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딸 자제시키려던 野 중진들… “낙선시킬 것” 비난에 되레 진땀
더불어민주당 중진 의원들은 14일 비(非)이재명계를 비난하는 강성 지지자들을 진정시키겠다며 대화 자리를 마련했다. 하지만 이른바 ‘개딸(개혁의 딸들)’이라고 불리는 지지자들은 의원들에게 “당신들을 낙선시키겠다” “욕 먹을 용기 없으면 정치하지 마라” 등 성토를 쏟아냈다. 격앙된 분위기에 의원들은 진땀을 빼야 했다.
민주당 4선 김상희·우원식·정성호 의원은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2023 버스에서 내려와 당원과의 대화’ 행사에 참석했다. ‘버스에서 내려와’ 운동은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 때 일부 강경 참가자들이 경찰 버스에 올라타 과격 시위를 하려고 하면 시민들이 “내려와” “내려와”를 외치며 진정시켰던 데서 유래했다.
의원들은 이 자리에서 ‘개딸’들에게 비명계 의원들에 대한 공격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우 의원은 “단결을 통해 윤석열 정부를 심판해야 한다”며 “최근 당내 여러 분란 상황이 걱정돼 강하게 주장하는 분들이 버스에서 내려오고, 서로 단결할 토대를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김 의원은 “(일부 당원들의) 소통하는 방식이 너무 거칠고, 폭력적인 측면도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지나친 소통 방식은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원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한 당원은 “정당 주인은 당원인데, 왜 당원이 내려와야 하느냐”며 “의원들이 먼저 반성하는 게 정치인의 자세”라고 했다.
한 중년 여성 당원은 “버스에서 내려오라는 건 옛날 전두환이나 이명박이 물대포 쏘고, 총 쏘는 것과 똑같다”며 “캠페인으로 우리 흐름을 꺾으려는 것 같다”고 했다. 당원들 사이에선 “다음에는 우원식 낙선 운동을 할 것” “내부총질하는 기득권 의원들부터 입 닫아야” 같은 발언까지 나왔다.
대표적 비명계인 이원욱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 동탄에서 열린 ‘개딸 집회’에 참석했다는 당원도 “박용진 의원이 당시 현장에 있던 분들을 ‘정치 훌리건’이라 매도했다”며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정정과 사죄가 필요하다”고 했다.
한 당원은 “이 대표는 77.77%의 지지로 대표에 선출됐다”며 “왜 민주당의 일부 의원들은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지 않고, 이재명 대표가 당과 분리돼야 한다고 하느냐”고 했다.
자신을 ‘민주당 골수 지지자’라고 소개한 한 중년 남성은 “개혁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지켰느냐”며 “판·검사들이 편파적으로 수사하고 심판하면 탄핵소추를 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모임 취지와 달리 당원들의 거센 항의에 직면한 의원들은 진땀을 뺐다. 행사를 기획한 우 의원은 “오늘 규탄대회를 하는 것 같다. 속이 후련하세요”라고 물으면서도 당혹한 기색이 역력했다.
당 관계자는 “서로의 입장을 조금씩 이해하고 소통하자는 취지의 모임에서 대놓고 ‘낙선 운동’까지 언급할 정도의 분위기였다”며 “의원들 입장에서는 본전도 못 찾은 자리였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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