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딸 자제시키려던 野 중진들… “낙선시킬 것” 비난에 되레 진땀

원선우 기자 2023. 4. 14.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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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정성호(왼쪽부터), 김상희, 우원식 의원 등 4선 의원들이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멸을 부르는 언행을 자제하자”며 ‘버스에서 내려와’ 운동을 제안하고 있다./이덕훈 기자

더불어민주당 중진 의원들은 14일 비(非)이재명계를 비난하는 강성 지지자들을 진정시키겠다며 대화 자리를 마련했다. 하지만 이른바 ‘개딸(개혁의 딸들)’이라고 불리는 지지자들은 의원들에게 “당신들을 낙선시키겠다” “욕 먹을 용기 없으면 정치하지 마라” 등 성토를 쏟아냈다. 격앙된 분위기에 의원들은 진땀을 빼야 했다.

민주당 4선 김상희·우원식·정성호 의원은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2023 버스에서 내려와 당원과의 대화’ 행사에 참석했다. ‘버스에서 내려와’ 운동은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 때 일부 강경 참가자들이 경찰 버스에 올라타 과격 시위를 하려고 하면 시민들이 “내려와” “내려와”를 외치며 진정시켰던 데서 유래했다.

의원들은 이 자리에서 ‘개딸’들에게 비명계 의원들에 대한 공격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우 의원은 “단결을 통해 윤석열 정부를 심판해야 한다”며 “최근 당내 여러 분란 상황이 걱정돼 강하게 주장하는 분들이 버스에서 내려오고, 서로 단결할 토대를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김 의원은 “(일부 당원들의) 소통하는 방식이 너무 거칠고, 폭력적인 측면도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지나친 소통 방식은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원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한 당원은 “정당 주인은 당원인데, 왜 당원이 내려와야 하느냐”며 “의원들이 먼저 반성하는 게 정치인의 자세”라고 했다.

한 중년 여성 당원은 “버스에서 내려오라는 건 옛날 전두환이나 이명박이 물대포 쏘고, 총 쏘는 것과 똑같다”며 “캠페인으로 우리 흐름을 꺾으려는 것 같다”고 했다. 당원들 사이에선 “다음에는 우원식 낙선 운동을 할 것” “내부총질하는 기득권 의원들부터 입 닫아야” 같은 발언까지 나왔다.

대표적 비명계인 이원욱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 동탄에서 열린 ‘개딸 집회’에 참석했다는 당원도 “박용진 의원이 당시 현장에 있던 분들을 ‘정치 훌리건’이라 매도했다”며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정정과 사죄가 필요하다”고 했다.

한 당원은 “이 대표는 77.77%의 지지로 대표에 선출됐다”며 “왜 민주당의 일부 의원들은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지 않고, 이재명 대표가 당과 분리돼야 한다고 하느냐”고 했다.

자신을 ‘민주당 골수 지지자’라고 소개한 한 중년 남성은 “개혁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지켰느냐”며 “판·검사들이 편파적으로 수사하고 심판하면 탄핵소추를 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모임 취지와 달리 당원들의 거센 항의에 직면한 의원들은 진땀을 뺐다. 행사를 기획한 우 의원은 “오늘 규탄대회를 하는 것 같다. 속이 후련하세요”라고 물으면서도 당혹한 기색이 역력했다.

당 관계자는 “서로의 입장을 조금씩 이해하고 소통하자는 취지의 모임에서 대놓고 ‘낙선 운동’까지 언급할 정도의 분위기였다”며 “의원들 입장에서는 본전도 못 찾은 자리였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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