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환자 유치 ‘순풍에 돛 단 인하대병원’

박효순 기자 2023. 4. 14.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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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특화 사업에 선정…의료 서비스 향상·국제기구 교류 등 다각화
조지아 출신 러시아 국적 의사인 므체들릿제(오른쪽)가 지난 3월 인하대병원에서 갑상선 종양 수술을 받은 뒤 퇴원을 앞두고 러시아권 코디네이터(가운데) 등 국제협력실 직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있다. 인하대병원 제공

러시아 국적의 의사 니노 므체들릿제(37)는 올해 초 현지에서 갑상선 종양 진단을 받았다. 자국보다 의료수준이 높은 곳에서 치료받겠다는 결심을 한 뒤 고심 끝에 한국행을 결정했다. 하지만 지난달 입국해 서울의 한 대형병원을 찾았으나 언어 소통이 수월하지 않았고, 수술까지 오래 기다려야 하는 등 진료 서비스가 미덥지 않았다.

조지아 출신인 그는 조지아 최고의 병원 중 하나인 아베시 클리닉 의료진을 통해 인하대병원을 소개받았다. 아베시 클리닉은 2019년 인하대병원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내시경과 로봇 갑상선 수술 분야의 수술기법 교육과 연수 등 꾸준하게 교류하는 기관이다.

인하대병원은 므체들릿제에게 국제협력실 소속 러시아권 코디네이터를 배정했다. 진료 예약부터 외래진료, 검사, 수술까지 빠르게 진행했다. 함께 입국한 므체들릿제의 아버지와 어머니도 심장 및 신경계 지병에 대한 진료를 신속히 받을 수 있었다. 인하대병원 관계자는 “최고의 가치를 환자의 안전과 만족에 두고 있다”면서 “외국인 환자에게 현지 언어가 가능한 전담인력이 붙어 일대일 진료의 전 과정을 바로 옆에서 돌보기 때문에 만족도가 매우 높다”고 전했다.

인하대병원은 코로나19 엔데믹에 접어든 올해를 외국인 환자 유치의 새 원년으로 삼아 적극적인 행보를 보일 계획이다. 코로나19 발생 이전에 구축해뒀던 네트워크를 회복하면서 외국인 의사 연수프로그램, 의료 해외진출 사업,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등과 연계해 해외 환자 유치의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기존의 중국과 독립국가연합(CIS)을 넘어 몽골과 캅카스 지역까지 네트워크 범위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또 인천시와 시 산하기관인 인천관광공사 등 유관기관들과도 협업한다.

최근 인천시는 문화체육관광부가 공모한 ‘웰니스·의료관광 융복합 클러스터’ 사업과 보건복지부가 공모한 ‘지역특화 외국인 환자 유치 강화사업’에 모두 선정됐다. 시는 클러스터 사업으로 인천국제공항과 가깝고 대학병원부터 전문병원까지 다양한 의료기관을 갖춘 지역 특성을 살려 외국인 의료관광객의 발걸음을 인천으로 이끌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외국인 의료관광객 맞춤형 수용 태세를 강화하고 인천 의료관광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한다. 국제기구, 재외 공관, 해외 지사와 인천시 자매도시를 중심으로 국내외 공공기관 교류 확대를 통해 외국인 의료관광객 유치를 위한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지역특화 유치 강화사업으로는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비대면 사전 상담으로 유치를 연계하는 인천 특화 해외 거점형 유치 채널을 재가동하고, 거점 국가를 추가할 예정이다. 외국 의료인 연수사업을 다각화해 인천 의료의 국제 영향력 확대를 도모하고 유치 의료기관의 외국인 환자 유치기관 인증(KAHF) 획득, 의료 코디네이터 등 전문 인력풀 관리에도 힘쓴다. 기존 선발 유치 사업자와 후발 유치 사업자 간 노하우를 공유하도록 해 보건산업 연계 동반성장 및 유치 모델 다변화 등 선순환 구조 생태계를 조성할 방침이다.

2022년 인천 의료관광 1호 환자인 카자흐스탄 다웃칼리예바 사울레(왼쪽)가 인하대병원에서 갑상선 종양 수술 후 퇴원해 출국하기 전, 주치의 이진욱 교수(가운데)와 김예랑 코디네이터(오른쪽)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다. 인하대병원 제공

인하대병원은 그동안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정책에 발맞춰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20년 9월 정부의 규제 샌드박스 특례승인을 받은 ‘재외국민 비대면 진료’ 1호 환자를 탄생시킨 바 있으며, 지난해 인천관광공사가 추진·시행한 ‘ICT 기반 비대면 진료’ 1호 환자 역시 인하대병원에서 나왔다. 코로나19 기간에는 아프리카와 오세아니아 교민들을 위한 화상 의료설명회도 개최하는 등 해외 네트워크가 잘 가동되고 있다.

이진욱 인하대병원 국제협력실장(외과 교수)은 “환자의 안전과 고객 만족을 최우선 가치로 설정하고 모든 직원이 질 높은 의료 서비스 제공을 위해 힘쓰고 있다”면서 “이번 므체들릿제와 같이 해외 병원 사이의 네트워크를 통한 고객 유치는 향후 외국인 환자 유치 프로세스의 다변화를 꾀할 수 있는 좋은 사례”라고 평가했다. 이 실장은 “앞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한국의 선진의료를 세계에 알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효순 기자 anyto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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