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 중에도 "실종자 가족으로 위장하라"…대원들도 망설인 사찰
오늘이 4월 14일. 이틀 뒤 16일이면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9년이 됩니다. 그런데 아직 끝나지 않은 재판이 있습니다. 바로 유가족에 대한 기무사의 사찰 사건입니다. 재판 과정에서 당시 기무사가 '반정부 선동자'를 색출하라는 지시를 하고 사찰을 위해 실종자 가족으로 위장하라는 말도 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최연수 기자입니다.
[기자]
세월호 참사 엿새째 되는 날, 구조대는 식당칸 진입로를 열고 치열한 구조 작업을 벌였습니다.
바로 그 날, 기무사가 작성한 문건입니다.
반정부 선동자를 색출하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유가족 동향을 살피다 적발되면 실종자 가족으로 위장하라고도 했습니다.
[강지은 /단원고 2학년 8반 지상준 군 어머니 : 참사 6일 만에 종북세력으로 딱 낙인을 찍어 놨더라고요. 자식 잃은 부모들한테 이렇게까지?]
또 다른 판결문엔 생존 학생 2명이 끝까지 시신 수습을 주장한다며 '강경파'로 몰고, 일부 유가족은 시신 수습을 중단해도 반대하지 않을 '온건파'로 분류한 사실도 나와 있습니다.
기무사 실무 요원들조차 "거부감이 들었다" "왜 이런 일을 시키는지 의아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류하경/변호사 : (요원들이) 나 자신도 굉장히 당혹감을 느꼈다고 폭로했죠. 불법임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책임자로 지목된 전직 참모장들은 "사령부의 지시를 따랐을 뿐"이라며 무죄를 주장했습니다.
수 년 만에 이들의 형사 책임을 인정한 법원은 올해 초 국가의 배상책임도 인정했습니다.
[이유정/변호사 : 국가의 불법행위로 인한 2차 가해를 인정…]
군사법원도 군인의 의무를 정면으로 위반했다고 질타했습니다.
[김정민/군판사 출신 변호사 : 적이 아닌, 국민을 상대로 한 일종의 전투, 전쟁. 이런 행위를 하게 된단 말이죠.]
상처는 피해자의 몫이 됐습니다.
[장동원/4·16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총괄팀장 : (사찰당한 사실을 알고 나서) 가족들도 불안해서 차에 호신봉이나 이런 것들을 갖고 다니는 분들도 솔직히 있었어요.]
엿새 뒤, 서울고등법원에선 끝나지 않은 재판이 이어질 예정입니다.
(영상디자인 : 유정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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