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독 엉망, 하수구에 폐수 콸콸…中 바이오 실험실 안전불감증 ‘걱정되네’
과학 초강대국 목표 대대적 투자 불구
안전의식, 전문성 부족으로 인한 문제 지적
코로나19의 기원이 아직 불확실한 가운데, 중국의 허술한 생물실험실 안전실태가 또 다른 전지구적 유행(팬데믹)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12일(현지시간) ‘중국이 겪는 실험실 안전 관련 문제들이 또다른 팬데믹 위험을 불러온다(China’s struggles with lab safety carry danger of another pandemic)’는 제목의 기획보도를 내보냈다.
이들은 코로나19 발생 1년 전인 2019년 중국 란저우에서 발생한 브루셀라증 확산 사건을 분석하며 중국·미국을 비롯한 세계 과학자와 정치권의 조사 결과를 비롯해 중국 정부 보고서 등에 드러난 중국 생물학 실험실들의 안전 불감증을 집중보도했다.
2019년 7~8월 중국 서북부 간쑤성 란저우의 백신 공장에서 발생한 브루셀라 유출 사고는 실험실 안전불감증이 대규모 집단감염을 초래할 수 있음을 확인시켰다. 브루셀라병은 인수공통 전염병으로, 가축이 감염되면 사산·생식장애를 일으킨다. 사람에선 발열·두통·오한이 나타나며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당시 이 공장은 유효기간이 지난 소독약을 사용해 브루셀라균 박멸에 실패했다. 이뿐만 아니라 세균이 누출될 경우 문제를 바로잡거나 경고할 경보나 섬광등조차 없었다. 그 결과 400만 란저우 시민 중 1만명 이상이 브루셀라병에 걸린 피해가 발생한 것.
중국 정부가 과학 초강대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유전공학 등 바이오 분야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했지만, 안전 관행은 그에 맞는 수준으로 개선하지 못했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중국은 2002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유행 이후부터 바이오 연구에 가속도를 내왔고, 서방국가와 협력해 천연두·에볼라 등 인류에 가장 치명적인 병원체를 다룰 수 있는 생물안전 4등급(BL4) 실험실 건립에도 나섰다.
전 세계 생물안전 4등급(BL4) 실험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 ‘글로벌 바이오랩스’와 독립연구자인 쥘 데마네프(Gilles Demaneuf) 등에 따르면 중국은 2018년 우한 바이러스연구소(WIV)의 BL4 실험실 완전가동을 전후로 하얼빈·쿤밍 등에서 BL4 실험실을 운영중이며, 베이징 인근에도 건립을 검토중이다.
하지만 “연구시설을 방문하거나 근무했던 중국 과학자들에 따르면 서구 최고의 연구실에서 수년에 걸쳐 개발된 안전 프로그램과 엄격한 교육들은 더디게 정착됐고, 어떤 경우는 단순히 무시됐다”고 지적했다. 한 예로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의 BSL-4 연구실은 프랑스 설계를 토대로 지어졌지만 중국 관리들은 점차 프랑스의 협력을 차단했고, 일부 비싼 안전장치를 검증되지 않은 국내산 장치로 교체하기도 했다.
가장 널리 언급된 결함은 유해 실험실 폐기물처리 문제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상원 보건위원회 조사관이 입수한 2018년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남부 광저우 지역의 한 관리는 “실험실 폐수가 하수 시스템으로 직접 배출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 보고서는 “실험실 작업자들이 매우 위험한 실험실 배양을 부주의하게 관리하며, 위험한 바이러스와 박테리아 실험 후 적절하게 청소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오염된 실험실 폐기물이 그대로 하수로 흘러 들어가고 있고, 실험에 이용된 동물들이 불법적으로 판매되기도 한다는 점도 언급했다. 한 예로 2020년 1월, 중국의 첫 번째 코로나19 사례가 조사될 무렵, 중국 언론은 중국농업대의 한 교수에게 실험동물을 팔아넘긴 죄로 징역 12년형을 선고했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시작한 코로나19가 실험실 사고에서 비롯했는지는 불확실하다. 중국 정부는 실험실 사고 가설을 부인하고 있으며, 우한 시장에서 판매된 감염된 동물에서 전파가 시작했다는 가설도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WP는 “중국 실험실에 코로나19 발병 가능성을 높인 조건들이 있었고, 그런 조건들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WP는 중국 실험실이 사고에 취약하다면서 “병원체 누출 문제가 과거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반복될 수 있는 만큼 잠재적으로 또 다른 전염병이 대유행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전인대 위원을 역임한 가오후청(高虎城)은 2019년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생물보안 상황이 암울하다”고 경고했다. 위안즈밍(袁志明) 우한 바이러스연구소 주임도 같은 해 2019년 국제학술지인 ‘생물안전 및 생물보안 저널(Journal of Biosafety and Biosecurity)’에 “대부분의 실험실에 전문성 있는 생물안전 관리자와 기술자가 부족하다”며 “이로 인해 시설·장비 작동에서 잠재적인 안전 위험을 조기에 식별하고 완화하는 데 애로를 겪고 있다”고 서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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