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존엄 위해…배뇨 관리는 필수의료[의술인술]
우리나라 속담에 ‘벽에 똥오줌 칠할 때까지’라는 말이 있다. 건강한 삶이 아닌 치매나 뇌졸중 등의 수발이 필요한 마지막 단계가 되면 벽에 똥오줌 칠할 정도로 대소변 조절이 안 되고 악취가 나므로 모두가 기피하고 숨기는 등 문제가 더욱 커지게 된다.
이러한 노인의 배뇨 및 요실금 문제는 고령인구의 증가와 맞물려 늘어나지만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똥오줌 못 가리는 문제를 부끄러워하는 사회적인 분위기 및 협진체계의 부족 때문이다.
대한비뇨의학회에 따르면, 60대 이상 요실금 환자 비율이 2011년 21.9%에서 2020년 47.4%로 증가했다.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신경인성 방광 환자 수도 40만2000명에서 49만8000명으로 큰 폭으로 증가 추세이다.
한국은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이 2025년 20.3%로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령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배뇨이상에 관련된 진료비도 지속해서 커진다. 신경인성 방광 환자의 경우 2017년 350억원에서 2020년 600억원으로 2배 가까이 늘었고, 요실금 또한 1490억원에서 190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이를 돌볼 수 있는 환경이 부족하여 배뇨 관련 환자들이 제대로 관리받지 못하고 있다.
인생 말기에 나타나는 이런 현상은 건강유지에도 중요하지만 인간의 존엄성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노인들이 냄새가 난다는 이유로 사회적 고립이나 우울증에 빠지고, 똥오줌 관리가 힘들어 사회로부터 버림받는다면 한국 사회 노인들의 말년은 더욱 비참해질 것이다.
대소변 문제는 더 이상 개인이나 단체에 맡겨서는 안 되고 사회 시스템이나 국가복지 차원에서 다뤄져야 한다. 선진국에서는 사회 시스템으로 관리하고 있다. 비뇨의학회도 국가배뇨감염관리센터를 제안하며 협진체계 부족, 요양병원 적정성 평가에 맞추기 위한 단순 기저귀 사용 선호, 요양병원 정액수가제 문제점 등을 지적했다.
국가배뇨감염관리센터는 상당수 노인 환자들이 배뇨와 관련한 문제를 겪고 있고 이로 인한 합병증도 늘어가고 있지만 대학병원 등에 내원하기는 접근성이 떨어지는 만큼 지역별로 센터를 만들어 이에 대응하려는 방안이다.
노인의 배뇨 및 요실금 문제에 관한 관심을 제고하고 인공지능 시대를 맞아 한국의 발달한 정보기술(IT) 산업과 잘 연계한다면 새로운 의료한류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권헌영 원장 비뇨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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