 당 대표는 그런 비아냥을 참아야 한다. 상임고문 해촉이라는 방식은 지지자들한테 ‘꼰대당인가’라는 위기감을 준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를 옹호하는 목소리도 나오면서 상임고문직 해촉 결정에 대한 설왕설래도 벌어지고 있다.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KBS 라디오에서 “홍 시장이 지속적으로 김 대표에 대해 불편하면서도 과한 말을 반복적으로 했다”며 “결과적으로 당 대표를 흔들기 위한 모습이 됐고, (김 대표로선) 굉장히 모욕적으로 느낄 수 있는 말들을 홍 시장이 했다”고 김 대표를 엄호했다.  

황교안 전 대표도 YTN 라디오에서 “(김 대표가) 최선을 다하지 못하게 여기저기서 폄훼하고 공격하고 있지 않나. (김 대표를)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김병관 기자 gwan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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