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랑했다" 애국자 집안의 21세 군인, 어쩌다 기밀유출까지
친구 "온라인서 '전쟁의 현실' 알려주려 했던 것"
(서울=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 전세계적인 파문을 불러일으킨 미국 기밀문건 유출 사태의 장본인이 21세 청년 잭 테세이라 일병으로 밝혀지면서 또다른 충격을 안기고 있다.
테세이라 자신도 미 공군 매사추세츠주(州) 방위군에 소속된 현역 군인인 데다, 평생 군 관련 직역에 종사해온 '애국자' 부모 아래에서 자랐다는 역설적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미국인들의 심정도 복잡한 모습이다.
13일(현지시간)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 보도에 따르면 이날 체포된 테세이라의 양아버지 토머스 더폴트는 34년간 복무한 후 2019년 중사 계급으로 제대한 퇴역 군인으로, 주방위군 102정보단에서 군생활을 마무리하며 후 전역 행사까지 치렀다.
테세이라의 친모 돈 더폴트는 '매사추세츠 군사영웅기금' 등 참전용사를 지원하는 시민단체에서 수년간 활동하는가 하면, 매사추세츠주 보훈부에서도 일한 경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성장한 테세이라도 성인이 되자마자 주방위군에 입대하며 자연스럽게 부모의 발자취를 뒤따르게 됐는데, 공교롭게도 양부가 몸담았던 102정보단에 배치됐다.
비록 부자간 피는 섞이지 않았더라도, 대를 이어 같은 부대에서 일하게 된 셈이다.
모친 더폴트는 2021년 6월 3일 자신이 운영하던 꽃집의 페이스북 계정에 "잭이 기술학교 과정을 마치고 집으로 오고 있다"며 "이제 공군 주방위군에서 일하기 시작할 준비가 됐다"고 알리기도 했다.
테세이라의 한 친구 A는 WP 인터뷰에서 테세이라에 대해 "애국자이고 독실한 가톨릭 신자이자 자유주의자"라며 "총기에 관심이 많고, 미국의 미래에 대해 의구심을 품고 있었다"고 묘사했다.
실제 테세이라는 게임 플랫폼 '스팀' 계정의 프로필에 커다란 소총을 들고 찍은 자신의 사진을 올려놓을 정도였다.
A는 2020년 이전 게임 채팅 플랫폼 '디스코드'에서 테세이라를 만났는데, 글록 권총과 천주교라는 공통 관심사 덕에 가까워지게 됐다고 한다.
그는 나중에 테세이라가 디스코드에 만든 '서그 셰이커 센트럴'(Thug Shaker Central) 서버에 가입하게 됐고, 결국 직접 만나 어울리기에 이르렀다.
A는 테세이라와의 첫 대면 당시를 떠올리며 "약간 욱하는 모습이 있었다"며 "지도자라기보다는 멘토로 느꼈다"고 전했다.
하지만 테세이라가 군에서 기밀 군사정보를 접하게 되면서 그의 '애국주의'도 일그러진 방향으로 표출되기 시작했다.
테세이라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난해 2월부터 군 기밀 문서를 디스코드 서버에 공유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A는 "테세이라는 서로 멀어지기보다 많은 공통점을 가져야 할 양국이 우울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봤다"며 그가 자신의 친구라고 생각하고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을 교육하기 위해 문서 유출을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A는 이런 내용이 밖으로 쉽게 공개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전달했지만, 테세이라는 이를 무시했다.
게다가 당시만 해도 서버에 속해있던 이들은 이 문서들이 밖으로 공개될 경우 미국의 국익을 해칠 수 있다는 점에 공감하며 보안을 잘 지키기로 약속했다는 것이다.
해당 서버에서 일부는 자신이 러시아 해군 장교라고 사칭하며 전쟁에 대해 논쟁을 벌였고, '현실 세계'의 문제점을 알려주고 싶었던 테세이라는 점점 더 많은 정보를 유출하게 됐다.
그런 과정에서 테세이라는 인종차별적이거나 반유대주의적으로 보이는 농담을 여러 차례 던지기도 했다.
결국 서버의 한 구성원이 다른 서버에 기밀 문건을 공유했고, 소셜미디어 확산으로 이어지며 이번 유출 사태가 촉발됐다.
A는 "테세이라가 국가 안보를 훼손하려고 의도한 것은 아니다"라며 "젊은 사람들에게 더 나은 시각을 가르쳐주고자 그가 아는 유일한 방법을 썼던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A는 "테세이라는 미국을 사랑했지만, 미국의 미래에 대해서는 확신이 없었다"면서도 "그는 결국에는 그 어떤 것보다 이 나라의 편을 들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d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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