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 상자' 이정근 휴대폰 녹음파일… '민주당 돈봉투' 수사 불쏘시개

이유지 2023. 4. 1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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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의 휴대폰 통화 녹음파일을 단초로 시작된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이 전 부총장 휴대폰에서 추출된 녹음파일이 3만여 개에 달할 정도로 방대한 데다, 현직 의원 다수가 수사선상에 오르면서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는 얘기도 나온다.

검찰은 이 전 부총장의 녹음파일을 토대로 수도권과 호남 지역구 의원들을 중심으로 10명 이상에게 300만 원씩 담긴 돈봉투가 살포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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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음파일 3만여 개…각종 정치인 통화 담겨
윤관석·이성만 직접 등장…자금전달 정황
검찰, 녹취 속 정황 뒷받침 증거 찾기 돌입
법조계 "녹음파일은 단서, 돈 흐름 밝혀야"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 뉴스1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의 휴대폰 통화 녹음파일을 단초로 시작된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이 전 부총장 휴대폰에서 추출된 녹음파일이 3만여 개에 달할 정도로 방대한 데다, 현직 의원 다수가 수사선상에 오르면서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는 얘기도 나온다. 녹음파일이 '돈봉투 전대' 의혹의 전모를 규명할 '스모킹건'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 김영철)는 14일 이 전 부총장과 함께 돈봉투를 조성하고 전달·배포한 인물로 지목된 윤관석·이성만 민주당 의원과 강래구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 등의 사무실과 주거지 등 20여 곳에서 확보한 압수물을 분석하고 있다. 검찰은 이 전 부총장의 녹음파일을 토대로 수도권과 호남 지역구 의원들을 중심으로 10명 이상에게 300만 원씩 담긴 돈봉투가 살포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이 전 부총장 모친 주거지에서 이전에 쓰던 휴대폰을 확보, 디지털포렌식에서 나온 수년치 자동 통화녹음 파일을 분석하던 중 '돈봉투 살포' 의혹을 포착했다. 검찰은 녹음파일을 토대로 사업가 박모씨로부터 6,000만 원을 수수한 혐의로 노웅래 민주당 의원을 기소했다. 이 전 부총장이 고문으로 있던 한국복합물류를 둘러싼 취업청탁 의혹과 관련해선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이학영 민주당 의원을 수사하고 있다.

이 전 부총장 녹음파일에는 민주당 전당대회가 열린 2021년 5월 전후 맥락을 추정할 수 있는 구체적 대화가 담겼다. 이 전 부총장이 강 위원, 윤 의원, 이 의원 등과 나눈 통화엔 '의원들에게 돈을 줘야 된다'는 요구가 있었거나, 돈을 마련해 전달한 상황을 유추할 수 있는 내용들이 포함됐다. '봉투 10개' 등 구체적인 표현이 나오는가 하면, 윤 의원이 의원들 실명을 거론하며 '누구에게 줬고 누가 달라고 했는지' 등을 밝히는 부분도 있다고 한다. 이 의원이 돈을 전달한 것으로 보이는 대화내용과 '수금 전달' 등의 표현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들이 송영길 전 대표 당선을 위해 돈봉투를 살포한 것으로 보고 있어, 의혹의 종착지는 송 전 대표가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검찰은 이 전 부총장이 윤 의원에게 돈을 전달한 것으로 추정되는 2021년 4월 27일과 28일에 송 전 대표 보좌관인 박모씨에게 텔레그램을 통해 '윤 (의원). 전달했음' '윤 (의원). 잘 전달' 등의 메시지를 보낸 경위를 유심히 보고 있다. 실제로 자금 조성에 관여한 인물이 송 전 대표에게 말해달라고 이 전 부총장에게 당부하는 듯한 발언이 녹음파일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녹음파일이 '스모킹건'이 될지 주목받는 이유다.

하지만 녹음파일의 존재만으로 혐의가 입증됐다고 단정할 순 없다. 녹음파일은 수사 단서가 될 수는 있지만, 범죄사실을 인정받기 위해선 돈봉투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흘러갔는지 규명돼야 하고, 관련자들 계좌와 현금흐름에서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여러 증거가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특별수사 경험이 풍부한 한 법조인은 "돈봉투를 수수했다는 정치인들에게 자백을 받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이 전 부총장이 혐의를 인정하는 진술을 했더라도 진술의 일관성과 신빙성이 담보돼야 하며, 녹음파일 내용을 뒷받침할 보강 증거가 얼마나 확보됐느냐에 따라 수사 성패가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
강지수 기자 s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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