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웅 ‘불법도박’ 뒤통수…LG 선수 관리 또 ‘NG’
정규리그 개막 전 제보…소문 파다
계속 부인해오다 결국 ‘베팅’ 시인
2023년 프로야구를 덮친 먹구름이 다시 짙어졌다. 이번에는 우승 후보 LG다. 외야수 이천웅(34·LG·사진)의 인터넷 불법 도박 사실이 드러났다.
LG는 “이천웅이 지난 12일 혐의 사실을 인정했다”며 “KBO 클린베이스볼센터에 즉시 관련 사실을 통보하고 앞으로 검찰 조사와 KBO의 후속 조처에 적극 협조할 예정”이라고 14일 밝혔다.
선수 말만 믿고 경기 내보낸 구단
감독에겐 지난 5일에야 정식 보고
안일한 대처로 리그 전체에 ‘찬물’
염경엽 감독 “팬들에게 죄송” 사과
KBO는 정규시즌 개막 전 클린베이스볼센터를 통해 수도권 한 선수의 인터넷 불법 도박 사실을 제보받은 뒤 자체 조사했다. 이후 지난 5일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고 이 사실을 6일 발표했다. 당시에는 제보 내용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지 못한 상황이라 선수 이름을 공개하지 않았다. 소속 구단에도 알리기 전이었다. 그러나 해당 선수가 LG 이천웅이라는 사실은 이미 소문이 퍼져 있었다.
LG 구단 역시 이를 접했다. 이천웅은 차명석 LG 단장과 4차례나 면담을 하는 등 구단의 추궁에도 부인만 해왔으나 이후 압박감을 느낀 끝에 지난 12일 구단에 도박 사실을 시인했다.
이천웅은 14일 조사를 받기 위해 스스로 경찰서에 갔다. 자백을 했으니 혐의는 확인됐다. 그러나 이미 수사를 의뢰한 이상 KBO는 수사 결과가 나온 뒤 제재 등을 결정할 계획이다. LG 구단도 그 이후 선수에 대한 제재 수위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LG는 가을야구를 구경도 못하던 암흑기 시절 ‘선수 사고’의 단골 구단이었다. 선수 말만 믿고 대충 넘어갔다가는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수없이 체험한 구단이다. 무엇보다 개막 전부터 불미스러운 일들이 줄줄이 터져 리그 분위기가 뒤숭숭한 시즌 초입, 우승 후보라면 더욱 철저히 깔끔하게 단속을 했어야 하지만 LG 구단은 일찍이 했어야 할 조치는 전혀 하지 않았다.
LG 구단은 불법 도박 제보가 있었다는 사실이 보도된 뒤 해당 선수가 이천웅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천웅을 버젓이 개막 엔트리에 포함했다. 이천웅은 구단에 계속 혐의를 부인하며 동료들과 코칭스태프, 구단과 리그를 모두 속인 채 경기를 계속 뛰었다. KBO가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는 사실을 발표하자 당일 오후에서야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LG는 “구단 내부적으로 조사를 계속 진행했다. 안 했다는 선수 말만 믿고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선수에게 피해를 줄 수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구단이 해야 할 일은 선수단이 시즌을 원활하게 치러 최선의 경기력을 낼 수 있도록 잘 ‘운영’하는 것이다. 선수의 혐의 혹은 결백을 밝히려 조사하는 것과 별개로 문제의 소지가 있다면 명확하게 밝혀질 때까지는 나머지 선수단이 문제없이 경기할 수 있게 정리하고 관리해야 한다. 경기 외의 ‘사고’를 친 선수가 있다면 그 처분은 현장에만 맡길 일이 아니다. LG는 선수를 기용하고 관리해야 할 사령탑에게는 지난 5일에야 이천웅에 대한 정식 보고를 한 뒤 이튿날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LG는 14일 김인석 대표이사 명의로 사과문까지 발표했다. 그러나 안일한 대처로 화를 키운 책임을 지울 수는 없다.
사과는 사령탑이 했다. 염경엽 LG 감독은 이날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선수들을 책임지는 감독으로서 정말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불미스러운 일을 일으켜서 팬들께도 정말 죄송스럽다. 재발 방지를 위해서 최대한 교육시키고 노력하겠다. 다시 한번 죄송하다”고 모자를 벗고 사과했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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