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원전제로’ 독일
독일은 ‘원전 후발주자’다. 1957년 서독의 저명한 과학자들이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만 동참하겠다는 ‘괴팅겐 선언’을 하면서 독일 내 원전건설의 시동이 걸렸다. ‘오일쇼크’가 있던 1973년에는 1차 에너지 계획을 통해 원자력 비중을 14%까지 높이고 원전 40기를 짓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1975년 주민들이 뷜 원전 건설 예정부지를 점거하자 대규모 경찰 병력이 물대포를 쏘며 폭력 진압한 사건을 계기로 반대운동이 본격화됐다. 반민주적 원전 정책에 반발하며 전국에서 모인 시민 2만8000명이 9개월간 점거 시위를 벌이며 연대한 것이다.
독일 시민들은 반대만이 아니라 대안 모색에도 힘을 쏟았다. ‘68혁명’ 세대가 주축이 된 녹색당이 1979년 결성됐고 4년 뒤 연방의회에 진출하며 탈원전을 정치의제로 세웠다. 풍력발전 조합을 구성하는 등 다양한 실험도 이뤄졌다. 에너지 소비를 줄이면서 친환경 재생 에너지를 늘리면 원자력 발전을 굳이 늘리지 않아도 된다는 담론이 확산됐다. 1986년 사상 최악의 체르노빌 원전 폭발사고는 탈원전의 기점이었다. 2000년 독일 적녹연정은 ‘2021년까지 모든 원전 폐쇄’에 합의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보수연정은 이 시한을 2036년으로 연장하려다 2011년 발생한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충격에 2022년으로 다시 당겼다.
독일이 15일(현지시간) 마지막 원전 3곳의 가동을 완전 중단하며 ‘원전제로’ 시대를 열어젖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일부 정치권은 물론 여론도 절반 넘게 가동 중단에 반대하고 있지만 사민·녹색·자민당 연정으로 구성된 독일 정부는 흔들림이 없다. 원전을 일부 남겨둠으로써 재생에너지 투자의욕이 이완될 가능성을 스스로 차단하려는 것이다.
독일은 이번 ‘탈원전’을 기점으로 현재 40%인 재생에너지 비율을 2030년까지 두 배로 늘릴 계획이라고 한다. 건설기간만 10년에 달하고, 설계수명이 30~40년인 원전은 화력발전소에 비해 정책 전환이 더딜 수밖에 없다. 미리 대비해야 할 텐데, 윤석열 정부는 원전 비중을 늘린 데다 친환경 에너지 정책은 안 보이고 화력발전은 확대하고 있으니 걱정이 크다.
최민영 논설위원 m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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